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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K 에이즈 의약품 특허 침해 당하고도 여론 뭇매? '진정성'으로 극복한 위기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영국의 GSK(글락소 스미스 클라인)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글로벌 제약회사다. 특히나 전 세계 에이즈 시장에서는 관련 연구 및 의약품 생산의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만큼 독보적이다. 그런데 지난 2001년, GSK가 특허를 침해당하고도 여론의 뭇매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GSK의 윤리성을 지적하고 등을 돌린 것이다. 품질이든 윤리성이든 한 번 논란이 된 기업은 좀처럼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 하지만 GSK는 이를 '진정성'으로 극복해 오히려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GSK 외부 전경 / 출처 위키피디아
전 세계 약 4000만 명의 에이즈 감염자 중 70% 이상이 아프리카 지역에 분포해 있다. 에이즈 환자 한 명의 치료를 위해 드는 비용은 연간 약 2만 달러(약 2400만 원). 연간 소득이 겨우 300 달러(약 36만 원) 남짓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때문에 특허법에 기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GSK도 무턱대고 가격을 낮출 수는 없는 입장이다. 개발 과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경제적 관점을 따르자니 환자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윤리적 관점을 따르자니 주주의 압박이 거세지는 GSK의 입장도 난처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GSK의 딜레마가 표면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에이즈 퇴치를 위해 값싼 복제 의약품을 불법으로 구매한 것이다. GSK는 즉각 특허 침해에 따른 소송을 제기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특허를 침해받은 쪽이 유리하겠지만 GSK의 경우는 반대였다. 비난 여론이 쏟아지며 GSK는 윤리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사실 GSK가 피해를 입은 것은 맞지만 ‘에이즈 퇴치’라는 절대선 앞에서 그 어떤 경제 논리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소송을 철회해야 했다. 
붉은 리본은 에이즈를 상징한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편집
여기서 '약을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드는 원가는 크지 않을 테니 약 값을 낮추면 되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약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한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제약산업 분야는 특허권 보장기간이 특히 짧다. 여타 분야 특허권은 최대 20년까지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제약 산업 분야의 경우 10~12년 남짓이다. '사회적 선의 추구'라는 명목 탓이다. 보장 기간이 끝나면 신약의 제조 방법을 공개해야 하고, 이후에는 다른 제약회사들도 각자의 브랜드로 동일한 효능의 약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약을 처음 개발한 제약 회사가 독점적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간은 약 10년 정도라는 것이다. 신약 개발에 평균 13년의 시간과 4000억~8000억 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긴 시간은 아니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였으니, 응당한 보상을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할 수는 없다.



선순환 구조가 지속 가능함을 만든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송 사건 이후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GSK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아프리카에 의약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주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는 김에 적극적으로 일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출처 GSK
1. 가격 차별화를 통해 약 값을 현실화

GSK가 에이즈 치료제를 무상으로 보급한 것은 아니다. 당장의 이미지 회복과 인기를 위해서는 무료로 보급하는 것이 더 낫겠지만 이는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가격 차별화 전략을 통해 저개발 국가에 보급하는 약과 백신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생산원가를 확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국민소득 수준에 맞춰 약 값을 조정한 것이다. 2009년에는 아예 자사가 특허권을 가진 약을 아프리카 대륙에 헐값에 팔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동일 제품 가격의 25%도 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국민 소득 수준에 맞춘 가격 차별화 정책은 윈-윈(win-win) 전략이자 지속 가능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저가에 유통된 에이즈 치료제가 유럽 시장에서 고가에 다시 팔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GSK가 세네갈과 콩고 등에 보낸 에이즈 치료제에 표시를 해놓았는데, 이 약들이 스위스를 경유해 영국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GSK는 알약의 모양과 포장을 다르게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가격 차별화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2.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출처 GSK
GSK는 정부기관, NGO 단체, 학계, 기업 등과 다양한 형태로 협업하고 있다. 혼자서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세계백신면역연합과의 협업이다. 2000년에 설립된 세계백신면역연합은 면역 체계의 증진을 목표로 저개발 국가의 저소득 계층 어린이들에게 백신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세계백신면역연합과 협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백신의 보급' 때문이다. GSK는 약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백신의 보급 또한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백신의 경우 어디까지나 예방 차원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 GSK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세계백신면역연합을 통해 백신을 대량으로 구매해 약 값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GSK는 에이즈 퇴치에 박차를 가하고자 새로운 시도도 했다. 2009년 미국의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와 함께 에이즈 치료를 목적으로 '비브 헬스케어(Viiv healthcare)'라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 것이다. 이 회사는 에이즈 치료를 위한 신약 및 백신 개발을 전문으로 한다. 에이즈 치료에 관해 선도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어 '얻을 것'보다 '줄 것'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GSK는 화이자와의 제휴를 통해 더 나은 연구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사의 여느 신약 개발보다 프로젝트당 연구 인력도 많이 배치하고, 일부 약에 대해서는 로열티도 받지 않았다. 에이즈 퇴치에 대한 GSk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GSK는 정부기관, NGO 단체, 학계, 타 기업 등에 손을 내미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잡는 손이 늘어날수록 아프리카가 더 건강해질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GSK는 가격이 차별화된 HIV 3천3백만 정을 아프리카로 선적했다. 또 누구나 접근 가능한 임상 연구 데이터 인터넷 웹사이트인 "Clinical Trial Register"를 오픈했다. 임상 연구 데이터의 투명성을 위해 정보를 제공한 첫 번째 제약회사다 / 출처 GSK
3. 재투자를 통한 체질 개선

약은 구호 식량과 다르다. 생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구매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뿌릴 수 없다. 그래서 낮은 가격 체계와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고 해서 에이즈 치료제를 순식간에 보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약을 나눠줄 수 있는 병원, 보건소 등의 헬스케어 센터가 필요하고, 전문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활동하는 의료 인력은 전 세계의 3%에 불과하다. 전 세계 질병의 24%가 아프리카에 몰려있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처럼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약의 가격이 저렴하고, 아무리 많은 약을 공급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따라서 GSK는 인프라 구축 등의 체질 개선을 위해 저개발 국가 지역에서 발생한 수익의 20%를 헬스케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재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재투자를 통해 약이 더욱 널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보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아프리카 의료&연구재단, 케어인터내셔널, 세이브더칠드런 등의 NGO 단체들과도 손을 잡았다. 2009년 이후 GSK가 재투자한 금액은 약 2100만 파운드(약 365억 원)에 달하며, 4만여 명의 의료 인력을 양성했다. 또 인프라 구축에 아프리카 각국 정부도 적극 참여시켜 아프리카로 흘러가는 다양한 형태의 후원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게 하고, 의료 인프라 투자에 우선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GSK의 봉사활동 프로그램 'PULSE'. 기술 기반의 자원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출처 GSK
GSK는 그들이 직면한 딜레마에 진정성으로 맞섰다. 기업과 아프리카 모두가 지속 가능하게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약이 생명과 연결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약회사에 신뢰는 생명과도 같다. 제약회사들이 다양한 형태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아프리카에서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은 GSK가 글로벌하게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줬다. CSR 활동이 '백신 주사를 맞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낸 것이다.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생산 원가를 낮추고 협업을 통한 재투자라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어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 제약시장은 수년간 약 5%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정보 회사 IMS healt는 2020년 세계제약시장 규모가 1조 300억 달러(한화 약 1466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GSK는 성장이 기대되는 미래 시장에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CSR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미래 시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더불어 사는 법, CSV
출처 GSK
GSK의 사례는 기업 윤리를 제고하고, 사회 공헌을 강화하려는 다른 기업들에 본보기와 같다. 지속 가능한 공헌을 위해 저개발 국가들과 GSK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GSK의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CSR의 새로운 확장 형태인 공유가치 창출(CSV)이라 볼 수 있다. CSV란,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비즈니스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경영활동을 의미한다. 사회 환원 관점에서는 CSR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둘 사이에는 '비즈니스와의 연계성'이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CSR은 기업이 본연의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이후에 수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후적인 개념이다. 기업의 이익으로 학교를 지어 저소득층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CSR은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가장 먼저 중단되는 등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반면 CSV는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내는 개념이다. 기업의 이윤이 커질수록 사회적인 가치도 동시에 증가하는 상관관계를 형성한다. 물론 CSV도 완벽하진 않다. 어디까지나 기업의 수익창출을 위한 모델이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 및 가치 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는 거의 조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SV는 CSR보다 지속 가능하고 진일보한 개념이기에 희망을 걸어볼만하다. 



논란이 되는 제품들 대부분은 홀연히 사라진다. 윤리적으로 타격을 입은 기업도 비슷한 길을 걷는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사례는 힌트를 던져준다. 한때 윤리적인 비난을 받았지만 슬기롭게 극복해 글로벌 제약회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했다. 아마도 그 중심에 필요한 이에게 약을 제공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07호
필자 이동진

인터비즈 최예지, 강병기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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