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관리영업팀장 : \"매출 먼저!\" vs 재무팀장 : \"영업이익률 먼저!\"... 백날 으르렁 대던 두 팀 협력시킨 비결?

영업팀장 : "매출 먼저!" vs 재무팀장 : "영업이익률 먼저!"... 백날 으르렁 대던 두 팀 협력시킨 비결?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949년, 미국의 컬럼비아대 총장은 결재 서류를 정리하다 특이한 내용을 발견했다. ‘학생들의 무더기 징계를 허락해 달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올려져 있었던 것. 이것을 본 총장이 보고서의 기안자를 불러 물었더니 학생들이 잔디 보호구역 표시를 무시하고 지나다니며 잔디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 실무자는 “아무리 출입 금지 표지판을 세우고 펜스를 쳐 놔도 막무가내입니다. 학업도 중요하지만 일단 인성 교육이 더 중요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이런 학생들에겐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라며 하소연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총장은 결재를 잠시 미루고 문제가 되는 잔디밭에 나가 직접 확인한 뒤고 총장은 이렇게 지시했다. “잔디밭 출입 금지라는 표지판을 치워 버리게. 대신,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길을 하나 만들어 주게. 학생들이 빠른 길로 이동할 수 있도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후 학교에선 잔디밭 때문에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갈등의 원인은 ‘잔디밭의 위치’ 때문이지 학생들의 태도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이동을 해야 하는데 잔디를 밟지 않으려면 주위를 빙 둘러 가야만 했고 이런 불편함 대신 ‘효율적인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
  
이 총장은 바로 몇 년 후 미국의 34대 대통령이 된 아이젠하워였다. 좋은 리더는 갈등이 생길 때 문제의 원인을 '사람'에서 찾기 전에 어떤 제도(Rule)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하는지를 먼저 고민하고, 가능하면 룰을 바꿀 방법을 찾아본다.



조직에서 생기는 ‘룰’에 의한 갈등, 해법은?

조직에선 어떨까? 합리적으로 운영될 것 같은 조직에서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많은 ‘잘못된 룰’이 존재한다. 영업팀과 재무팀 간에 흔히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갈등을 자세히 살펴보자.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생긴 영업팀과 재무팀이 다툰다. 먼저 영업팀장이 포문을 연다. “현재 책정한 가격은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비싼 편입니다. 매출 성장률을 높이려면 가격을 더 낮춰야 합니다. 요즘 영업 현장이 얼마나 치열한지 아십니까? 가격을 올리면 매출 성장은커녕 오히려 떨어질 겁니다.” 이 말을 듣고 재무팀장이 발끈한다. “많이 팔기만 하면 뭐 합니까? 요즘 영업이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제품 가격을 좀 더 올려 이익률을 높여야 합니다.” 

매출 성장률을 높이려면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영업팀장, 하지만 반대로 영업이익률을 올리려면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재무팀장. 이 둘은 상충되는 목표치(KPI)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안 생길려야 안 생길 수가 없다. CEO가 아무리 영업팀장과 재무팀장을 불러 ‘사이 좋게 지내라’고 설득해도 바뀔 수 없는 것이다. 
  
이때는 ‘룰’, 즉 KPI를 바꿔 줘야 한다. 예컨대 CEO가 “영업이익 총액을 높여라”는 걸 두 팀의 KPI로 지시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영업팀은 단지 매출 성장률만 높이기 위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싸게 팔 수 없다. 덤핑하듯이 싸게 많이 팔면 매출액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개당 영업이익은 낮다. 결국 CEO가 지시한 영업이익 총액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 재무팀은 어떨까? 재무팀 주장대로 비싸게 팔면 개당 판매금액에 따른 이익률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소비자들이 관심을 덜 갖게 되면 전체적으로는 팔리는 양이 줄어들고 영업이익 총액은 한계에 부딪힌다. 그렇기에 무조건 비싸게 팔자고 주장할 수 없다.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이라는 상충된 KPI를 영업이익 총액으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된다. 매일 싸우던 두 본부의 수장이 이젠 싸움이 아닌 토론을 하게 된다. 영업팀장은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 구조를, 재무팀장은 원가 구조를 파악해서 시장에서 많이 팔리면서 이익도 많이 남는 지점을 두 팀장이 같이 고민하게 된다는 것. 이처럼 둘이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것이 구조를 바꾸는 것의 힘이다. 



‘환경’을 바꾸면 갈등이 줄어든다!

IBM 80여년 역사상 최초로 외부에서 영입된 CEO 루 거스너 (출처 위키피디아)
구조적 문제를 KPI 조정으로 해결한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IBM이다. 1993년, 49억 7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던 IBM에 부임한 루 거스너 회장. 그는 IBM에 부임하고 나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IBM의 수많은 영업 본부직원들이 자기 본부의 제품만을 팔기 위해 IBM의 다른 영업 본부 제품들을 비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음을 알게 된 루 거스너가 취한 조치는 ‘성과급제 전면 개편’이었다. 그때까지 IBM의 영업직원들은 본부별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았다. 루 거스너는 이 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본부별 인센티브를 절반 이상 줄이고 그 대신 그룹 전체의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대폭 늘렸다. 특히 직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본부별 인센티브보다 그룹 전체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도록 조정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때까지 서로 다른 본부의 제품을 비난하던 영업사원들이 고객에게 더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는 걸로 바뀌었다. 내가 속한 본부의 성과만큼 조직 전체의 성과가 중요해 졌기 때문이다. 서로 비난하며 싸우던 내부의 갈등들은 자연히 사라졌다. 특히 소속 본부보다 그룹 전체의 성과에 많은 영향을 받는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루 거스너가 취임한 지 2년 만에 IBM은 30억 달러 흑자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상하 관계에서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이 중 조직원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것은 ‘상사의 수시 호출’이다. 업무에 집중하려고 하면 크고 작은 일로 자꾸 귀찮게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면 쓸데없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경영학에선 이런 문제에 대해 ‘Max 2’라는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영화 '오피스'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제도의 핵심은 상사가 부서원을 ‘호출’할 수 있는 시간을 2시간으로 정해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전10시부터 오전11시, 오후3시부터 오후4시, 이 두 시간 동안에만 부서원을 불러 업무를 지시하고 피드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서원들은 상사의 잦은 호출에서 벗어날 수 있고 리더들은 좀 더 효율적인 업무 지시를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인사 이동 시기에 생기는 소모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 많은 조직에서 인사 이동 시기를 앞두고 예민해진다. 우리 팀의 ‘일꾼’, 소위 엘리트 직원을 다른 팀에서 빼 가진 않을까 긴장하기 때문이다. 팀의 실적을 올려야 하는 리더 입장에선 당연한 고민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리더들 간에 쓸데없는 갈등이 생긴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현대카드는 이 문제를 ‘커리어 마켓’이라는 제도로 해결했다. 인사철에 부서장들은 사내에 올라온 이력서를 보고 본인 팀에 필요한 인재를 스카우트해 올 수 있었고, 직원들도 원하는 부서에 배치된 덕분에 퇴사자가 줄었다. 일방적 인사 명령 대신 인사 시스템에도 시장 논리를 도입하여 불만을 최소화한 것이다. 



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

집안 거실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TV 보는 아이 때문에 생긴 가족의 갈등. 해법은 뭘까? 갈등 관리가 안 되는 부모들은 “공부는 언제 할래” “나중에 커서 뭐가 될래”라고 말하며 계속 아이를 ‘협박’한다. 하지만 그걸로는 해결이 안 된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면 TV가 없는 거실을 만들어 버리는 방법이다. TV가 있을 자리에 책상이 있고 책이 있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이 하게 된다. 여기다 부모가 먼저 책을 보는 환경을 만든다면 아이는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대로 따라 하게 된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건 ‘대치동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가 아니다. 바로 이게 구조의 힘이다. 내 주변에서 생기는 갈등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룰’이 뭔지 따져보라. 그 제도를 살짝 비틀면 갈등이 즐거운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33호
필자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인터비즈 오종택,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찜하기이글을 다시 읽고 싶다면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