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관리독하게 일하는 알파걸, 삶과 가정은 어디에?

독하게 일하는 알파걸, 삶과 가정은 어디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여성 최초 임원, 여성 CEO 등의 타이틀을 거머쥔 '알파걸'들은 여성 성공 사례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 처절하게 노력했다. 남자들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기업 임원이 된 알파걸이지만, 이들의 일하는 방식이 과연 일하는 여성 전체를 대변할 수 있을까. 개인의 삶과 가정을 희생해 조직에 헌신한 알파걸들은 여러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다. 알파걸이 아니어도 여성이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여성, 가정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성들, 독하게 일하라


미국 하버드대학 아동심리학자인 댄 킨들런 교수를 통해 알려진 '알파걸'은 공부, 운동, 대인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또래 남학생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보이는 엘리트 계층의 여성을 의미한다. 그리스 알파벳의 첫 자모인 알파(α)에서 유래해 '첫째가는 여성'을 칭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들은 여성 동기들이 여러 이유로 조직을 떠날 때 가정, 사생활, 감정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며 승진했다. 남자 동료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출장 가고, 회식에 참여하며 '여장부'의 면모를 보여야 했다.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겐 심한 경우 잉여인력이란 평가가 내려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조직은 여성들에게 중요한 업무나 프로젝트를 맡기지 않는 '마미트랙(mommy track)'을 암암리에 도입하기도 한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마미트랙은 여성의 승진이나 직업상 기회를 제한하는 편견을 강화하는 데 사용됐다.


아이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기업은 너무 많은 지출을 해야 하므로 아이 없이 직장만을 지향하는 여성과 남성에게만 승진의 기회를 주고, 아이가 있는 직장 여성들은 그와는 분리된 트랙을 밟도록 해야 한다.


1989년 경영 컨설턴트였던 펠리스 슈워츠가 주장한 마미트랙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결국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지만, 마미트랙은 영한사전에 기재될 정도로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알파걸들은 이런 조직 문화 속에서 딜레마에 직면했다. 가정은 여성이나 남성에게 모두 중요한 가치임에도 여성이기 때문에 가정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임원급 여성들을 인터뷰하면 직장에서 자녀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조직에서 여자로, 엄마로 인식되는 것이 싫어 더욱 독하게 일했다고. 문제는 알파걸들이 여러 가지 심리적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소평가, 억압... 알파걸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

그중 하나가 '가면 증후군'이다. 1978년 미국 임상심리학자 폴린 클랜스와 수잰 임스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가면 증후군은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외면하고 '나는 자격이 없는데 운으로, 또 주변 사람들을 속여 이 자리에 온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불안해하는 심리를 말한다. 배우 나탈리 포트먼이 2015년 모교인 하버드 졸업식 행사에서 한 말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녀는 '레옹'의 마틸다로 데뷔해 '블랙스완'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입학 당시) 나는 이곳에 어울릴 만큼 똑똑하지 않은데 뭔가 실수가 있었던 것 아닐까
- 나탈리 포트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면 증후군은 대기업의 CEO, 공공 부문의 상급 관리자 등 조직에서 높은 성취를 거둔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일부 연구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높은 성취를 거둔 여성에게 가면 증후군이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특히 알파걸들은 조직에서 업무성과 외에도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넘은 인재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이중의 압박을 느끼며 성장한다. 자신의 성취를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압박을 느끼면 성공한 후에도 스스로의 실력에 회의를 갖고 검열이 심할 수밖에 없다. 

알파걸들은 자연스러운 여성성을 지나치게 억압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여성성과 남성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에 적응하면서 한쪽의 성을 더 발달시키게 된다. 특히 남성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남성은 자신 안의 여성성을 억압하고 남성성을 드러내고, 여성도 남성적 가치를 높게 생각해 고유한 여성성을 누르고 남성적인 면을 발달시킨다. 남성적 가치를 내재화한 여성은 사회와 조직에서 강인하고 능력 있는 존재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중년에 들어서며 억눌러온 여성성과 화해해야 하는 무의식의 요구를 여러 면에서 느끼게 된다. 

조직에서 임원의 자리에 오른 여성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배려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을 한다. 그동안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남자들 못지않게 열심히 살아오느라 감정을 잘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성향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본인을 무섭게 느낀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성공한 여성들의 잘못이 아니다. 감정적이고 여성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억압하고 더욱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조직에서 상급자가 돼 직원들을 포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출처 드라마 <미스티> 캡처
흔히들 같은 고난을 겪은 사람끼리 상대방의 어려움을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성공할수록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 더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를 증명한 연구가 있다. 차가운 미시간 호수에 뛰어들기로 한 참가자들에게 추위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포기한 가상의 참가자 '팻'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호수에 뛰어든 참가자들은 뛰어들지 않은 사람들보다 팻에게 덜 공감했다. '이걸 왜 못하지'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단지 같은 경험을 했다고 공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알파걸같이 성공한 여성들도 다른 세대, 다른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 공감하기 힘들 수 있음은 물론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알파걸은 자신의 활동이나 앞으로의 행보가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것을 불편해하기도 한다. 여성 멘토들이 성과가 입증되지 않은 여성 멘티를 맡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과가 좋지 않은 여성 멘티의 경우 그것이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젠더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젠더라는 틀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개인으로서 인정받은 여성 상급자로선 저성과 여성들로 인해 다시 젠더에 대한 편견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여성 상급자들은 때론 저성과자인 여성 직원을 불편해하거나 거리를 두고 싶어 하기도 한다. 


성 중립적 조직 문화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여성 인력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한 연구에서 "여성과 남성이 사실 별다른 차이가 없고 매우 비슷한 집단"이라는 기사를 읽은 여성들과 "여성은 남성과 다르고 그러한 차이는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는 기사를 읽은 여성들에게 기사를 읽은 전후의 자존감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없고 비슷한 점이 많다"는 기사를 읽은 여성들은 "나도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라는 항목에 더 높은 응답을 기록했다. 이는 "남성과 다른 특성을 가진 여성"이라는 관점이 여성들 스스로의 능력을 제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성에 중립적인 조직문화를 가질수록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 젠더 이슈가 담긴 단어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알파걸'이나 '홍일점' 같은 단어는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짓는 단어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여성이라서' '결혼했으니까'와 같은 프레임은 그 사람의 역량을 제한하고 말하는 사람의 편견을 심화시킬 수 있다. 각 구성원을 성별이 아닌 개인으로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 여성들에게도 동일한 직업적 기대를 전달해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이 어렵다거나 경력의 단절이 예상된다면 여성들은 경력을 위해 노력하는 목표를 낮게 설정할 수 있다. 이는 여성들의 인식 문제라기보다 그러한 목표가 현실적이라고 느끼게 하는 조직의 문화와 암묵적인 동의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여성리더십연구원이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의 '대기업 여성 관리자 양성을 위한 조직문화와 리더십 연구'에 따르면 입사 당시부터 임원 이상을 목표로 하는 여성은 40%의 비율로 낮았다.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급은 부장이 가장 많았고, 이미 관리자에 오른 여성 임원과 부서장 중에서 CEO를 목표로 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조직의 낮은 기대와 마미트랙의 존재는 여성들의 성취를 향한 동기를 낮게 한다. 동기가 낮아짐에 따라 여성은 조직에서 높은 성취를 이룰 기회가 줄어든다. 따라서 여성 인력을 제대로 육성하고 활용하려면 남성 인력과 다른 기대나 트랙으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3) 여성 인력들에게 적극적으로 멘토와 스폰서를 제공해야 한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충고를 하는 멘토나 경력상 이끌어줄 스폰서를 가지는 비율이 낮다. 멘토를 맡을 만한 여성 상급자들의 수가 적은 것도 그렇고 여성이 근본적으로 남성과 다르다는 인식 또한 멘토링 관계 형성에 걸림돌이 된다. 그러나 여자 직원들을 멘티로 둔 남성들은 여성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가 남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여성 상사를 가까이에서 본 직원들은 여성에 대한 업무적 편견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알파걸이 아니어도 여성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남녀의 편견이나 구별 없이 동등한 '조직원'으로 대하는 조직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일을 통해 의미를 찾고, 자아를 실현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함께 근무하는 분위기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러면 여성은 더 이상 차별을 극복하고, 남성스러움을 장착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6호
필자 이경민

인터비즈 문채영,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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