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관리직급, 나이 무시하고 위계질서 타파해야 기업 성장한다고? 과연 정답일까

직급, 나이 무시하고 위계질서 타파해야 기업 성장한다고? 과연 정답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팀장曰 “제이크(신입사원), 바쁘시지 않으면 통계 작업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평직원曰 “리피(CEO 닉네임)! 여기 와서 한 번 봐. 어떤 게 좋겠어?" 최근 스타트업이나 규모 있는 IT기업 내부에서 오간다는 대화 내용이다. 소위 말하는 '실리콘 밸리'식 자유로운 사무실 분위기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행'이라는 말이 적합할 정도다. 이들은 위계를 없애면 직원 창의성이 높아지고 업무 성과도 좋아진다는 믿음으로 이른바 '관료주의 타파'를 시도한다. 이름을 영어로 부르며 상호 존대를 쓰기도 하고, 심지어는 직급은 물론 나이도 관계없이 반말로만 소통하도록 하는 회사도 나온다. 하지만 정말 위계 구조 타파가 정답일까?
무턱대고 직장 내 위계질서를 해체하려 들면 곤란을 느끼는 직원들도 상당수일 것이다
위계질서는 없애야 할 '악'이 아니다. 오히려 더 나은 성과를 위한 필수 요소다. 올바른 위계질서는 구성원들이 이해와 혁신을 더 효과적으로 추진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 건 위계 자체가 아니라, 위계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다.



올바른 위계 구조의 3가지 역할

지휘 계통이 분명한 집단은 의견 충돌을 더 쉽게 해결하고 구성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위계 구조가 수행하는 중요 역할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솔루션 경계 정하기, 아이디어 수렴하기, 그리고 프로세스 구조화하기가 그에 해당한다.

① 솔루션 경계 정하기
'창조성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나 예산 등 강한 제약이 걸리면 오히려 머리 회전이 더 잘 돼서 혁신 역량도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예컨대 시험을 앞두고 벼락 치기를 할 때 공부 내용이 더 잘 이해가 됐던 경험이라든지, 사용 가능한 예산에 상한선이 있을 때 그 한계에 맞춰 활용하기 위해 번뜩이는 창의성을 발휘했던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터다. 이런 종류 제약은 위계와 그에 따른 권위 없이 팀 스스로 부과할 수 없다. 위계 서열 상 높은 위치에 있는 직원들이 혁신 경계를 분명히 설정해주되, 대신 팀원들이 그 경계 안에서 자유롭게 솔루션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② 아이디어 수렴하기
혁신을 모색하는 초반에는 아주 다양한 아이디어와 가능성들이 제시된다. 이때 권위를 가진 이가 없다면 명확한 답을 구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낭비하게 될 수 있다. 위계 구조는 어떤 아이디어가 더 유망하며 계속 밀고 나가야 할지, 반대로 어떤 아이디어를 보류해야 하며 또 휴지통으로 보내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올바르게 짜인 위계 구조는 목표를 잃고 헤매는 팀원들이 방향에 맞춰 의견을 하나로 수렴하도록 돕는다.
③ 프로세스 구조화
올바른 위계 구조는 팀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게끔 도와준다. J. 스튜어트 번더슨 워싱턴대&올린경영대학원 교수는 포천 100대 기업에 속하는 한 하이테크 회사 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명확한 위계가 있는 팀의 팀원들이 제 목소리를 더 잘 내고, 일도 자발적으로 하며, 기준도 더 잘 확립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책임자를 분명히 하고 각 팀원이 팀에 어떻게 공헌해야 할지 명확히 규정하는 등 체계가 확실해지면, 구성원 스스로 학습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뜻이다.

상위 서열에 있는 리더들은 팀원들이 스스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도록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평상시에는 뒤로 물러서 있을 필요가 있다. 최선의 위계는 '그림자'와 같다. 평소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소임을 다하다가, 논쟁을 정리하는 등 권력의 차이가 필요할 때에만 슬쩍 나와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고압적이거나 쓸데없이 팀원들을 간섭하면 선의의 위계조차 문제가 될 수 있다.



효과적인 위계질서 만들려면

사람들이 위계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위계질서가 때때로 좋은 아이디어와 이를 위한 학습 과정을 억누르기 때문이다. 가령 위계질서의 역기능은 제너럴모터스(GM) 같은 회사들이 오랫동안 부진의 늪에 빠졌던 원인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그럼 조직은 어떻게 학습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까? 팀 운영 시 위계질서가 갖는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그 함정을 피하기 위해 리더들이 알아야 할 요건을 3가지로 정리했다.

① 분명한 명령 체계 확립
J. 스튜어트 번더슨 교수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위계질서가 가장 잘 작동하는 때는 누가 누구의 명령을 받는지 정확히 합의된 체계, 즉 '명령 체계'가 확실한 때다. 명령 체계가 확실한 팀은 그것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팀보다 갈등과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고 조사됐다. 실제 다른 연구에서 62군데의 제약회사 R&D 팀을 연구한 결과, 명확한 위계 구조를 가진 팀이 혁신 과정에 참여하는 정도가 더 높았다.

② 성과 중심 문화 창출하기
분명한 지휘 계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팀원들이 지위나 존경심 측면에서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잘 따라줘야 한다. 때문에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명령을 받는 사람들이 두말 없이 인정할 정도의 실력과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올바른 체계'를 갖추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이런 실력자들을 상위 서열로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람은 무의식중에 그 사람의 배경이나 특징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예컨대 학벌이나 성별, 인종 등으로 그 사람의 능력에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성과를 공개적으로 측정해 축하하는 성과 기반 문화가 구축돼야 한다. 성과 중심 문화를 가진 집단은 그 사람의 물리적인 특징보다 실제 전문성을 기초로 위계를 정하는 경향이 높다. 그 밖에 자신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들이 전문성을 최고치까지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뉴욕대학교 개빈 킬더프(Gavin Kilduff) 경영학 교수).

③ 팀 피드백 활용하기
위계 구조 작용 방식을 개선하는 또 다른 방법은 상위 서열 사람들이 자기 이익보다 집단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J.S 번더슨 교수와 연구원들은 은행, 제약, 소프트웨어 개발, 경영 컨설팅 등 폭넓은 산업에 속한 46개 팀을 연구했다. 그 결과 팀 내 존재하는 권력 차이가 팀 학습에 꼭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히려 팀 목표와 피드백이 집단 중심으로 주어졌을 경우, 위계질서는 오히려 이해도와 성과를 끌어올려 주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함을 알 수 있었다. 반면 목표와 피드백이 개인 중심으로 주어질 경우 위계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집단 중심 목표와 피드백은 상위 서열 사람들이 막강한 리더십을 활용해 팀원들이 서로 협력해 정보를 공유하고, 실험을 전개하고, 결과를 숙고하도록 만든다. 반면 개별적인 목표와 피드백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임무와 성과에만 집중하게 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4호
필자 브렛 샌너 · J. 스튜어트 번더슨

인터비즈 권성한,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 미표기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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