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경영권 박탈 위기에 몰린 조양호, 돌파구 있을까?... 선제 대응하려면 이달 안에 결판내야

경영권 박탈 위기에 몰린 조양호, 돌파구 있을까?... 선제 대응하려면 이달 안에 결판내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경영권이 위협받게 됐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그레이스홀딩스가 최근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9% 확보하고 단숨에 2대 주주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그레이스홀딩스의 대주주인  KCGI는 공시를 통해 한진칼에 대한 경영 참여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투자 수준을 넘어서 한진그룹 지배 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3월 정기 주총 때 이사회 장악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자연스레 조양호 회장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탈세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올해 6월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조회장 뒤로 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DB
한진그룹 지배 정점에 있는 한진칼...변수는 소액주주

지주회사 한진칼은 대한항공(지분 30% 보유)과 진에어(지분 60% 보유) 등을 자회사로 둔 한진그룹의 지배 정점이다. 현재 최대주주는 조 회장으로 17.8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조회장 일가로 확장하면 28.95%로 늘어난다. KCGI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 8.35%, 크레디트스위스 5.03%, 한국투자신탁운용 3.81%다. 나머지는 기타 기관 및 소액주주들이다. 

2대 주주라고는 하나 KCGI가 단독으로는 이사 선임에 영향을 미치거나 주요 주주총회 안건을 좌우할 정도까진 아니다. 그러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불거질 시 동참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출처 동아일보DB
앞서 국민연금의 경우, 조회장 일가의 일탈 행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을 당시 한진그룹 측에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도 있다. 더구나 국민연금이 올 7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의미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당시, 이를 가장 먼저 행사할 만한 기업으로 대한항공이 시장 안팎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내년 3월 정기주총 표 대결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44% 지분을 가진 기타 기관 및 소액 주주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다. 올 5월 조회장 부인 이명희 여사와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소액주주들 상당수가 오너 일가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기관투자자와 소액 주주들의 세를 잘 규합할 경우 경영권 장악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침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된 내년 3월 한진칼 이사회 멤버 7인 중 3인 임기가 만료된다. 그레이스홀딩스가 이를 기회로 보고 내년 정기주총에서 이사진을 교체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특별 결의를 통해서 이뤄지는 기존 임원 해임은 어려울지 몰라도, 신규 임원 선임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KCGI는 어떤 기업?...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 약자

 KCGI를 설립한 강성부 전 LK투자파트너스 대표는 흔히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불린다. 신한금융투자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할 당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오너 일가의 승계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주주 이익을 해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KCGI라는 기업명 또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앞 글자를 딴 약자다. 지배 구조가 취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는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올해 7월 설립됐다. 
업계에선 KCGI가 한진칼 이사진을 장악한다면, 적자 사업부를 정리하고 대한항공 등 자회사로 경영 참여 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할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한진칼을 압박한 뒤 투자 수익만 내고 빠질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는 이미 2015년 요진건설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이익을 낸 바 있다. 

요진건설은 당시 정지국 회장이 갑자기 작고하는 바람에 상속세를 낼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강 대표는 550억 펀드를 조성해 요진건설 지분 45%를 인수하며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경영권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과는 달리 2년 뒤 지분을 털고 나오면서 두 배가량 이익을 내기도 했다. 상속세 문제로 골치를 썩이던 중견기업 2세 경영권 승계 과정에 참여해 사실상 오너 일가 우호 지분 역할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조회장의 대응은?... 운명의 일주일

조양호 회장은  현재 프랑스에서 에어버스와 에에프랑스 등 파트너 고위 인사 층과 만나기 위해 해외 출장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주요 경제지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KCGI의 경영 참여 소식을 프랑스에서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우선 한진칼은 KCGI의 행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긴 하나, 시장 안팎에서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시간이 넉넉하다고 볼 순 없는 상황이다.  
조양호 한진 회장이 2014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사건과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DB
조회장은 KCGI 경영 참여 이슈와는 별개로 항공법 개정에 따라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 위기에 처해있기도 하다. 검찰이 조회장을 지난달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첫 재판은 이달 26일로 예정돼 있다. 국토부는 최근 항공 관련 법 위반에 국한된 항공사 임원 제한 기준을 넓히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조회장의 재판 결과가 확정되는 시점에 따라 벌금형만으로도 대한항공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전반적으로 여론이 불리하게 흐르는 가운데 안팎으로 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조회장에게도 돌파구가 있을까? 조회장은 재판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우호 세력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발 빠르게 가져가야 하는 게 과제로 던져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큰 폭의 경영쇄신 안을 내놓고 국면 전환을 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선 조회장이 움직인다면 이달 26일로 예정된 재판 일정에 앞서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회장이 전폭적인 쇄신 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 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선 큰 폭의 쇄신이 필요하지만, 이를 준비할 만한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이 현 상황이다. 그러나 지체할 시간도 없다. 모래시계는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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