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일본 관광 호황을 기회로 삼은 한국 스타트업...한국과 일본서 파트타임 청소부 4000명 운영, 일본서만 객실 500개 관리 기업으로

일본 관광 호황을 기회로 삼은 한국 스타트업...한국과 일본서 파트타임 청소부 4000명 운영, 일본서만 객실 500개 관리 기업으로

한국에선 치열한 경쟁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집안청소 서비스 업체가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바로 이웃나라 일본에서다. 일본 이용자들은 한국보다 청소 분야에 있어선 더 꼼꼼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데다가 경쟁 업체수도 더 많아 녹록지 않은 시장이다. 그러나 이들은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이들이 발견한 틈새란 에어비앤비 민박으로 이용되는 '방 한 칸'이었다. 
에이치투오호스피탈리티(H2O). 일본 법인 직원들. 앞줄 오른쪽 세번째가 이웅희 대표. 출처 인터비즈 임현석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 추세에 맞춰 민박 수요가 늘어날 것을 포착한 것이다. 이 한국 회사의 이름은 에이치투오호스피탈리티(H2O Hospitality-이하 H2O). 일본 시장에서 성장을 발판으로 지난해 매출 30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파트타임 청소 인원만 벌써 4000여 명에 이르고, 관리하는 객실수만도 일본에서만 500개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에선 성장 정체에 고심...일본 시장으로 무작정 발길 옮겨

2016년. 이웅희 H2O 대표(29)는 창업 2년차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야심만만하게 도전장을 내민 홈클리닝 시장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창업 당시 시간당 9900원에 집안 청소를 할 수 있는 서비스 '와홈'과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참신한 아이템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창업 1년 만에 25억 원을 투자금으로 모았다. 
2016년 한국서 와홈 청소 점검을 하는 이웅희 대표. 출처 에이치투오호스피탈리티
이 대표는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집을 관리하는 플랫폼이 분명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시작은 홈클리닝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키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 경쟁업체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여기에 카카오 등 대형 포털도 시장에 참여할 조짐까지 보였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처음엔 낮게 잡았던 가격을 올릴 수도 없었다. 상시적인 집안 청소 수요를 생각했는데, 이사 후 집안 정리 등 품이 많이 들어가는 청소 요구가 많았다. 그해 매출은 5억 원 수준. 성장은 하고 있으나 언제쯤 수익이 날지 알 수 없었다. 
 
주변의 시선은 고생을 사서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사업을 하기 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은, 이 회사 초기 매출액과 비슷한, 약 4억 원이었다. 이 대표는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 중 한 곳인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출신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홍콩지사에서 채권 트레이딩을 담당했다. 소위 잘 나가는 뱅커였다. 이후 벤처캐피털로 자리를 옮긴 이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 흥미가 생겼다고, 대학 때 전공을 살려 숙박관련 사업을 구상하다가 미국 홈클리닝 서비스 '핸디'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으면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품었다. 
에이치투오호스피탈리티 이웅희 대표가 일본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인터비즈 임현석
그러나 한국에선 조금만 가능성이 보이면 빠르게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치열한 경쟁구도에 들어간다는 점을 간과했다. 그는 기진맥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주요 스타트업 대표 자격으로 한 일본 스타트업 행사에 초청받은 게 그 무렵이었다. 그게 사업 전환의 계기가 될 줄을 그땐 알진 못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사업을 한다는 생각은 그땐 조금도 없었다고. 쉽사리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그는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시장 분석 먼저 "한국 모텔엔 없는 사업기회"


이 대표가 일본 스타트업 행사에서 만난 기업 중에는 '하우스케어'라는 기업도 있었다. 스웨덴인과 일본인 등 다국적 인재가 모인 5인 미만 소규모 기업이었다. 이 대표와 영어로도 소통이 가능했다. 이 회사는 2014년 외국인 주재원들의 육아를 돕고 빈 집을 청소하는 기업으로 시작한 회사였다. 그러나 예상외로 수요가 많지 않아, 민박 청소 업체로 전환한 터였다. 동남아시아 등 외국에서 청소원 수급해 민박 청소에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마침 뜨고 있던 에어비앤비 민박 분야가 이들의 타겟이었다. 이 대표가 사업 내용을 들어보니 한국 홈클리닝 서비스인 와홈과 닮은 점이 많은 사업이었다.  

이 대표는 저비용항공사(LCC) 여행객 증가로 말미암아 일본 관광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20년 올림픽까지 이와 같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엔 관광객수가 약 4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관광객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숙박시설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2016년 기준으로 일본엔 약 9879개의 호텔이 있었는데, 이 정도로는 4000만 명 관광객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일본 숙박의 상징인 료칸도 구인난 속에 후계자를 찾지 못해 감소세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결국 에어비앤비 민박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전망이었다. 민박 청소 사업을 규모있게 키울 경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거다, 싶었다. 
한국은 관광객수가 정체돼 있는 데다가, 워낙 신규 모텔 허가를 받기가 쉬워서 관광용 민박 청소라는 시장이 발전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반면 일본은 워낙 부동산 규제가 심해서 신규 호텔 진입이 어려운 시장입니다. 민박 활성화가 다가오고 있었죠.


사업기회를 보고 흥분한 이 대표와 달리 정작 하우스케어 측이 전망에 대해 시큰둥했다. 당초 처음 겨냥했던 주재원 아이돌봄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청소 시장에 진출한 것부터 의욕상실이었다. 게다가 한국과 달리 사업의 가능성이 보인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투자해주는 초기 투자자도 없었다. 영업은 잘 이뤄지고 있었지만 큰 성장을 기대하진 않는 눈치였다고. 

이를 본 이 대표는 하우스케어와 연락을 이어가다가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인수 제의였다. 회사 관계자는 정확한 금액을 밝힌 순 없지만 한국에서 당시 확보한 투자금에서 투입하는 수준이었다고. 

"한국에서 좋은 스타트업 사업 아이템이라는 점을 잘 설득하면 10억~20억 원 정도의 투자금은 비교적 초기에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다르더군요. 정부지원 자금이나 VC가 한국보다 덜 활성화돼 있거든요. 그래서 인수 제안이 들어오자마자 솔깃해하는 것이 보였어요. 일본에서 초기 기업이 거액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던 거예요." 
2016년 12월 와홈의 하우스케어 인수 당시 경영진들의 기념사진. 윗줄 오른쪽 첫번째가 이웅희 대표. 출처 에이치투오호스피탈리티
이 대표가 하우스케어를 인수한 시점은 2016년 12월이었다. 두 회사의 결합을 통해 새로 생긴 회사명이 바로 H2O다. 

그가 인수 당시 조건으로 내걸은 것은 영업업무 직원들은 회사에 그대로 남긴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영어를 통해서 직원들과 소통했다.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그는 이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일본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는 데도 그쪽이 유리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 일본 법인인 라인이 철저하게 일본인 채용을 통해 현지화에 공을 들인 것과 같은 전략이었다.   


녹록지 않은 시장, 그래도 틈새는 있다..."한국 사업 경험이 경쟁력"

일본 시장에 청소업체는 적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미국계 홈클리닝 회사 핸디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일본 지사만 1000여 개에 이른다. 이삿짐 청소 업체는 5000여 개. 지역 세탁소는 1만3000개를 넘어선다. 일반 세탁소에서 민박 청소를 대행해주는 시장에선 잠재적인 경쟁자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작은 지역 청소업체들은 사라지는 추세였다. 인구 감소와 호황으로 인한 구인난 때문에 가업처럼 내려오는 사업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 기업들이 가업 중심으로 소규모로 운영하면서 전문성을 갖추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규모의 경제로 넘어가는 시점에선 약점을 보였다. 예컨대 지역 청소업체들은 정해진 시간에 침구를 회수해 청소하는 패턴에만 익숙해져 있다. 이게 체크인과 아웃이 들쑥날쑥한 에어비앤비 민박 청소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게다가 그날 청소해야 하는 방도 그때그때 다르다 보니 탄력적인 운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본의 대표적인 숙박시설 료칸 중에서도 대표격으로 꼽히는 효시료칸 내부 모습. 가업에 집중하는 일본의 사업 승계 방식은 한 분야에 집요할 정도로 전문성을 쌓는 데는 유리했으나, 사업을 확장하는 시기엔 약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일본에서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후계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가업승계도 원활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출처 효시료칸 페이스북.
반면 한국서 대규모 파트타임 청소부를 채용해 파견하는 사업 모델을 가진 H2O는 보다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했다. 불규칙한 청소 수요에 대응하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었다. 예컨대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와홈의 경우, 온라인 앱을 통해 청소부(헬퍼)들에게 청소 시간을 알려주고 청소구간 간의 동선을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가지고 있다. 일본은 지역 사업들이 활성화된 반면 이 분야서 전국적으로 규모를 갖춘 O2O서비스가 없다. 즉, 한국서 개발한 프로그램만으로도 다른 일본 청소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확보한 서비스 품질이 일본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 셈이다. 
일본 도쿄 신주쿠구 내에 있는 에이치투오호스피탈리티 일본법인 교육장. 이곳에서 직원들은 기초적으로 8시간 동안 청소관련교육을 받는다. 출처 인터비즈 임현석
직원교육도 한국에서 사업 경험을 토대로 체계적으로 운영했다. 최근 일본에선 청소 인력 수요가 많아지면서 자국에서 60시간 이상 청소교육을 이수한 이들을 대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수급하고 있다. 하우스케어는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으로 8시간씩 청소 교육을 이수케한다. 민박은 특별히 정해진 집주인이 완벽한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두고 이에 맞춰 청소하게끔 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완벽하게 해내는 직원들에겐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이처럼 교육받은 청소인력을 대규모로 확보하고 전문적으로 운영하면서 기존 업체와 격차를 벌렸다. 현재 H2O에 소속된 청소인력은 4000명. 하우스케어에서 일하는 인력들의 국적만 보면 70여 개국에 이른다.
하우스케어 소속으로 청소 업무를 하고 있는 필리핀인 제이슨 씨. 출처 인터비즈 임현석
20일 도쿄 신주쿠의 한 에어비앤비 민박 청소 현장에서 만난 하우스케어 소속 필리핀인 청소부 제이슨 씨는 사업 초기부터 이곳에서 일을 해온 인력이다. 1시간 반 안에 청소를 해야 하는 바쁜 일정이었는데, 침구 정리부터 수건 수납까지 빠르게 처리했다. "앱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잘 정리된 방의 사진을 보고 이대로 만드는 게 임무죠."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 방 청소를 마친 뒤에는 하우스케어 앱을 통해 배정받은 다음 청소 방으로 옮겼다.

그는 예전엔 호텔에 소속된 청소인력이었다. 제이슨 씨는 일본에선 파트타임 업무가 임금이나 업무 효율 측면에선 더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리건강이 안 좋은 그는 치료를 병행하려면 파트타임 업무밖에 할 수 없었는데, 하우스케어의 업무가 그에겐 더 맞았다고. 이처럼 건강 등의 이유로 오래 근무할 수 없는 인력이나 유학생 등 파트타임 청소 인력 수요를 확보하면서 하우스케어는 빠르게 외형을 키울 수 있었다. 
일본 하우스케어에서 청소 인력 관리를 담당하는 스웨덴 출신 알렉산더 매니저가 인력 운용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인터비즈 임현석
매출 600% 늘었다...호텔 관리 사업으로 확장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은 그대로 통했다. 2016년과 비교해 매출은 600%나 늘었다. 올해 3월엔 벌써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30 Under 30 Asia)'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일을 아우르는 스타트업 경영인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출처 에이치투오호스피탈리티
청소를 통해 민박사업부터 뚫기 시작하면서, 에어비앤비 민박업을 하는 건물주 등이 건물관리를 통째로 맡기는 경우도 생겼다. 이를 통해 체크인-체크아웃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이렇게 관리하는 건물수만 300여 동에 이른다. 

이제 그의 목표는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는 것이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관건은 브랜딩이다. 올해 11월부터 건물을 빌린 뒤 H2O 간판을 내건 호텔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첫 지역은 오사카다. 돌고돌아 그가 처음에 꿈꿨던 호텔사업으로 돌아온 것이다. 
에이치투오호스피탈리티가 관리하는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에어비앤비 숙소. 에이치투오호스피탈리티
성공의 발판을 놓을 수 있었던 비결을 스스로는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그는 "일본어도 못하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도전한 것이 먹혔다"고 회고했다. '무작정'이라며 웃었으나 실제로는 성공 요인은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 성장하는 틈새시장을 파악한 점, 한국에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으되 경쟁 때문에 빛을 잃었던 프로그램을 쓴 점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출처 픽사베이
이 대표는 일본 사업 경험이 깨닫게 해준 소중한 교훈이 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기업은 판매를 잘하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핏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드는 말이다. 그의 경험을 들어보니 이해가 간다. 
 
"일본에선 초기기업이 아이디어만으로 투자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아이디어보다 판매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해요. 한국은요? 한국에선 사실 초반에 비교적 쉽게 투자를 받다보니, 다시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해 외형을 불리는 데 집중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요. 저도 처음에 10억 원을 투자금으로 받았죠. 그 뒤론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해 VC에게 보여주기 위해 외형적인 숫자를 늘리는 데 신경이 더 쓰이더라고요. 진짜 싸워야할 대상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몰라요."

이제 그는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을 설득하는 것도 이제 투자 보다는 협력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일본의 숙소 연계 사업 중 큰 손인 라쿠텐의 라이플스테이 관계자 등을 만나 폭넓은 협력을 이끌어낸 것도 현지 사업에서 거둔 큰 성과 중 하나다. 


도쿄=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찜하기이글을 다시 읽고 싶다면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