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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은 더러운데...' 부하직원들이 좋아하는 리더는 이렇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9세기 영국 수상인 윌리엄 글래드스톤을 만나면 누구든 수상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갔다. 그러나 수상의 경쟁자, 벤저민 디즈레일리를 만나면 누구든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방을 나섰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경영/인사 컨설턴트 리즈 와이즈먼(Liz Wiseman)의 책 <멀티플라이어>에 나오는 일화다. 와이즈먼에 따르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리더가 있다. 첫 번째 종류는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다. 멀티플라이어형 리더들은 부하들의 기를 살려주고 도전정신을 자극한다. 일종의 지성 증폭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반대의 부류는 '디미니셔(diminisher)'다. 본인은 똑똑할지 모르지만, 같이 일하는 부하를 숨 막히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이런 리더는 장기적으로 조직의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구체적으로 그 차이를 살펴보자.


멀티플라이어는 단지 '사람 좋은 것'이 아니다

와이즈먼은 자신이 생각한 멀티플라이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주요 기업체의 핵심 위치에 있는 150명의 리더들과 그들의 상사, 동료, 부하들을 360도 다면 평가했다. 그는 '당신의 지식, 기술, 능력 등이 당신의 의지와 당신의 관리자에 의해 얼마나 사용되고 있습니까? 0%에서 100% 사이로 답해주세요'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실제로 리더들은 크게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 타입으로 나눌 수 있으며, 다른 조건이 동일한 경우 멀티플라이어 타입의 리더가 이끄는 그룹은 디미니셔가 이끄는 그룹에 비해 평균 약 2배 이상의 능력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혹은 제품 생산량이 두 배로 뛴다는 말이 아니다. 리더들이 본인 주변 사람들의 '지성(intelligence)' 사용량을 두 배로 늘렸다는 뜻이다. 이는 지식, 기술, 통찰력, 창의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출처 tvN 드라마 '비밀의 숲' 캡처
사람들은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흔히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와이즈먼이 말하는 멀티플라이어는 부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자네가 잘해줘서 고맙네"라고 칭찬하는 사람이 아니다. 멀티플라이어는 날카로운 사람들이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또 그만큼 본인도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다. 단지 지나치게 부하들을 긴장시키지 않을 뿐이다.

멀티플라이어 중에는 착한 사람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오히려 따뜻하거나 사교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끌어낸다. 사람들에게 디미니셔와 함께 일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면 그들은 자주 좌절감을 느끼고 피곤하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멀티플라이어와 함께 일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더더욱 피곤하다고, 하지만 신이 난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와 팀 쿡 / 출처 flickr
가령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는 교과서적인 멀티플라이어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디미니셔의 특징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잡스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그와 일했을 때 최고 성과를 냈다'고 말한다. 그는 인재를 끌어들이는 거대한 자석이었다. 사람들의 능력을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알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한 번은 그가 코닝사의 CEO에게 아이폰의 전면강화유리(고릴라 글래스)를 두 달 안에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코닝의 CEO는 제한된 시간과 생산능력 때문에 만들 수 없다고 했지만, 잡스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두려워하지 마시오. 당신은 할 수 있소"라고 말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특별히 뛰어난 일을 하도록 요구하고 또 그것을 실제로 이뤄내도록 만드는 재능이 있었다. 

반대로 현 애플의 CEO인 팀 쿡은 아주 부드럽고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사람이다. 잡스처럼 성격이 무시무시하거나, 무서운 질문들을 던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역시 일에 대한 집중도가 굉장히 높고, 업무와 관련한 요구 사항이 많다. 팀 쿡과 회의할 때는 '이렇게 하자'라는 식의 의견만 가지고 가서는 안 된다. 의견을 뒷받침해줄 사실과 증거를 철저히 챙겨서 들어가야 하며, 그와 토론하고 논쟁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그에게 놀라운 충성심을 보인다. 그는 반박할 여지없이 훌륭한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와이즈먼은 멀티플라이어들의 또 다른 특징으로 유머감각을 꼽기도 했다. 그는 처음 리더들의 경영 능력에 대한 360도 평가 설문조사를 하면서 평가 항목 중에 '유머감각'을 넣었다. 그저 막연하게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고 넣은 항목이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유머감각과 멀티플라이어 간의 상관관계가 꽤 높게 나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유머감각과 디미니셔 간에는 가장 뚜렷한 부(負)의 상관관계 (negative correlation)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멀티플라이어가 모두 코미디언처럼 웃긴 것은 아니지만,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은 디미니셔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멀티플라이어들은 특히 자기 비하적인 유머를 잘 구사한다. 자신을 개그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현재 상황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리더들이 자신의 실수를 외부에 공개하고 그것에 대해 다 같이 웃고 넘어가게 만들면, 부하 직원들 역시 리스크를 무서워하지 않고 실수를 해가며 혁신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부하도 멀티플라이어가 될 수 있다... 비결은 '좋은 질문하기'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이제 '나도 멀티플라이어 리더 밑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멀티플라이어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잘 안 한다. 특히 상사에 대해 나 자신이 멀티플라이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즉 내가 상사의 능력을 증폭시켜 줄 수 있고, 또 상사의 장점을 나의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아래쪽으로 멀티플라이어가 될 수 있듯이 위쪽으로도 멀티플라이어가 될 수 있다. 이른바 '상향식 멀티플라이어'다. 
시드니 애플스토어의 론 존슨 / 출처 flickr
애플의 오프라인 매장 '애플스토어'를 이끌었던 론 존슨(Ron Johnson)은 애플에서 일할 당시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디어를 가지고 가 그를 설득하려 하다 실패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잡스는 자기 의견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잡스는 천재적인 디자이너는 아니었지만, 나쁜 부분을 개선해 좋게 고치고, 또 비효율적인 기술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데는 천재적이었다. 존슨은 이 점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그는 서울의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할 때 잡스에게 계획안을 가지고 갔다. 그리고는 그를 설득하려 드는 대신 "스티브, 이걸 더 좋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잡스는 언쟁을 벌이는 대신 적극적으로 그를 도와주었다. 이처럼 상사가 자신을 돕게 만들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다듬게 만들면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 부하들의 능력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사들의 능력 역시 이용해야 하는 이유다.



거시경제학에서는 어떤 경제 안에 자원이 충분히 사용되고 있는가를 따진다. 그런데 이때 고용된 노동자는 그의 생산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막상 기업들을 들여다보면 고용은 돼 있지만 자신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지 못하다고 말하는 직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한국은 요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자원은 한정돼 있고 고령화로 인해 신규 투입되는 노동력도 많지 않다. 그렇다면 기존의 노동력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 당신의 회사를 위해 수년간 일해온 사람들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지, 그 고민을 하는 데서 개선과 혁신은 출발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25호
필자 조진서

인터비즈 임유진, 이방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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