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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6세 베테랑' 추신수가 쏘아올린 대기록, 중년들은 어떻게 두 번째 전성기 일궜나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 선수 (출처 위키피디아)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올해 추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52경기 연속 출루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처음으로 올스타에도 선정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전 시즌인 2017년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활약 때문에 고액 연봉, 고령자인 그를 두고 꾸준히 트레이드 루머가 나돌았다. 그러나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그는 끝내 위기를 극복했다. 올해 만 36세로 은퇴를 고려 할 나이에도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다시 한 번 버텨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자신의 강점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년 또한 마찬가지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를 맞아 다양한 도전과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럴 때 일수록 자신의 강점을 잊지 않고 인생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계속해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추신수처럼 다시 한 번 최고의 시즌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열려 있다는 것이다.



나만의 진정한 강점 구역을 찾기 위한 '인생 질문'
워런 버핏 사무실의 테드 윌리엄스 타율 분포도 (출처 HBO 다큐멘터리, 'Becoming Warren Buffett')
위대한 투자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사무실 벽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정규 시즌 타율 4할을 달성한 전설적 타자 '테드 윌리엄스'의 타율 분포도가 액자에 담겨 걸려있다. 그는 테드 윌리엄스로부터 투자전략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조차 모든 공을 잘 치진 못했어요. 바깥쪽 아랫부분은 2할 2푼대로 떨어졌습니다. 만약 그쪽에만 집착했다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 해요. 강점존을 벗어나지 않았기에 최고 성적을 낼 수 있었지요.”

드라마틱 하게 반전에 성공한 추신수 역시 자신의 강점에 집중한 케이스다. 미국 CBS 뉴스는 추신수의 적게 휘두르는 자제력과 나쁜 공을 참아낸 인내심에 주목했다. 메이저리그 타석에서 100개 투구가 날아온다고 상상해보자. 올해 상반기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평균 46.4번, 추신수는 40번만 스윙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을 쫓아가 스윙하는 비율이 평균 28%일 때 추신수는 21%를 기록했다. 나쁜 공의 유혹을 더 참아냈다. 그는 참고 기다렸다가 강점존에 공이 들어오면 안타와 홈런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신만의 '강점 구역'을 갈고 닦을 수 있을까?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자신의 강점을 찾아낼 수 있는 '인생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유한다. 
고교 시절 짐 콜린스는 수학을 잘했다. 그래서 대학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했다. 공부도 재밌고 학점도 괜찮았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수학시험을 볼 때였다. 그는 3시간을 채워 겨우 문제를 다 풀었는데 20분 만에 모든 문제를 풀고 시험장을 빠져나가는 친구들을 보게 됐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수학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수학을 좋아하지만 평생 탁월하게 잘 해낼 수 있는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짐 콜린스의 '인생 질문' 도식 (출처 stanford.edu)
그는 스스로에게 3가지 질문을 던졌다. ①Good at -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②Born to Do -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는가? ③Pay you to Do - 무엇으로 경제적 안정을 얻을 것인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람스 교향곡을 수백 번 듣는다고 해서 동전 한 푼 벌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진로를 바꾸기로 했다. 대학 졸업 후에 MBA를 선택했고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18개월 일했다. 다음으로 휴렛팩커드(HP)의 제품 매니저로 일했다. 그러나 3년 차가 되자 열정은 바닥나고 무료함이 찾아왔다. 다시 ①②③의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대답을 찾기로 했다. 즉흥적인 결정을 피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관찰 기록을 2년 동안 적어갔다. 

두 가지 뚜렷한 패턴이 드러났다. 복잡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즐겼다. 남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나누는 열정도 발견했다. 저술 활동과 경영 대학원 강의에 전념하는 계기가 됐다. 스탠퍼드 MBA에서 ‘최고 강의상’도 받았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사람'이었다. ①자신이 잘하고(Good at), ②소명의식을 느끼며(Born to Do), ③경제적인 성과(Pay You to Do)까지 모두 겹치는 공통분모를 찾았지만 행복감이 충만하지 않았다. ④누구와 함께하는지(Who)에 따라 ①②③ 전체의 만족도가 좌우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스탠퍼드경영대학원의 교수직에서 물러나 독립적인 경영연구소를 설립했다.


중년은 '인생의 가을' ... 새롭게 진로를 찾아가는 제2차 성인기


직장과 일에 대한 질문만으로 인생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는 없다. 모두가 청춘에 머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 매년 신인이 등장할 때 고참 선수들은 언젠가 자신이 떠나야 할 경기장을 지켜보는 풍경이 동시에 일어난다. 올 상반기 메이저리그에서 100타석 이상 출전한 타자는 모두 153명이다. 그중에 서른다섯 이상은 딱 5명이었다. 추신수 같은 최고참 그룹은 선뜻 회사를 옮기기도 어렵고, 대책 없이 사표를 쓰기도 곤란하다. 그래서 중년의 심리상태는 복잡하고 곤혹스럽다.
칼 융(1875~1961) (출처 위키피디아)
그런 의미에서 진로 탐색은 중년에게도 중요하다. 정신의학자 칼 융의 사례가 참고할만 하다. 1913년 칼 융은 학문적 입장 차이로 자신에게 사상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 프로이트와 결별한다. 그리고 곧바로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다. 이후 그는 기나긴 중년의 위기를 경험한다. 칼 융은 군의관으로 포로수용소에서 복무한다. 전쟁, 정서적 방향 상실, 직업적 불확실성으로 단조롭고 힘겨운 시간이 이어졌다. 그때 칼 융은 자신의 생각, 감정, 꿈, 연구를 붉은색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솟아나는 감정이 정신을 위협할 때 요가, 명상, 놀이치료, 상상, 그림 그리기, 모래 쌓기, 메모를 이어갔다.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고, 듣고, 기록했다. 칼 융은 52세까지 계속 자신의 중년을 탐구해 나갔다. 중년의 위기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론을 완성하는 기회로 전환한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겪었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아’와 ‘자기’에 대한 중요한 발견이 깊어졌다.
칼 융의 저작에서 중년 위기만을 따로 분석한 제임스 홀리스의 연구를 압축했다
칼 융은 제1차 성인기를 40세까지로 구분했다. 20대에 육체적 성숙은 완료되지만 사회적 성숙은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학업, 직업, 사랑, 결혼, 육아, 승진 등 개인이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제들이 30대 말까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제1차 성인기는 무한정 연장될 수 없다. 신체적 쇠약, 직장에서의 위기, 정체성의 혼란, 열정의 고갈, 새로운 시도가 뒤섞이며 중년은 위기를 겪기 때문이다. 제2차 성인기는 세상과 자신에 대한 환상은 사라지고 환멸, 좌절, 무기력이 강화되는 시기다. 한마디로 인생의 가을 구간에 해당된다.

칼 융은 중년 위기를 극복하는 중간역의 이름을 개성화(individuation)라고 불렀다. 개성화는 자기다움으로 건너가는 환승역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환경에서 인격의 근원인 자기에 도달하려는 기간이다. 1차 성인기에 맡은 배역의 가면(페르소나)을 벗고 무대에서 벗어나 진정한 내면을 직시하라고 권한다. ‘변하지 않으면 분노로 시들고, 다시 성장하지 않으면 내면의 붕괴를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자신의 명함과 이력서의 효력이 조만간 끝날 것이니 다음 단계로 이행하라고 권유한다. 개성화로 가기 위한 칼 융의 첫 번째 처방은 고독한 시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자신에 대해 메모를 시작해볼 일이다. 그 밖에 독서, 산책, 여행, 낙서하기 등 무엇이든 자신만의 방식을 시도하길 권한다.
출처 최광근씨 제공
2003년, 한 중년 남성이 고민에 빠졌다. 입사 28년 차에 통신 분야 대기업 고객센터장으로 승진했지만 마음은 복잡했다. 정년까지 버틸 것인가? 어느덧 나이는 오십 대 초반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현재 그는 ‘작가님’ ‘선생님’ ‘교수님’으로 불린다. 자신만의 옹기공방을 열어 작품 활동을 한다. 경제 활동을 이어가며 대학과 체험 강좌에서 강의한다. 충북 청원군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최광근씨 이야기다.

그는 나이 80대까지 내다보고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퇴직을 준비하며 새로 도전할 만한 분야를 적었더니 20가지가 목록에 펼쳐졌다. 모두 실험할 수는 없었다. 그저 마음이 끌린다고 덜컥 선택할 수도 없었다. 자신만의 기준을 정리했다. ①내가 좋아하는 일 ②80살까지 할 수 있는 일 ③일정한 수입이 들어오는 일 ④자식과 주변에 부끄럽지 않은 일 ⑤내가 죽은 후에도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일, 총 5가지 기준을 정했다. 이 기준에 20가지 후보를 하나씩 대입해봤더니 모두 탈락하고 딱 한 가지가 남았다. 도자기 공예였다. 

여주대 도예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얼마나 가나 보자’ ‘그 나이에 무슨 도자기냐’며 비웃는 시선들이 많았다. 타고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도자기는 만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저 어린 시절부터 손으로 무엇인가 만들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도예과를 졸업하고 시골에 살 집과 공방을 차리고 가마를 설치해 계속 작품을 만들었다. 공방에서는 판매와 체험 교실을 운영하고 외부 강의를 이어왔다. 한발 더 나아가 옹기 제작에 관한 전문서 집필과 체험 프로그램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일은 모교에서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중년, 인생의 나침반과 항로를 점검하는 시기

중년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있다. 다만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할 수 있어야 좋은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다. 중년은 인생 지도를 업데이트하고 최적 경로를 재탐색하는 기간이다. 각자의 삶의 궤적이 다른 만큼 서로 다른 항해 지도가 그려질 것이다. 그럼에도 인생 경로를 성공적으로 재탐색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에게서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자신이 속했던 전문 분야의 전통적 관행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개성화를 이뤘다. 남의 길을 마냥 따라가지 않았다. 둘째, 세상에 태어날 때 지니고 나온 자신의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휘하기 위해 분투했다. 어디까지 가능한지 미리 알 수 없어 스스로 증명하고자 했다. 셋째, 중년에 이르러 다시 근본 질문을 던졌다. 풍부한 삶은 자신만의 통찰력, 인내력, 실행력을 결합해 끊임없이 항해에 나서야 얻을 수 있다. 앞선 항해자들이 남겨놓은 지도를 타산지석 삼는다면 자신만의 항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DBR 2018년 9월 호 <중년은 인생지도를 업데이트하는 기간, 못 치는 공은 참고, 잘 치는 공 노려라>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7호
필자 송규봉 GIS United 대표

인터비즈 오종택,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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