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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에 인건비까지 올라, 흔들리는 '세계의 공장' 중국...글로벌 생산체인 동남아로 재편 가속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입지가 흔들린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불붙은 미중 간 무역분쟁이 도화선이 됐다. 현재 미중 무역분쟁이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미중 갈등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한편으론 삼성전자의 사례처럼 중국 내 임금 자체가 오르고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 일찌감치 이전한 사례도 적지 않다. 중국으로 집중된 글로벌 생산체인이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이다. 



반일 정서에 무역분쟁까지...일본 기업의 대규모 '탈중국'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무역 분쟁 국면에서 특히 바삐 움직인 곳은 일본 기업이다. 미중 무역분쟁 외에도 중일 간 영토 분쟁에 따른 중국 내 반일 감정 여파로 판매가 감소한 것도 탈중국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중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많았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전산은 중국에서 생산하던 미국 수출용 자동차 부품과 가전부품 일부를 멕시코공장으로 이전했다. 현재 멕시코에서 운영하던 공장 인접 지역에 200억 엔을 들여 새로운 공장도 짓는다. 미국이 25% 추가관세를 부과키로 한 자동차용 전동파워스티어링 모터, 가전제품 에어컨 부품 등의 생산을 이전키로 했다. 

일본 자동차회사 스즈키모터스는 9월 판매 부진을 이유로 중국에서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여성복 브랜드 허니스홀딩스도 중국 내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한때 중국 내 600여 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수익성은 예전만 못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파나소닉 또한 중국에서 생산하던 자동차 스테레오 등 차량용 기기 일부를 멕시코와 태국에서 생산키로 했다. 동남아 등 제3국이 아니라 자국으로 생산설비를 옮기는 기업도 있다. 미쓰비시(三菱)전기는 중국 다롄에서 생산하던 레이저 가공기 등 공작기계 생산을 일본으로 이전했다.



중국기업마저...탈중국 행렬
출처 위키미디어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도 이전을 준비중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최근 2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4%가 미·중 무역전쟁 탓에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응답 기업 중 7%는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는 '탈중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중국에 법인을 둔 430여 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약 3분의 1(35.4%)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생산기지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외국기업들은 물론이고 중국 기업조차 중국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생산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이슈를 중국 기업들 역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유명가전업체인 TCL은 올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LCD TV 규모를 300만~400만 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200만대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LCD TV는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님에도 추가 제재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자동차용 소재 생산업체인 저장하이리더신재료는 베트남에 첫 국외 생산거점을 마련키로 했다. 중국의 자전거 부품 생산업체인 신룽처랴오 역시 베트남으로, 타이어 업체인 산둥링롱타이어는 세르비아로 각각 생산공장을 옮긴다. 



탈중국 덕분에 동남아가 최대 수혜국으로...반기업 정서 없는 베트남 주목


동남아 지역은 중국의 대체지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내 임금이 오르면서 생산시설 이전을 고려했던 기업들이 무역전쟁 리스크까지 떠안자 적극적으로 동남아의 저임금 지역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장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연간 약 1만 달러(약 1112만 원)이지만, 캄보디아의 최저임금은 이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과 안정적인 환율, 정치적 안정성 등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이끌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과 임금 상승 여파로 일찌감치 탈중국을 준비해온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유교문화권에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정부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우)의 면담 후 기념 촬영 / 출처 베트남 총리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중국 내 생산물량을 줄이면서 탈중국을 준비했다. 4월엔 중국 선전 공장 폐쇄를 결정했고 톈진 공장 스마트폰 생산량도 크게 줄였다. 연간 1억만대를 넘어섰던 중국 현지 스마트폰 생산량을 7000만대 수준까지 점차 축소할 예정이다. 대체지는 베트남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과 타이응우옌 두 곳에서 삼성 스마트폰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연간 1억500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출액은 베트남 총 수출액의 20% 이상에 이른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베트남 하노이 출장 중 만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의 면담에서 "삼성이 많은 나라에 투자했지만 베트남처럼 기업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해결해주는 나라는 많지 않다"면서 "베트남에 대한 장기투자를 계속하고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상당수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은 국내서 반기업 정서로 말미암아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삼성전자가 국내 생산기지를 늘리는 것보다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갖춘 베트남에 집중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에서 쓴맛을 맛본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베트남으로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베트남서 13개 점포를 운영하는 롯데마트는 2020년까지 중·소형마트를 포함해 점포 수를 87곳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역시 호찌민을 중심으로 3년 내 6개 점포를 추가로 출점할 계획이다. 



한국은 중견기업도 동남아 진출 이어질 전망

제조업체들의 탈중국 추세와 동남아 이전 현상과 관련해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쌀과 커피 등 농산물을 수출하던 동남아 국가가 이제 제조업의 허브로 부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들 역시 동남아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 17개국 중견기업의 교류와 협력을 주선하는 민간단체인 아시아 비즈니스 동맹(ABA)이 12월 19일 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한국과 아세안, 인도 등 신흥국 기업과 한국 기업을 매칭시켜 사업 기회를 찾아내겠다는 구상이다. 

이경만 ABA 의장은 "한국-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인도 등으로 이어지는 남방 루트에서 경제 활력을 찾아야 한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중국이 아닌 아세안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외에도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과 신시장 개척 등의 이유로 한국 중견기업들 역시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로 이전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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