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관리

세상에 착한 특혜는 절대 없다... 팀워크 망치는 조직 내 자식 사랑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유독 선수 선발 과정에서 잡음이 많은 대회였다. 국내 3대 프로스포츠라 불리는 축구, 야구, 농구에서 골고루 문제를 빚었기에 그 파장이 더욱 컸다. 축구 대표팀의 황의조, 야구 대표팀의 오지환 못지않게 농구에서는 허웅·허훈이 구설수에 올랐는데, 선수 선발권자와 선수 간에 부모 자식 관계라는 점이 특히 문제가 되었다. 결국 부모가 자식의 병역을 해결해주기 위해 국가대표 선발권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처럼 부모가 자식이나 친인척에 특혜를 주는 일을 '네포티즘(Nepotism)'이라고 한다. 이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기업 현장에서도 적잖이 목격하게 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간혹 능력이 뛰어나면 친족이라도 조직을 위해 쓸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자(父子) 국가대표팀 ... 예견된 실패

왼쪽부터 허웅, 허훈, 허재 (출처 KBS1 TV프로그램 '스포츠人')
이 두 선수에 대한 특혜 논란은 아시안게임 전부터 예고됐다. 허재 감독이 대표팀 감독이 된 이후 이 둘은 사실상 붙박이로 대표팀에 발탁됐다. 물론 허웅은 KBL 올스타에 뽑힌 적도 있고 허훈은 KBL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에 진출한 선수이니 이들의 실력이 형편없는 게 아니란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이 대표팀에서 항상 기회를 독점해야 할 만큼 각자 포지션에서 경쟁 선수들보다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나 팬들은 많지 않다. 이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좋게 봐야 국가대표팀 후보 선수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 역시 매끄럽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 당시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포워드진 보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허훈을 교체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허재 감독이 ‘책임지겠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했고 특히 허훈은 8강전 이후부터는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대표팀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것에 못 미치는 결과인 동메달 획득에 그쳤다. 결국 아시안게임 직후 허재 감독은 대표팀에서 물러났으며 허웅, 허훈 형제도 나란히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농구팬들의 공분을 샀음은 물론이다.
오스틴 리버스 (출처 위키피디아)
미국 NBA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2015년, 오스틴 리버스(Austin Rivers)가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와 3년간 3550만 달러에 FA 계약을 맺었다. 오스틴 리버스가 이런 계약을 맺을 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인지 논란이 불거졌다. 그의 아버지 닥 리버스(Doc Rivers)가 GM(General Manager, 단장) 겸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오스틴 리버스는 계약 당시 FA 시장에 나와 있던 동급 가드 선수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평균 득점과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공격 기여도가 비교 대상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며 필드골과 3점 슛 성공률이 평균 이하로 공격의 효율성도 뒤떨어졌다. 그렇다고 수비력을 높이 평가받는 선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은 기량을 보여준 선수들보다 많게는 5배 이상 높은 금액에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물론 당시 NBA 리그 전체의 연봉 상한이 조정되어 리그 전반적으로 연봉이 폭등하던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오스틴 리버스가 비교적 어린 선수였고 데뷔 5년 차에 들어서는 그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2년 연속 NBA MVP를 받은 최고의 선수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의 5, 6년 차 연봉이 각각 900만 달러와 1000만 달러였다는 점과, 당시 이미 가드 포지션에 선수를 적지 않게 가지고 있던 클리퍼스가 방출될 것이 유력했던 리버스를 드래프트 선발권을 소진해가면서까지 데려온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였다. 누가 봐도 아버지가 아들을 구제해준 그림이었다.

결국 오스틴 리버스는 아버지 덕분에 막대한 직업적, 금전적 혜택을 누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선수들도 ‘감독님 아들’과 한 팀에서 뛰는 것에 대해 못마땅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천재 가드'라고 불렸던 크리스 폴의 이적 배경에 리버스 부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있었다는 루머가 돌 정도였다. 결국 오스틴 리버스는 재계약 2년 만에 워싱턴 위저즈로 트레이드됐다. 아버지 닥 리버스가 사장직에서 물러난 후에 말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자식? 조직에게는 무조건 곤란하다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출처 동아일보)
이와 같은 네포티즘, 즉 자식이나 친인척에게 특혜를 주는 일은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 경영, 연예, 종교 등에 걸쳐 쉽게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김삼환,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부자 세습은 해당 교단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딸, 사위를 비롯해 일가친척들을 주요 공직에 임명했다.

최근에는 2세 연예인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긍정적인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누린 방송 출연 기회가 공정한 것인지, 걸그룹 소녀시대 써니가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의 조카가 아니었으면 소녀시대 멤버가 될 수 있었을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갑질과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자격 논란을 빚고 있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 문제를 비롯해 경영 분야 사례는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이런 네포티즘은 그렇게 나쁜 것인가? 그렇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존 피어스(Jone, L. Pearce) 교수(2015)는 지난 70년간 연구를 종합해 네포티즘은 매우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항상 나쁘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며 증거가 도저히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확실하다고 말했다. 네포티즘은 조직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보상과 평가에 대한 불만을 높이며, 업무 동기를 저하시키는 등 수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돼 있다. 『 How the mind works(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저자 스티브 핑커(Steve Pinker) 교수는 네포티즘은 조직을 무너뜨리는 파괴적인(subversive) 불온한 행동으로 인류가 무리(band) 사회를 이룬 이후 언제나 제거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 결과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이런 네포티즘의 폐해를 피부로 느낀다.

문제는 이러한 네포티즘이 우리 사회에서 줄어들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의 과거, 특히 조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개한 유물로 여겼던 것이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다. 부모에 의해 사농공상의 신분이 결정되고 그 신분에 따라 직업과 미래가 결정되는 조선의 반상제도는 많은 사람의 조롱의 대상이었으며, 불합리한 신분제도를 극복하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대한민국 사회를 자랑스러워하는 근간이 됐다.

이러한 신분제도의 역사적 진보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은 우리 사회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최근 계층 간 이동이 힘들어지고 부모의 가난이 자식에게 세습되는 현상을 풍자하는 흙수저라는 표현의 등장 배경에는 미개한 신분의 세습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현실이 있다.


친인척 특혜 논란의 여지를 원천 차단해야
SK 최태원 회장 차녀 최민정 씨 (출처 여성동아)
가까운 친족을 챙기는 네포티즘은 본능이다. 사람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을 베푸는 존재다. 자식을 위해선 뭐든지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허재 감독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자신이 해 줄 수 있다면 욕을 먹더라도 해주고 싶지 않겠는가? 자신의 자식이 다른 선수들보다 가능성이 없어 보일 수가 있겠는가? 이해는 가지만 네포티즘의 폐해는 너무도 분명하다.

가장 단순한 대책은 부모에게 자식을 선발하거나 평가할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이다. 같은 조직에서 일하지 않으면 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가 아버지 기업에 취직하지 않고 군대에 갔다가 중국 회사에 취업한 것을 많은 이가 칭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하물며 최근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쇼미 더 머니 777> 예선 심사에서도 심사위원과 같은 회사에 소속된 참가자에게는 미리 탈락 버튼을 눌러두는 게 상례다.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시비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의지다. 이런 간단한 상식마저 기업의 경영자들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 글은 DBR 2018년 9월 호 <팀워크 갉아먹는 ‘감독 아빠-선수 아들’>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7호
필자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인터비즈 오종택,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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