이슈앤트렌드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그래도 못 벗어나는 이유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그래도 못 벗어나는 이유

  한국의 자영업자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다. 최근 공개된 자영업자 통계를 들여다 보면 두 가지는 명백하다. 1)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은 줄어 들었다. 2)이익은 줄어드는데 덤벼드는 사람들은 많아진다.  터무니 없지만 현실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울한 자영업...불안한 자영업...지치는 자영업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통상 영세 자영업자를 뜻하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영업잉여는 127조823억 원이었다. 1년 전(125조7847억 원)과 비교해 1% 늘어났으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9%였다. 자영업자는 사실상 소득이 줄었고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상승 압박을 받는 한편, 임대료도 언제 오를지 몰라 불안상태일 수밖에 없다. 

최근 이런 영세 자영업자의 불안감과 분노를 보여주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서촌에서 족발집을 하던 한 세입자가 월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르다가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것. 건물주가 약 300만 원 정도이던 월세를 1200만 원으로 갑자기 올렸다는 이유에서였다.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지만 세입자로서 임대료 등 고정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들의 팍팍한 심리를 보여준 것으로 동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한편으론 법대로 한 건물주도 문제 없다는 목소리도 컸다. 임대차 갈등은 한국 사회의 고정된 갈등구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를 보았다...주로 건물 세입자로서 영세 자영업자는 지금 폭발 직전이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에서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모 씨(윗 사진 블러처리)가 건물주 이모 씨(아래 흰색셔츠)에게 망치를 휘두르며 쫓아가는 모습. 임대차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무자비한 폭력 사태로 비화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제목란 이미지 출처 JTBC방송 캡처, 현 이미지 출처 채널A 방송 캡처
법대로 한 건물주나, 졸지에 내몰린 세입자 모두 사정이 있다. 이를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수익형부동산전문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를 분석한 결과 서울지역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지난 2015년 3분기 15만3천700원에서 2017년 3분기 기준으로 17만3천원으로 올랐다. 최근 2년새 임대료가 12.6% 상승한 것이다. 서촌 궁중족발 사례는 다소 극단적일 수 있으나 영세업자가 느끼는 임대료 압박만큼은 상시적인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인건비와 임대료는 속수무책처럼 느껴진다. 올라가는 이들 고정지출 비용은 마치 "답답하면 니들이 직접 뛰든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결국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하면서 쉬는 시간은 점차 사라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영세사업자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달에 쉬는 날은 평균 3일에 불과했다. 자영업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퇴직한 베이비부머의 창업 릴레이...기형적 구조 한동안 더 계속

그럼에도 문제는 자영업자는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2017년 자영업자 수는 전년도에 비해 약 7만 명이 더 늘었다.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도 여전히 20%를 상회한다. 이 비율의 OECD전체 회원국 평균은 14%안팎이다. 
대체로 이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그리스(35%)처럼 경제구조가 낙후된 저소득 국가로 분류된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비중이 높을수록 자영업의 비중은 낮아지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 보다 인구수가 두 배 이상 많은 일본의 경우 자영업자 수는 52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에선 자영업자가 오랫동안 버텨내기 쉽지 않은 직종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어 폐업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경기가 불안한 가운데 특별한 기술 없이 진입장벽만 낮은 쪽으로 쏠리다 보니 주로 음식업과 소매업 등에 몰린다. 폐업률이 가장 높은 것도 이들 업종이다. 연간 폐업하는 업체 중 5곳 중 1곳은 요식업이라는 통계도 있다. 
자영업자 비중을 낮추고 임금근로자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을 매년 급격하게 올리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높은 자영업자 비중을 낮추고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올리는 한편 정부는 자영업 유지를 지원해주는 내용의 정책들도 함께 쏟아낸다. 지난해 인건비 부담의 일부를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것을 비롯해 소상공인진흥기금을 비롯한 정책자금 지원 규모 확대와 세제 지원 연장, 각종 공적부담금 면제 시한 연장 등을 내놓았다. 구조조정과 정년 등으로 퇴직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자영업을 알아보는 이들에겐 오히려 이런 정책이 창업 유인이 되기도 한다. 한계 기업 퇴출이 잘 이뤄지지 않다 보니 오히려 경쟁은 심화된다. 악순환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밀 수도 없다. 당장 자영업을 접을 경우 취약계층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한 번 자영업에 나섰던 이들을 위한 별도의 고용정책이 존재하지 않고 사회안전망도 약하다는 점 때문에 이들은 사실상 자영업에 발이 묶인 셈이다. 최근엔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알바생들이 임금인상을 두고 반목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회의 갈등요인만 부추기고 있다. 
낙후된 지역 등을 벗어나지 못하고 근근이 버텨나가는 형태의 자영업 또한 비중이 적지 않다. 자료 동아일보DB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가 사실상 생계형 창업을 방조하고 묵인한 셈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이슈에 자영업자 과포화 문제는 다시 뇌관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진보진영에선 최저임금 상승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퇴출될 영세업자들을 위해 사회 안전망 확보에 전력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선 고용 유연성 확보를 통해 이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러나 정부가 철학을 가지지 않으면 돌파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지금 가파른 최저시급 인상을 통해 자영업자를 퇴출할 것처럼 신호를 보내다가도 자영업자가 반발하면 사탕을 물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고용 유연성도 사회 안전망도 요원하기만 하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 속에 감춰진 진짜 문제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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