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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백화점은 적자에서 허우적-엉뚱하다 핀잔 듣던 '제주항공'이 주력기업으로 부상...이번이 전성기?

주력으로 밀어붙이던 백화점 사업은 적자에서 허우적거렸다. 정작 남들이 말리던 엉뚱한 항공사업에서 잭팟이 터졌다. 애경그룹 이야기다.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매출만 6000억 원 수준으로, 올해 매출 1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 시가총액 기준(약 8400억 원)으로 동종업계 매출 2위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약 7400억 원)을 제친지 오래다. 백화점 실적 부진으로 고심하던 애경은 항공업을 발판 삼아 관광 사업과 시너지에서 돌파구를 찾는 분위기다. 

1966년 출시된 국내 최초의 주방세제 '트리오' 출처 애경그룹
1990년대 백화점 진출 승부수가 먹히지 않아 휘청거렸던 애경은 계열사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참에 유통 빅3(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와 경쟁에도 불을 당길 것으로 보인다. 벌써 제2의 전성기라는 말도 나온다. 2007년 10년 내 재계 20위권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가 머쓱해진 애경(현 50~60위 권으로 평가받는다)이 이번에는 도약의 발판을 제대로 마련한 것일까. 애경그룹의 성장사를 돌이켜보면 성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비누공장 애경, 백화점으로 이미지 변화...최근엔 지방 백화점처럼 쇠락 우려도

애경그룹은 1954년 故 채몽인 창업주가 세운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에서 시작됐다. 전후 복구가 한창이던 초기에는 비누 회사로 출발했으나 대전에 공장을 차리며 각종 생활용품군으로 점차 확장해나갔다. 그 중에서도 1966년 출시된 국내 최초의 주방세제 '트리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회사의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비누공장이라는 이미지도 이때 형성됐다. 
장영신 회장이 1993년 애경백화점(현 AK플라자 구로 본점) 개점식 뒤 축하연에서 딸, 며느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둘째 며느리 이정은 씨, 장 회장, 큰딸 채은정 씨, 큰며느리 홍미경 씨. 출처 애경그룹
채몽인 창업주가 1970년 갑작스럽게 타계한 이후 부인이 회장직을 물려받아 경영을 이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82)이다. 장 회장은 자신의 화학 전공을 살려 삼경화성(현 애경유화)을 새로 설립하면서 기초화학 분야까지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애경은 비교적 빠르게 2세 경영을 시험대에 올렸다. 채 창업주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58)은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장 회장이 그룹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면 채 부회장은 주로 신사업 확장에 주력했다. 유통업 확장을 승부수로 내던진 것도 채부회장이다. 애경그룹이 1990년대 초 영등포공장 부지 창고를 활용한 신사업을 고민할 때 채부회장은 애경백화점(현 AK플라자)런칭을 주도한 것. 1993년이었다. 
애경백화점(현 AK플라자 구로본점) 준공 직후인 1993년 9월 촬영한 항공사진. 주변이 아파트 숲으로 가득한 현재 모습에 비춰 볼 때 20년도 채 안 된 기간의 구로 지역 발전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사진 제공 애경그룹
제조업체가 유통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건 너무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컸으나, 채부회장은 애경이 비누공장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수원역사, 평택역사 등 민자역사를 중심으로 차별화를 펼쳤다. 현재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에 이어 백화점 업계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생활용품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종합 그룹사(45개 계열사)로 위상이 커졌다. 
1994년 애경백화점에서 촬영해 방영한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한 장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애경백화점의 인지도가 크게 올랐다. 사진은 극중 백화점 사장 아들로 나온 배우 차인표 씨와 매장 판매 직원으로 나온 배우 신애라 씨. 출처 동아일보DB, MBC
그러나 백화점 유통사업 수익성만 놓고보면, 의문부호를 완전히 떼어냈다고 보긴 어렵다. 최근 소비침체와 소비패턴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7억 원이었다. 적자폭이 커지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분당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수원점은 롯데몰 수원점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이러다가 지방 백화점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제주항공이 그룹 성장 견인...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전환


유통업이 고전하는 것과 달리 출범 당시 '비누공장' 애경의 사업으로는 다소 엉뚱한 확장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제주항공'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 출처 동아일보DB
애경그룹은 2005년 출자금 150억 원으로 제주항공을 설립했는데, 최초 5년 간 누적 적자 700억 원을 기록하며 그룹사의 '미운 오리새끼'로 평가받았다.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었으나 고유가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추진력을 잃고 허우적댄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고유가, 고환율로 인한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당시 생소했던 저비용항공사라는 개념에 '싸구려' 딱지가 붙어 '저비용항공사 비행기는 많이 흔들린다', '프로펠러기를 타면 사고가 잦다'는 등 불안감도 여전했다. 무엇보다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여파가 컸다. 비슷한 시기 LCC 사업에 뛰어들었던 한성항공은 위기를 넘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제주항공 역시 자금상환 압박을 받으며 위기에 처해 있었다. 당시 면세점 사업권을 롯데에 넘기고, 유상증자를 통해 11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투입하며 어려운 와중에 제주항공에 오히려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출처 제주항공
제주항공은 단일기종에 투자하여 빠르게 수요를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보유 기종이 같다면 여러모로 이점이 크다. 우선 정비에 들어가는 부품이 줄어든다. 단일기종의 항공기가 30대를 넘어가면 패키지 단위로 계약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리스 계약을 할 수 있다. 관리와 정비 비용도 약 20% 가량 절약 된다. 또한 기종이 같기 때문에 조종사와 승무원이 모든 항공기에 친숙하다. 상황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대신 그렇게 절감한 비용을 안전과 IT시스템에 아낌 없이 투자하면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곳에서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제주항공은 2011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해 매년 두자릿수의 매출성장을 거두며 애경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반면 면세점 업계는 치열한 경쟁과 높은 임대료, 무엇보다도 연이은 수요 감소로 침몰하고 있다. 애경의 선택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구로 시대 마감하고 홍대로 이전...그러나 우려도

채 부회장은 올해 9월, 본사를 지하철 홍대입구 역에 그룹 통합사옥인 '애경타워'로 이전했다. 1976년 구로에 본사를 터 잡아 서울 서남권 기업이라는 인상이 강했으나,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선택을 내렸다. 

이전하는 신사옥엔 제주항공에서 운영하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 호텔도 들어선다. 항공과 쇼핑, 화장품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인 셈이다. 인천공항과 가까운 입지도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포·인천공항의 접근이 쉽고 호텔 저층부에 AK플라자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을 입점한다. 

애경그룹은 젊은층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홍대, 연남동 상권을 겨냥한 'AK&홍대 쇼핑몰'을 오픈했다.
정면에서 바라본 애경그룹의 신사옥 ‘애경타워’. 구로동에서 홍익대 앞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애경그룹은 올해를 ‘퀀텀 점프’의 원년으로 삼고 전년 대비 20%대의 영업이익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처 애경그룹
호텔·쇼핑몰 복합공간으로 탄생한 애경타워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통업계 빅3와도 규모를 갖추고 경쟁해보겠다는 구상이다. 백화점 시장에서 최근 약세를 떨쳐낸다면, 향후 신규점포를 계획중인 AK플라자 확장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반면 애경타워의 시너지가 생각보다 약하다면, 유통 분야에서 뚜렷한 반전 카드를 찾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애경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보다 여건은 좋다. 애경그룹은 올해 영업이익 20%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상반기 영업이익은 19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3% 성장했다. 그룹 핵심산업으로 자리잡은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의 매출액도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다. 애경타워의 성공 여부에 따라 재계 순위 판도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인터비즈 오종택,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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