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기하급수적 성장을 꿈꾸는가? 플레이어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기하급수적 성장을 꿈꾸는가? 플레이어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흥미로운 골프 내기 게임이 있다. 골프 경기에서 지는 사람이 1000원씩 벌금 내기다. 홀마다 벌금은 두 배씩 증가한다. 1홀의 벌금은 1000원, 2홀은 2000원, 3홀은 4000원이다. 별로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라고 가볍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벌금의 수준이 달라진다. 10홀이 되면 51만2000원, 17홀이면 약 6500만 원, 18홀이면 약 1억3000만 원이 된다. 벌금이 늘어나는 패턴을 곡선으로 그리면 아래와 같은 모양이 된다. ‘시작은 미약하나 갈수록 심히 창대해지는 곡선’이다. 
이것이 바로 요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추구하는 기하급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의 모습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풋(input)에 비례해 증가하는 산술급수적 성장(natural increase)과 대비된다.


기하급수적 성장의 조건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The Most Innovative Companies)을 선정한다. 2017년에는 아마존, 구글, 우버, 애플 등 기업들이 상위권에 선정됐고 스냅챗, 트윌리오, 코바니, 스포티파이 등 신흥 기업들이 10위권에 진입했다. 이들은 모두 혁신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6개월 이내 10억 달러 매출에 이른 이력이 있으며 성장 패턴이 기하급수성을 띤다는 공통점도 보인다. 가령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는 스웨덴의 20대 청년 대니얼 에크가 2008년 출시한 서비스다. 그는 음악 산업의 트렌드가 소유에서 원할 때 어디서든 접속해 듣는 공유로 바뀔 것을 예측해 서비스를 선보였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으로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곡을 추천해준다는 매력을 앞세워 많은 사람을 끌어모았다. 해가 지날 때마다 성장률은 가속도를 보였고 9년이 지난 시점에는 60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해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이 기업의 현재 기업가치는 200억 달러(약 22조 원)가 넘는다.
출처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이런 이유 때문일까? ‘사업을 하려면 기하급수를 타라’는 불문율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 및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그렇다면 기하급수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기하급수적 성장을 하는 기업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1. 정보에 의존하라

첫 번째는 ‘늘어나는 정보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싱귤래리티대 창립자인 피터 디아만디스는 “정보를 상품으로 다루는 기업일수록 급속도로 성장하기 쉽다”고 말했다. 정보는 공유 혹은 분배 비용이 제로에 가깝고 확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사람들이 음악 감상을 하는 방법은 테이프나 레코드판을 사서 듣는 것이었다. 친구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을 땐 테이프를 선물해 건네주곤 했다. 음악은 제한적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테이프 형태의 아날로그 음악은 MP3의 디지털 형태로 바뀌었다. 음악을 쉽게 복제하고, 온라인으로 손쉽게 전송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온라인 스트리밍(예: 유튜브, 스포티파이) 혹은 다운로드 방식(예: 아이튠즈, 멜론)을 통해 음악이 빠르게 확산됐고, 여기에 인터넷 환경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퍼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지 52일 만에 1억 뷰를 기록했다. 그다음 앨범으로 내놓은 젠틀맨은 2013년 4월 공개 후 4일 만에 1억 뷰를 돌파했다.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정보 상품이라는 특성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출처 유튜브, 동아일보
이미 실리콘밸리의 전설이 된 에어비앤비 역시 취급하는 상품이 정보라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2008년 숙박업에 뛰어들 당시, 그는 여느 호텔업자처럼 건물을 마련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각자의 집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여기서 관리하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정보였다. 즉 에어비앤비는 집을 공유할 의향이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입력한 ‘숙박 가능 정보’들을 정교하게 잘 관리하는 비즈니스다. 정보가 늘어나는 속도, 즉 사람들이 등록하는 숙소의 증가 속도 역시 기하급수적이다.

에어비앤비를 만든 지 6년이 지난 2014년 홈페이지에 등록된 숙박 공간이 191개국, 6만5000여 개 도시에 170만 개를 웃돌았다. 2017년 누적 이용객 수는 우리나라 인구보다 4배나 많은 2억 명 이상이다. 우리나라에도 2013년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2017년 3월 등록 숙박 공간이 2만 개를 넘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특급 호텔 포시즌스는 2017년 기준 41개국 96개 호텔을 갖고 있지만 성장폭은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2015년 10월 서울 광화문에 한 곳을 추가했을 뿐이다. 현재 에어비앤비의 직원당 사이트 등록 숙박 공간 수는 포시즌스를 포함한 동종 호텔업계 평균의 90배나 많고, 그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정보 상품이 가진 확장성이 만들어내는 차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하급수적인 성장이란 상품 자체가 애초부터 정보(디지털) 형태인 온라인 서비스에만 가능한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최근 신기술을 이용해 물리적 제품을 정보화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대표적 기업이 미국 LA에 본사를 둔 다이버전트3D다. 3D프린팅으로 자동차를 만든다. 블레이드라는 스포츠카가 이 회사에서 최근 내놓은 제품이다.
출처 다이버전트3D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다이버전트3D의 강점은 자동차의 차대(Chassis)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엔진, 동력전달장치(power train), 조향장치(steering), 브레이크 등 자동차가 주행하는 데 필요한 장치의 모음인 차대가 기술력의 결정판이고 진입장벽이다. 제품 주기도 길고 자본집약적인 차대를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다면 자동차 제조의 상당 부분이 해결되는 셈이다. 다이버전트3D는 3D프린팅을 이용해 차대를 자동차 업계 평균의 1000배 저렴하게, 22배 빨리 만들어낸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하지만 정작 이 회사가 주목받는 것은 다른 데 있다. 바로 ‘무엇을 팔고 있느냐’다. 다이버전트3D CEO인 캐빈 징어는 “우리 회사는 자동차를 만들어 팔지 않습니다. 대신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을 팝니다”라고 밝혔다. 말하자면 초효율 차대 제조 시스템을 파는 것이다. 퀄컴이 독점 통신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거대한 통신 제국을 만들었듯 다이버전트3D도 적층 제조 시스템을 라이선스 방식으로 판다. 즉 3D프린팅을 통한 초효율 제조 알고리즘(정보)의 사용권을 파는 것이다. 제품을 싸고 빠르게 만들고 싶어 하는 자동차 회사들의 제조 혁신을 도와주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제조 시스템이 객체 지향형 모듈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고 인공위성, 우주선, 항공기의 본체를 만드는 데에도 이 시스템은 그대로 적용된다. 그 때문에 다이버전트3D의 고객은 다양한 산업에 포진돼 있다. 2016년 1월 다이버전트3D는 비즈니스 모델의 잠재성 때문에 많은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고, 최초 모델(시리즈A)에 대해 총 2300억 달러 규모의 펀딩을 받았다. 2017년 후반 들어 진행되는 후속 모델 시리즈B의 파이낸싱은 1억700만 달러를 넘어섰다.


2. 정보에 지능을 더하라

두 번째는 정보 상품의 지능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1965년 고든 무어는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을 발표했다. 이후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메모리 신성장론’을 발표했다. 무어의 법칙은 정보의 처리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고, 황의 법칙은 정보의 메모리 저장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말한다. 두 법칙이 이야기하는 것은 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질적 성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학습을 통해 정보처리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알고리즘인 알렉사(Alexa)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알렉사’라고 부른 후 명령을 하면 알렉사는 이를 수행한다. 피자를 주문해주기도 하고, 택시를 불러주기도 한다. 전등을 꺼 주기도 하고,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 주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의 레서피를 알려주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학습 효과 때문에 사람들이 알렉사의 이름을 부르며 더 많은 일을 요청할수록 수행할 수 있는 기능(skill)은 늘어난다. 2016년 1월 알렉사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은 약 130개였다. 11개월이 지나자 기능이 5000개로 늘었다. 3개월이 지나자(2017년 2월) 기능은 1만 개를 넘어섰다. 아마존은 놀라운 속도로 향상되는 기능을 기반으로 단숨에 인공지능 비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을 꺾은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 역시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 실력 향상을 보이고 있다. 보다 진화된 알파고 마스터(AlphaGo Master)는 2017년 5월에는 세계 랭킹 1위 커제와의 경기에서 3판 전승으로 승리를 거뒀다. 딥마인드 창업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이후 기존 알파고 버전을 은퇴시키고, 새 버전인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를 2017년 10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지를 통해 공개했다. 기존 버전의 알파고는 인간 바둑기사가 둔 바둑 기보를 학습해 성장한 반면 알파고 제로는 기본적인 규칙만 제공받고 강화학습을 했다. 스스로 가상 바둑을 두면서 수를 터득하는 학습이다. 성장 속도가 놀랍다. 학습을 시작한 지 3일째가 되자 16만 건 기보 학습을 통해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리를 능가했다. 21일째가 되자 커제 9단을 완파한 알파고 마스터 수준에 이르렀다. 40일이 되자 3000만 게임을 누적 학습해 모든 알파고 버전을 능가하는 수준이 됐다.

이렇게 정보상품에 지능화가 구현된다면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며 상품성에 있어서도 일반 제품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빠른 고도화가 이뤄진다. 바둑계에서 놀라운 실력을 증명한 알파고는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구글 데이터센터 전력관리 시스템에 활용돼 전력 소모량을 40%나 줄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도 인류가 해내지 못한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시점에 교통사고를 발생시키지 않는 교통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3. 소유하지 말고 동원하라
출처 동아일보
기하급수를 이루는 세 번째 조건은 ‘소유하지 말고 동원하는 것’이다. 보유하고 있는 제품을 확산시키기 위해 나 자신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의 조건이다. 가령 알렉사의 성장 비결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자체의 학습효과도 있지만 아마존이 2015년부터 실시한 전략도 한몫했다. 아마존은 외부 기업 제품에도 알렉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수많은 기업이 자사 제품에 인공지능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알렉사를 탑재했다. 2017년 LG전자는 인공지능 냉장고를 선보였는데 여기에 아마존의 알렉사가 탑재됐다. 비슷한 시기에 코웨이는 공기청정기에, 소니는 텔레비전에, 폴크스바겐과 BMW는 자동차 전장시스템에 알렉사를 탑재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스스로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할 필요 없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잘 완성된 알고리즘을 이용할 수 있게 되니 꽤 매력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년6개월 지난 시점에 알렉사를 도입한 제품 수는 1만 개를 돌파했다. 알렉사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놀라운 번식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참여자의 동원을 유도하는 비즈니스의 성장성은 일반 비즈니스와의 경쟁 구도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도로 상황을 알려주는 도로망 센서 시장의 독보적 업체는 나브텍(Navteq)이었다. 이 회사는 13개국 35개 주요 도시에 도로망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 교통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편 노암 바르딘이라는 이스라엘 사업가는 웨이즈(Waze)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를 들고 나왔다. 웨이즈는 회사가 센서를 소유하지 않는다. 대신 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있는 GPS 센서로 위치 정보를 크라우드소싱한다. 사용자가 별로 없을 때는 효력이 없지만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촘촘한 실시간 감시 시스템이 구축된다.
출처 웨이즈 홈페이지
웨이즈는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나브텍과 동일한 개수의 센서를 확보했고, 4년 뒤에는 10배나 많은 센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은 웨이즈가 확보한 인간 센서가 1억 명이 넘는다. 나브텍은 센서를 하나 만들 때마다 비용이 들지만 웨이즈는 센서를 추가하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면 센서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나브텍은 만만치 않은 센서 업그레이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데 반해 웨이즈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깐 애플리케이션만 업그레이드해주면 된다. 센서가 늘어나는 속도뿐 아니라 확장에 드는 비용도 크게 차이 난다. 소유와 동원의 차이다.

만일 웨이즈와 나브텍 중 하나를 인수할 수 있다면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기하급수적 성장의 잠재성을 고려하면 웨이즈의 가치를 알아봤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노키아는 2007년 81억 달러(약 9조1000억 원)를 들여 나브텍을 인수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한편 구글은 정보에 기반한 웨이즈를 11억 달러(약 1조2500억 원)에 인수했고 이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게 바로 기하급수적 성장의 차이다.



요약하면 기하급수적 성장은 첫째, 정보에 의존할 때, 둘째, 지능화를 통해 제품의 성능 향상을 이뤄낼 때, 셋째, 소유가 아닌 동원을 추구할 때 가능해진다. 기하급수적 성장 기업의 특징은 초기 성장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티핑포인트에 이르는 순간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성장한다. 기존 기업들이 손을 쓰기엔 이미 늦었고, 본격적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시점으로 봐야 한다. 기하급수와 산술급수. 기술에 의해 대전환을 겪는 지금, 우리는 어떠한 사고로 성장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6호
필자 정두희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강진아 서울대 교수

정두희 교수는 서울대 TEMEP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SERI CEO 기획파트장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을 거쳐 현재 한동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에 『기술지능』이 있다.

강진아 교수는 KAIST 경영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Wharton School)에서 MBA를 마친 후 UCLA 앤더슨 스쿨(Anderson School)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 연구 분야는 경영전략과 기술경영이다.


인터비즈 임유진, 강병기 정리
inter-biz@naver.com


* 표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찜하기이글을 다시 읽고 싶다면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