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앤라이프성과창출에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독(毒)되는 스트레스

성과창출에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독(毒)되는 스트레스

뇌과학과 경영
(24) 스트레스는 뇌 안의 창의력을 억누르는 주범 - 上


대한민국 40대의 사망률은 유감스럽게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도한 업무에 따른 부담감, 야근과 철야, 주말 근무 등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피로 누적,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벗어날 수 없는 막중한 경제적 책임감과 고용에 대한 불안감, 상사나 선후배 동료들과의 껄끄러운 인간관계 등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40대의 건강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상시화되면서, 앞날에 대한 뚜렷한 보장 없이 기계처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회의감을 느끼며 불안한 심리상태에 빠져드는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문적인 치료를 요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겪는 직장인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들 중 절반은 상황이 좋을 때나 휴가를 내고 쉴 때도 이유 없이 마음 한 편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부동성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과도한 업무나 야근에 시달린 후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번아웃 신드롬(burn out syndrome),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직장생활에 지나치게 몰입함으로써 마음의 병을 앓는 과잉적응 증후군, 아침에 일어나도 기분이 무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조간 증후군, 대규모 구조조정 후 살아남은 조직 구성원들이 겪는 심리적 황무지 현상인 ADD(After Downsizing Desertification) 증후군 등 직장인들이 겪는 정신적 질환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모든 증상들의 배후에는 스트레스가 도사리고 있다. 스트레스는 각종 질환을 유발해 건강을 해치고 소중한 인적자원의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원들은 조퇴나 결근을 자주 하는 앱센티즘(Absenteeism)이나 회사에 출근을 해도 일을 하지 않는 프레젠티즘(Presentism)이 늘어나게 된다. 나아가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사고력을 떨어뜨리고 창의성을 저하시켜 생산성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방치하는 것은 소중한 인적자산과 성과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다.
스트레스, 성과창출에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독(毒)
흔히들 스트레스를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스트레스란 뇌에 주어지는 모든 자극을 통틀어 말한다. 부정적인 자극뿐 아니라 긍정적인 일들도 모두 스트레스다. 적당량의 스트레스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위협이 닥친 상황에서 ‘도전과 회피(fight-flight)’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개인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두뇌가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온갖 위험상황에서 그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음으로써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신경세포간의 연결을 더욱 강화해 각성상태를 이끌어 정신적 기능이 향상되도록 돕는다.

심리학자인 로버트 여키스(Robert Yerkes)와 존 도슨(John Dodson)은 쥐를 대상으로 한 미로탈출 실험에서 약간의 전기충격을 가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적정한 자극이 집중력과 주의력 향상을 가져옴으로써 성과 향상을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전기충격이 일정 강도를 넘어서자 쥐들은 기민성과 집중력을 잃고 미로를 탈출하는 능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이 때 주어지는 자극을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는데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의욕마저 상실하게 된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과제에 대한 집중도와 흥미를 높여주지만 지나치면 불안감과 의욕 상실을 불러올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편도체에서 시상하부를 자극하고 뇌하수체를 통해 부신피질을 자극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한다. 그러면 부신에서 단계별로 스트레스 상황에 적합한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렇게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부신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스트레스 축'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축/출처 https://openi.nlm.nih.gov
제일 먼저 노르에피네프린이 교감신경계를 통해 신호를 보내면 부신은 일명 아드레날린이라고 하는 에피네프린 호르몬을 혈액 속으로 내보낸다. 혈압이 높아지고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지는 등 스트레스에 따라 신체적인 흥분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이 분비된다. 코티솔은 신진대사의 교통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한 문제를 서둘러 해결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포도당을 혈액 속에 분비하라고 간에 신호를 보낸다. 또한 포도당이 뇌로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신체로 가는 인슐린을 차단하고, 에피네프린이 활동하면서 소모한 저장 에너지를 다시 채워 넣는 데 단백질을 글리코겐으로 전환하고 지방을 축적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이어지게 되면 이러한 과정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되어 여분의 연료가 복부에 지방의 형태로 축적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심리적 허기를 느끼게 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음식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 채 소모되지 못한 에너지가 지방 형태로 축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아가 코티솔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혈액 내의 포도당 수치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반면 인슐린 성장인자의 수치가 낮아져 신진대사의 불균형으로 인한 당뇨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신체가 질병에 취약해져 치명적인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고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로 인한 두 번째 영향은 사고력과 집중력의 감소에 있다. 하루에 뇌가 필요로 하는 포도당의 양은 약 120g에 달하는데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코티솔이 포도당을 끊임없이 공급해줘야 한다. 뇌는 동시에 여러 가지 기능을 할 수 없는데 뇌의 한 가지 기능이 활성화되면 다른 기능은 잠시 멈춰야 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닥치게 되면 뇌는 우선적으로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스트레스 축을 활성화시킨다. 스트레스 축은 주어진 스트레스 유발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두뇌로 공급되는 모든 포도당을 소모하게 된다. 스트레스 반응에 에너지를 빼앗기게 되면 사고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전전두엽은 그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사고력은 저하된다. 긴급한 비상상황에서 119와 같은 비상번호가 퍼뜩 떠오르지 않는 것이 하나의 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적당한 농도일 때는 뇌를 자극해 각성상태를 유지하고 집중력을 높이도록 만들어주지만 스트레스가 지나칠 경우 필요 이상으로 분비돼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렇게 사고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는 이유는 신경세포의 파괴 및 신경재생의 억제로 인한 것이다. 코티솔은 그 양이 적당할 경우에는 해마라는 기관에서 글루탐산염, 신경세포 성장인자, 세로토닌,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등 다양한 물질의 흐름을 증가시켜서 장기 기억 강화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가벼운 스트레스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신체가 기능을 회복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충분한 양이 체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도체는 고장 난 경보기처럼 끊임 없이 코티솔을 분비하라고 요구하고 그 양이 위험 수준에 이르게 된다. 코티솔의 양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신경세포간에 전기적·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 시냅스의 연결이 끊어지고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신경전달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상돌기가 수축되어 신경세포들이 사멸되고 만다.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코티솔의 양이 과다해지면 글루탐산염이 두뇌의 해마를 물리적으로 파괴해 건포도처럼 오그라들게 만든다. 해마는 기억과 관련된 두뇌 영역으로 이 영역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새롭게 학습한 내용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어 해마에 상처를 입게 되면 기억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업무수행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만화를 보고도 웃지 못하는 이유
스트레스가 미치는 세 번째 영향은 그것이 전전두엽을 활용하기 어렵게 만듦으로써 의사결정에 필요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위스콘신대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 스트레스는 명확한 판단을 방해한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전전두엽이 이끄는 주의력의 균형을 이른바 ‘감각 경계 상태(sensory vigilance mode)’로 옮겨가도록 만든다. 감각경계상태는 편도체를 비롯해 위협에 민감한 부위들, 즉 변연계의 지배를 받는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 주변의 정보를 잘못 해석하게 만든다. 중요한 일들을 무시하고 잠재적인 위협이라고 잘못 해석한 것들 때문에 주의가 흐트러지게 된다. 주의가 흐트러지면 외부의 정보를 잘못 인식하고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케이블 드라마 <비밀의 숲(2017)>에 출연해 감정 없이 오직 이성으로만 세상을 보는 검사 황시목 역할을 맡았던 배우 조승우/출처 tvN 비밀의 숲 홈페이지
스탠퍼드대 학자들이 56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 가지 유형의 만화를 보고 내용 이해도와 우스운 정도에 점수를 매기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 실험에서 불안감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정신 상태를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의 농담을 듣고 즐거워할 능력이 떨어졌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는 농담을 들어도 웃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사고력과 판단력을 저하시켰음을 알 수 있는 결과다. 직원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아무리 리더가 긍정적이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해도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유념해야 하는 이유다. 

* 미표기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참고문헌]
1. 존 레이티, 에릭 헤이거먼(2010). 운동화 신은 뇌. 북섬
2. 캐서린 러브데이(2016). 나는 뇌입니다. 행성B
3. 헬렌 피셔(2018). 뇌를 읽다. 빈티지하우스


필자 양은우

필자 약력
- 고려대 산업공학과 학·석사, 일리노이주립대(UIUC) 경영학 석사
- 한국능률협회 전임교수
- 저서 <관찰의 기술>,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워킹 브레인>

인터비즈 콘텐츠팀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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