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아마존 시대에 살아남는 日 오프라인 매장의 비결

아마존 시대에 살아남는 日 오프라인 매장의 비결

‘생선가게 씨~’, ‘야채가게 씨~’, ‘커피가게 씨'~


일본에서는 종종 가게를 부를 때 ‘~씨(さん, 우리말 독음 '~상')’라는 호칭을 붙인다. 아무 가게에나 붙이는 것은 아니다. NHK 방송문화 연구원에 따르면 이러한 호칭은 자주 이용하거나, 소규모, 가족경영, 독립점포, 이웃처럼 커뮤니케이션 하는 가게들에 붙는다. 쉽게 말하자면 친근함의 표시인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역민들과 친근한 관계를 맺어온 가게들 역시 아마존(Amazon)과 같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의 급성장에 따른 영향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살려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로컬 기업들이 있다. 그들의 사례로부터온라인에 맞서는 오프라인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편리함으로 일본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파고든 온라인 커머스

시장조사 기관 Statista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7년 기준 연 9.1%의 성장률을 보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1224억 6000만 달러(약 137조 9000억 원), 내년에는 1341억 달러(약 151조 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아마존 재팬, 라쿠텐, 야후쇼핑 3대 대형 플랫폼들이 일본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아마존 재팬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아마존 재팬의 5년간 매출은 연평균 성장률 17.2%를 기록했으며 작년에는 매출 1조 엔(약 10조 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아마존은 이미 일본 소비자의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다. 소비 데이터만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들은 지출금액 기준으로 의류, 가전제품과 같은 소비재(52.1%), 여행예약, 음식배달 등 서비스(35.4%), 온라인 게임 및 e북 등 디지털(11.7%) 순으로 많이 소비했다. 연 3만 9000엔(약 3만 9천 원) 만 내면 가입할 수 있는 '아마존 재팬 프라임'이라는 멤버십 서비스는 온라인 커머스의 일상화를 도왔다. 희망 날짜와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아마존의 빠른 배송 서비스는 바쁜 직장인들의 인터넷 주문을 이끌어 냈다.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들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출처 아마존 재팬 홈페이지)
특히 아마존 재팬의 경우 편의점이 발달한 일본의 특성을 잘 살렸다. 로손,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과 파트너쉽을 맺고 해당 편의점 브랜드로 배송지를 지정하면 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물건을 수령할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는 '갈라파고스화(자신들만의 표준만 고집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 두산백과)'로 악명이 높은 일본에서 아마존이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일 것이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모든 제품을 아마존에서 사진 않는다.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들이 대체할 수 없는 오프라인 상점들만의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닛케이비즈니스에서 소비자 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즐거움(47.5%)’이었다. 이어서 ‘가까움(39.8%)’, ‘점원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23.3%)’, ‘상품 진열이 매력적이거나 알기 쉬워서(20.4%)’ 순으로 응답했다. 이러한 니즈를 만족시켜 성공한 네 오프라인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아마존 시대, 일본의 오프라인 기업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1) 니토리(Nitori) - 철저한 SPA식 효율화
1967년 창업한 '니토리'는 현재 연간 5조 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리는 글로벌 SPA 가구 브랜드이자 일본 최초의 홈퍼니싱(home furnishing, 가구 외에 벽지, 침구 등 인테리어 소품으로 집안을 꾸미는 것) 업체다. 니토리의 회장인 니토리 아키오의 경영방침은 첫째도, 둘째도 저렴함이다. 그러나 가격을 위해 품질을 희생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자체 생산'이었다. 비싸서 널리 보급되지 못한 제품을 직접 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는 것이다. 이는 니토리를 일본 최초의 '제조·물류·소매업체'로 만들었다. 기획과 품질관리, 유통 및 판매를 수직계열화하는 SPA방식의 도입이었다.
60대 로봇으로 운영하는 니토리의 창고, '오토 스토어' (출처 KOTRA)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해외에 직접 생산 공장을 세워 인건비 등을 절약했고 제품 개발도 직접 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생산까지 직접 주도하자 비용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또한 물류 자동화를 적극 추진해 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했다. 로봇이 컨테이너의 입·출고를 자동으로 운영하는 창고 시스템, ‘오토 스토어(Auto Store)’로 작업효율은 3.75배가 향상했고 재고면적은 40%가 줄어들어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초기엔 비용 때문에 타협해야 했던 품질도 결국엔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생산 방식의 장점은 또 있다. 유니클로, 니토리와 같은 일본의 SPA 브랜드들은 아마존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존이 주는 충격에 쉽게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노무라 증권의 애널리스트도 '인터넷 쇼핑몰에 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체상품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니토리는 '철저한 비용 관리를 통해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 전략을 SPA 브랜드의 전형적인 전략을 철저히 지키며 성공할 수 있었다.

2. 츠타야 (TSUTAYA) - 아마존이 팔 수 없는 '체험'을 판다
1983년, 츠타야는 서점과 카페를 하나로 합친 컨셉, 북카페의 선두주자로 변화를 시도했다.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고객이 라이프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제공하고자 했고, 그는 고객들이 찾고자 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핵심이 책, 음악, 영화에 있다고 봤다. 이제 서점업은 단순히 책만 팔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츠타야는 거기서 더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더욱 진화된 점포를 앞세워 고객의 취향을 공략하고 있다. 후쿠오카시에 개점한 츠타야 롯폰마츠점은 ‘여행’, ‘음식’, ‘육아·학습’, ‘음악’, ‘패션’, ‘예술’ 등 6개 관으로 매장을 나누고 각 관에서는 테마와 관련 있는 상품을 진열하고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음식관에서는 요리 교실을 열고 식기나 조리 기구를 판매한다. 점포에서는 매일 1~2회 행사를 개최해 개점부터 10개월간 총 500회가 넘는 행사를 열어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책과 커피를 함게 즐길 수 있는 츠타야 (출처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츠타야의 매장의 큐레이션 시스템을 살펴보면 다소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서점처럼 단행본, 잡지, 문고판 등의 분류법을 사용하지 않고 관심 분야별로 책과 음반, DVD, 연관 상품 등을 함께 배치했다. 만약 영화를 좋아하는 고객이라면 커피를 마시면서 영화에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원작 소설을 읽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기존 방식으로 이런 욕구를 충족하려면 고객들은 서로 다른 매장을 여러 군데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츠타야는 도심 한복판에 공원과 카페, 서점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오프라인 매장 내에 조화롭게 배분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츠타야의 본질은 ‘상업용 매장’ 자체가 아니라 ‘지식과 체험 공간’이다. 이는 고객들이 ‘물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원하기 때문이다.
 츠타야는 숲속의 도서관, 오감으로 느끼고 즐기는 장소를 구현함으로써 고객들의 니즈에 적절히 부응하고 있다.

3. 무인양품 (無印良品, MUJI) - 지역 특성을 살린 개성 있는 매장
무인양품은 한국에서 'MUJI'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무인양품은 단순한 외관이지만 고품질의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종류도 패브릭, 가구·인테리어, 주방·생활용품, 화장품, 전자제품 등 집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든 제품들을 취급한다.

무인양품은 고객들을 점포로 유인하기 위해 매장 내에 레스토랑을 마련하고 카페를 입점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 3월에 리뉴얼 오픈한 오사카의 '이온(AEON)몰 사카이 키타하나다(堺北花田)점'에서는 신선제품 매장을 선보였다. 이 매장에서는 인근 지역에서 수확한 채소와 계절에 따라 항구에서 직접 조달하는 수산물을 판매하는데, 무인양품은 여기에 체험을 더했다.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무인양품의 이온몰 사카이 키타하나다점 (좌) / 사카이키타하나다 점에서 판매하는 가이센동 (우) (출처 MUJI Blog)
포장마차 같은 매대에서 좋아하는 생선을 고르면 초밥용 밥에 올려 ‘가이센동(해산물 덮밥)’을 즉석에서 만든다. 덮밥은 매장 내부 중앙에 위치한 넓은 공간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매장 안 식당에서는 이 밖에 샐러드와 가지구이, 시금치 그린카레 등 약 20가지의 요리를 제공하는 채소 중심의 뷔페도 운영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그 지역에서 나는 채소는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체험들을 중시한다”는 관점에서 이러한 지역밀착형 점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최근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개성있는 체험에 가치를 느끼는 고객들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성공을 거둬 현재 토요일이면 이 매장에 하루 3만 명의 방문객이 몰리는 등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4. 타케야 (Takeya) -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
타케야는 다이소와 유사한 일본의 저가 생활용품 쇼핑몰이다. 그러나 타케야는 저렴한 상품 외에도 고객과의 면대면 서비스에 특별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 타케야에서는 자전거, 손목시계,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제품별로 고객에게 전문적인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직원들을 상주시키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식의 전문적이고 밀착된 서비스야말로 아마존 같은 온라인 서비스와 차별화 되는 오프라인 매장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는 없겠지만 인건비 절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고객이 찾는 상품'과 '정말 필요로 하는 상품'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고객의 만족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타케야는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177명의 점원들이 고객과의 대화 후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
자료 출처 니케이비즈니스, KOTRA 나고야 무역관 종합
또한 이렇게 고객과 밀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타케야를 애용하는 열성고객도 많은 편이다. 1년에 무려 360일 이상 타케야에서 쇼핑 기록을 남긴 손님이 있는가 하면 “우리 집 물건은 모두 ‘타케야씨’에게 구매했다”고 말하는 고객까지 열성고객들의 반응이 인상적이다. ‘기업 대 사람’이 아닌 ‘사람 대 사람’을 생각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타케야의 직원들은 일본인 고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고객도 끌어들인다. 타케야 지점 중 외국인 고객을 타깃으로 한 스페셜 점포, '셀렉트 우에노(上野)점'에서는 기존 전문지식을 보유한 일본인 스태프와 외국인 스태프를 짝을 이루어 근무하고 있다. 외국인 고객 입장에서는 원활한 소통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타케야의 매출액은 2017년에도 8% 상승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타케야의 ‘가게 씨’ 전략은 아마존의 확장에 맞서는 효과적인 전략인 셈이다.


오직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이 닿지 못하는 역량에 집중 하라

화장품 매장에서 직접 피부색을 측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고객에게 딱 맞는 맞춤형 파운데이션을 팔 수 있다. 전기 면도기를 고르는 남성 소비자들 대상으로는 매장 내에서 털의 굵기, 자라는 빈도수, 피부 민감도를 테스트해 면도기를 추천한 뒤 셰이빙 크림, 애프터셰이브 스킨 등을 함께 판매할 수도 있다. 고객과 고객 간의 유대를 형성하는 지역 기반형 가게의 경우 물건을 사러 오지 않았어도 자주 가게에 들들게 만들어 하나라도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결국 아마존이 유통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마존이 팔 수 없는 것을 파는데 집중해야 한다. 아마존에 없는 상품을 개발하고, 상품보다는 체험을 판매하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힘쓰는 수밖에 없다.


 * 이 글은 KOTRA 해외시장뉴스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인터비즈 오종택,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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