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관리직무, 경력, 소명....당신의 직업관은 무엇인가?

직무, 경력, 소명....당신의 직업관은 무엇인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개인이 일에 대해 갖는 태도는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상관없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일을 적절한 보상과 대가를 얻기 위한 ‘직무(job)’로 보느냐, 아니면 책임과 권한의 범위를 확대하고 더 높은 연봉과 승진 기회를 얻기 위한 ‘경력(career)’ 쌓기 차원에서 접근하느냐, 혹은 하늘의 부르심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소명(calling)’으로 바라보느냐다. 



일에 대한 개인의 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이 중 어느 한 가지 사고방식을 갖고 일하거나 동시에 두세 가지 태도가 혼재된 상태로 일한다. 가령 5년 전 KBS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천지간에 중요한 건 자신과 수당과 자격증뿐’이라고 믿는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 김(배우 김혜수 분)’이 직무중심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더 나은 성장과 발전, 학습기회를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커리어를 쌓아가는 경력중심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도 많다. 올해 초 JT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미스티>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배우 김남주 분)'과 같은 인물이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다. 
KBS 드라마 <직장의 신> 주인공 '미스 김'(좌)과 JTBC 드라마 <미스티> 주인공 '고혜란'(우)/출처 KBS(좌), JTBC(우)
물론 매 순간 모든 업무를 커리어 관리 차원에서 바라보기는 힘들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하기 싫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을 수시로 접하게 된다. 이럴 때는 그저 ‘오늘 밥값만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직무중심 관점에서 해치우는 게 현명하다. 이처럼 인간은 같은 사람이라 해도 때에 따라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일하게 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직무나 경력중심 사고방식의 경우 오로지 ‘나’라는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반해 소명중심 사고방식은 기본적으로 나 외에 다른 존재를 인식한다. 거룩한 부르심에 따라 나를 넘어 타인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이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목도할 때 보람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흔히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을 이야기할 때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 욕구가 피라미드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고들 하지만, 실제 매슬로는 말년에 자신의 피라미드 모델을 수정하며‘가장 높고 가장 포괄적이며 통합적’인 욕구로 자아초월(self-transcendence)을 제시했다. 이는 모든 인간에겐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뿌리깊게 박혀 있다는 뜻이다. 소명의식은 바로 자아실현을 뛰어넘는 최상위 욕구인 자아초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터를 만드는 리더의 책무

조직원 각자가 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질지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 즉, 자신의 직장을 생계를 잇기 위한 ‘호구지책’으로 받아들일지(직무중심 사고방식),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여길지(경력중심 사고방식), 아니면 인생의 ‘의미추구’를 위한 통로(소명중심 사고방식)로 여길지는 1차적으로 각 개인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조직원들이 일하는 일터를 아무런 기쁨도 보람도 느낄 수 없는 ‘밥벌이’ 장소로 만들지, 혹은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확신을 갖게 해 주는 ‘가치창출’의 장으로 만들지는 리더의 몫이다. 사람들 각자가 자신의 소명을 찾아나가는 데 있어 리더가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리더라는 위치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 헌신을 ‘무가치’하게 만들어 그들이 하는 일을 ‘무의미’하게 느끼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천직(天職)으로 여기고 투철한 소명의식에 붙들려 일하는 개인이라 할지라도 탐욕스럽게 사익만을 추구하는 악덕 고용주 밑에서 끝까지 버텨 낼 사람은 많지 않다. 뼈빠지게 일해도 그 수고를 알아주기는커녕 당연시하며 더 많은 성과를 내라고 닦달하는 리더만큼 사람들을 힘 빠지게 하는 건 없다. 본인의 직무와 상관없는 허드렛일이나 자질구레한 업무만 시키거나, 아랫사람의 이야기는 귓등으로도 안 듣고 독단적으로 지시만 내리는 상사도 마찬가지다. 불공평하고 부당한 인사 처리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할 경우, 아무리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도 자신의 일터에서 소명에 붙들려 일하기란 쉽지 않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에 리더라는 자리의 무게가 있다. 리더는 자신이 잘못 휘두른 권력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조직원들이 서로 존중하며,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많은 연구 결과, 자신이 하는 업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그 의미를 알게 되면 사람들의 동기부여 수준이 높아져 결국 더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업무 특성상 감정노동 강도가 심해 동기부여를 하기 어려운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애덤 그랜트(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실험 결과, 기부금 모금을 하는 콜센터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모은 돈으로 실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그 돈으로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지 대화하는 기회를 제공할 경우, 장학금 수혜자들과 직접적인 대면 접촉 없이 전화만 하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나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리더들에게 핵심 과제인 이유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를 위해 리더는 먼저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조직의 목적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로 표현하고 전달해야 한다. 이때 핵심은 리더의 진정성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갑질을 일삼는 리더가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라는 비전이나 ‘Excellence in Flight’라는 슬로건을 외친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소위 ‘조직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행해지는 모든 일들은 위선이나 가식, 거짓 없는 리더의 노력이 담보돼야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코리아 2018년 7-8월호 합본호
필자 이방실


* 필자 약력
- 서울대 영어교육과 학·석사, 미국 듀크대 MBA, 서울대 공학박사(기술경영)
- 한국경제신문 기자, 올리버와이만 어소시에이트, 동아일보 기자
- 저서 <머크 웨이(공저)>, <빅프라핏(공저)>. 역서 <탭(T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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