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꼭! 가고 싶습니다! 박카스가 국민 음료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소비자 공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고객이 물건을 사게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유인은 무엇일까? '기술력'으로 오해하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의외로 기술의 우월함이나 참신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구매 유도의 핵심은 고객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즉 '공감'에 있다.

기술은 도구일 뿐 결국 시장을 창조하는 것은 소비자 공감이다. 따라서 기업 마케팅의 주축은 소비자 공감을 최대한 이끌어내서 제품 매출이나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영역이어야 한다.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공감을 끌어내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감의 4가지 요소(표현, 정서, 인지, 행동)를 중심으로 '공감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정서적 요소 - '드라마'와 '스토리'로 마음을 사로잡아라

정서적 요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브랜드는 주로 장수 브랜드인 경우가 많다. 인지도가 높고 역사가 깊은 만큼 자신만의 드라마를 설정하기도 쉽다. 이를 '내재된 드라마(Inherent Drama)'라고 한다. 문제는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해 소비자들을 공감토록 할 수 있느냐다.

동아제약 박카스는 제품에 내재된 드라마를 정확하게 잡아내 가장 성공적인 소비자 호응을 일군 브랜드 중 하나다. 1960년에 '박카스 정'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시된 박카스는 '피로회복제사실 피로회복제는 틀린 표현이다.'원기 회복제', 혹은 '기력 회복제'가 맞는다. 하지만 워낙 일상 용어이므로 본 기사에서도 '피로회복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라는 힘찬 속성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역사 탓에 '중장년 음료'라는 이미지가 씌워져 있었다. 말하자면 브랜드 노후화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이에 박카스는 제품 속성에 내재된 '열정', '젊음' 등의 드라마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 게임 더 해?', '젊은은 나약하지 않다', '꼭 가고 싶습니다!' 등, 광고 카피마다 유행을 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박카스 CF - 꼭 가고 싶습니다 편 (2003)
젊은이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들이 연이어 성공하며 '아저씨 피로회복제' 이미지를 탈피한 박카스는 2010년대부터는 전 세대를 대상으로 광고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장한 콘셉트가 '대한민국에서 OOO으로 산다는 것'이다.

이 스토리 시리즈의 기본 골격은 '내가 처한 현실이 다른 누구보다 힘들다'였다. 사표를 내고 싶어 하는 직장인, 그 직장인을 보며 부러워하는 취업 준비생, 누워서 TV 보는 취업 준비생을 부러워하는 이병 군인, 그 이병을 부러워하는 직장인의 모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그리고 '풀려라 4800만, 풀려라 피로!' 카피가 나오며 마무리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LtPPV2I1nC4
[CF] 박카스 (대한민국에서 OOO으로 산다는 것)
이 광고는 팍팍한 현실에서 힘들어하는 대한민국 일반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겪어봤을 에피소드(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는 생각)를 박카스라는 제품의 특징(피로회복제)에 어울리는 드라마 소재로 활용한 덕분이다. 


인지적 요소 - 백 번 보고 듣느니 한 번 체험이 낫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도 옛말이다. 지금은 '백문불여일험(百聞不如一驗)' 시대다. 백 번 보고 듣는 것보다 한 번 '체험'해보는 게 낫다는 소리다. 마트에서 시식 코너를 운영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체험한 소비자는 그 경험을 혼자만 지니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공유하려 한다. 이렇게 소비자의 체험담을 전달해 제품에 대한 신뢰와 친근감을 높여 소비자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증언 마케팅', 혹은 '증언 광고'라고 한다. 

증언 마케팅과 증언 광고는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이므로 신뢰와 친근감을 형성하기도 쉽다. 때문에 과장된 표현은 자제하고, 자신의 느낌을 친구들과 대화하듯 담담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말리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말리부는 실제 사고를 당한 차주가 등장해 사고가 난 원인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큰 부상 없이 안전할 수 있었는지를 증언한다. 이후 "누군가의 기적, 누군가의 믿음을 말리부는 안전이라 말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실제 사고를 경험한 사람이 광고에 등장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제품 특징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증언 광고다.
2018 말리부 미국 모델 / 출처: 미국 쉐보레 공식 홈페이지
최근 들어서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 유포하는 광고들이 대체로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나 실제 참여자의 '후기'가 중요한 유료 스터디 그룹, 다이어트 식품 광고 등이 그렇다. 
직접 참여자의 참여 후기를 물어보는 인터뷰 형식 동영상이나, 텍스트와 이미지를 이용해 작성된 기사 형식 블로그 후기 등이 대표적인 증언 마케팅 사례다 / 스터디서치 공식 페이스북 광고 캡처(좌), 네이버 블로그 캡처(우)
실제 상품(스터디나 제품)을 경험한 사람이 광고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상품 특징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공감을 부르는 대표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이런 유의 광고가 너무 많이 쏟아지는 탓에, 오히려 더한 불신을 부르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행동적 요소 - 소비자 참여를 유도해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라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공익 추구를 자사 마케팅 활동에 접목시키는 것도 소비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일방적 기부나 사회 공헌은 그때그때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소비자들과 직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기부를 하더라도 소비자와 함께 하는 활동을 추진하는 게 좋다. '내가 하는 구매가 기부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소비자 공감을 높인다. 이는 결국 기업 매출 증대 및 이미지 향상이라는 일거양득의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종류의 마케팅 방식을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라고 한다. '코즈 마케팅'으로 성장에 큰 도움을 얻은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가 바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국내 발급은 삼성카드가 맡고 있다 / 출처: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홈페이지
1984년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때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고객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 신규 가입할 때마다 1달러의 성금을 복원에 기부한다'는 마케팅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자유의 여신상 복원에 소시민인 내가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 거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 / 동아일보DB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카드 사용량 28%, 신규 회원 17% 증가라는 성과를 얻었다. 그렇게 조금씩 모인 총 보수공사 기금은 약 170만 달러에 달했다.


표현적 요소 - 소비자 관점에서, '디테일하게' 접근하라

동일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그 아이디어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공감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디테일을 확보하고자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직접 상대방 입장이 돼 봐야 한다. 그래야 어느 부분에서 잘 이해가 가지 않는지, 어느 부분에서 공감이 되지 않는지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말은 쉽지만 실제로 기업이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긴 쉽지 않다. 많은 비판들이 제기되며 지금은 바뀌었지만,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이 진입할 때,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가 나왔다. 철저한 공급자(운전사) 관점의 말이다. 운전사 입장에서 보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승객들이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사실 소비자(승객) 입장에서 보면 안전선 '밖'으로 나가면 지하철에 치여 죽는다. 안전선 '안'으로 한 걸음 물러나야 맞는다. 지금 이 멘트는 "한 걸음 뒤로 물러 서 주시기 바랍니다."로 바뀌었다.
스크린도어가 없는 지하철 1호선 어느 역 / 출처: 동아닷컴
식당 이용 시 주인이 "뭘 드릴까요?"라고 묻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객 입장에서 "무엇을 드시겠어요?"라고 물어봐야 더 자연스럽다. 흔히 쓰이는 '매표소' 역시 공급자 관점의 단어다. 소비자 입장에서 매표소는 '표 파는 곳'이 아니라 '표 사는 곳'이 되어야 맞는다. 최근 들어서는 '표 사는 곳'이 '매표소'라는 단어를 대체하는 모양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나치게 사소한 부분에 예민하게 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고객들은 이런 세세한 요소들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영향을 크게 받는다.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일상적인 디테일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세그웨이와 아이보는 왜 안됐을까? 기술 좋아도 공감 못 얻으면 소용없어

서서 타는 두 바퀴 전동차 '세그웨이(Segway)'를 아시는지? 세그웨이는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PC, 인터넷보다 위대한 신비의 발명품'. '미래 자동차를 대체할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라는 극찬을 들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관심을 보이며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2년 처음 시장에 출시되고 18개월 동안 판매 대수는 고작 6000대에 불과했다. 2009년에는 타임지 선정 '최근 10년간 가장 실패한 기술 탑10' 리스트에 오르는 수모도 겪었다.

2015년에 이르러 세그웨이사는 세그웨이를 그대로 카피해 판매하던 '짝퉁 업체' 중국의 나인봇사에 역으로 인수되고 말았다.
세그웨이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승전에서의 '교통사고'로 순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우승 후 세리머니를 하던 우사인 볼트와, 세그웨이를 타고 그를 촬영하던 카메라맨이 실수로 부딪힌 것. 다행히 둘 모두 부상을 입진 않았다 / 출처: 동아일보
소니(SONY)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는 또 어땠나? 1999년 첫 출시됐던 아이보는 '기술 소니의 상징이자 자존심'으로 불렸다. 아이보는 감정을 표현하고, 노래를 부르고, 주인 얼굴도 인식하며, 1000개 이상의 단어를 말하는 등 실제 강아지보다 더 똑똑하고 귀여운 강아지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판매고를 겪다 2006년 단종되고 말았다. 

두 제품이 세련된 신기술과 출시 초기 받은 찬사에도 불구하고 얼마 가지 못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소비자와 공감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세그웨이는 여러 편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과 도난 위험, 애매한 속도, 우스꽝스러운 탑승 모습 등의 단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끌어내지 못했다. 

아이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시 소비자들은 '생물 같은 로봇'에 익숙하지 않았고, 고철 강아지에 2000달러에 가까운 돈을 지불할 의사도 없었다. 이 당연해 보이는 사실을 당시 들뜬 마음으로 아이보를 만들었던 소니 개발자들만 몰랐다.
아이보는 올해 9월, 판매중지 이후 12년만에 새로운 버전으로 재출시됐다. 출시가는 무려 2899달러(약 330만 원)다. 과연 소니는 아이보 첫 번째 버전의 실수를 만회하고,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 출처: 동아일보
공감 마케팅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세상을 보는 데서 시작한다. 의도적으로라도 생산자 관점에서 소비자 관점으로 인식을 바꾸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관점이 바뀌면 시야가 달라진다. 시야가 달라져야 비로소 내가 팔던 상품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때야 소비자를 '공감'시키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56호
필자 곽준식 동서대 경영학과 교수, 손영화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인터비즈 권성한,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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