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100달러짜리 첨단 보청기, 어려운 분께는 40달러에 드립니다' 사회적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사회적기업 육성의 원조로 알려져 있는 영국의 '영 파운데이션(The Young Foundation)'은 사회적 혁신을 '보건복지, 의료, 교육, 위생, 환경, 안전 분야 등에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제로 구현하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혁신(Innovation)을 경제적 가치창출이라는 전통적 목적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혁신의 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도구 중 하나다. 특히 기술집약형 사회적기업은 기술 혁신을 사회적 혁신과 연계해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삶의 질 향상, 건강, 환경 등 날로 증가하는 국가적 · 사회적 문제해결에 과학기술 분야가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여기 대표적인 기술집약형 사회적기업 사례들을 소개한다.


해외 기술집약형 사회적기업 사례 분석


1. 프로젝트 임팩트 : 선진국엔 더 받고, 개도국엔 덜 받고?
프로젝트 임팩트의 설립자 데이비드 그린(David Green) (왼쪽) / 출처 Soundworld solutions 홈페이지, GlobalGiving 홈페이지
프로젝트 임팩트(Project Impact)는 개도국에 대한 높은 품질과 적정 가격 수준의 의료 제품 및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설립됐다. 주요 사업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적정가격 보청기사업(AHAP·Affordable Hearing Aid Project)이다. AHAP의 타깃 소비자는 보청기 가격이 평균 1000달러 이상 넘어가면 구입할 엄두를 못 내는 개발도상국 및 선진국의 청각장애 빈곤층이다.

프로젝트 임팩트는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이 보청기를 구매할 때 다음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첫째, 과도하게 높은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보청기 수요의 대부분은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이다. 그런데도 많은 제조 기업들은 선진국을 타깃 시장으로 잡고 목표 이윤을 1000% 이상으로 설정했다. 그렇다 보니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은 지나치게 높은 구매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둘째, 저가 보청기 제품의 경우 품질이 떨어져 사용자 만족도가 낮았다. 셋째, 저가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은 별도의 유지 및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외에 보청기와 같은 공공의료 서비스 제품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였다.

 
프로젝트 임팩트의 보청기를 이용하는 인도인들 / 출처 GlobalGiving 홈페이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젝트 임팩트는 부품비용을 최소화해 가격은 낮추되 뛰어난 성능을 유지한 저가 고품질 디지털 보청기 '임팩트 1(Impact 1)'을 개발했다. 주목할 점은 가격 전략이다. 똑같은 제품인데도 고객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가격을 최소 40달러(한화 약 4만 5천 원)에서 최대 100달러(한화 약 11만 1천 원)까지 차별화했다. 이른바 ‘다층가격전략’을 통해 개도국에서의 판매이윤은 줄이고 선진국에서의 이윤은 확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및 운영이 가능토록 했다. 이러한 다층가격전략은 프로젝트 임팩트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그린(David Green)이 이전 직장이었던 오로랩(Aurolab)의 가격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 밖에도 프로젝트 임팩트는 의료서비스 및 제품에 접근하기 어려운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보청기 공급을 위한 유통망도 구축했다. 특히 개도국 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비영리 조직과 적극적으로 사회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프로젝트 임팩트의 자체적인 독립 공급망(이어 캠프· ear camps)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오로랩의 유통망(아이캠프·eye camps)과도 연계함으로써 도심 지역에선 주문 후 최대 2시간 이내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프로젝트 임팩트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사회적기업의 소비자를 고려한 적정 가격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다층 가격전략을 도입함으로써 자립적이며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모델을 제시한 대표 사례다.


2. 솔라이어 : 햇빛에 내놓기만 하면 충전 완료!

출처 솔라이어 홈페이지
2004년 하워드 와인스타인(Howard Weinstein)이 설립한 솔라이어(Solar Ear)는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보청기를 생산하는 기술집약형 사회적기업이다. 이 회사는 보청기 제품 자체의 구입 비용도 문제지만, 작동을 위한 배터리 가격 역시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이 부담하기에 다소 비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전자제품 전문가들과 제조업체의 도움을 얻어 일반 배터리 대신 충전 가능한 태양열 전지를 사용하는 제품을 최초로 개발·생산했다. 즉,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의 보청기 구입 장애물이었던 배터리를 태양열 전지로 교체함으로써 유지보수 비용을 낮춘 것이다.
출처 코페르닉 홈페이지
이 과정에서 솔라이어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적정기술의 공유 및 거래, 공급을 돕는 온라인 플랫폼 ‘코페르닉(Kopernik)’을 적극 활용했다. 코페르닉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개도국의 커뮤니티(Technology Seekers)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적정기술을 구하고 나서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Technology Providers)이 코페르닉에 제안서를 보낸다. 코페르닉은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해 개도국의 도입 여부를 타진한다. 개도국의 NGO 등에서 최종 도입을 확정하면 공개적으로 모금 활동이 시작된다. 사회적 기여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기업, 금융회사 등 자금 지원자들(Supporters)이 십시일반 돈을 내놓는 일종의 ‘마이크로 펀딩’을 통해 충분한 자금이 모아지면, 해당 제품을 개발하거나 구입해 개도국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출처 솔라이어 홈페이지
솔라이어의 제품을 조립, 생산하는 직원들은 모두 청각장애인들이다. 개도국 청각장애인에게 적정 가격수준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근로의 기회까지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코페르닉 같은 개방형 기술 거래소 플랫폼을 활용해 수혜자인 사용자(User)가 직접 제품의 기획·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사용자로서 청각장애인이 제품 기획과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 장애인 자신의 수요를 더 잘 반영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기술혁신 기회를 더욱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3. 베스터가르드 프랑센 : 빨대 하나면 흙탕물도 식수로 만들 수 있다


아프리카 같은 저개발 국가들은 수도, 전기 등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런 곳에서는 상수도 시설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대단위 정수 시스템보다는, 물의 사용 지점(POU · Point of Use)에서 직접 불순물을 여과하는 정수 시스템이 더욱 효과적이다. 여과해 놓은 물을 일괄 공급하는 방식은 많은 전력과 공간,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출처 베스터가르드 프랑센 홈페이지
이를 위해 말라리아, 에이즈, 설사병 등 개도국에 만연한 열대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적기업 베스터가르드 프랑센(Vestergaard Frandsen)이 나섰다. 개별 정수를 위한 POU 형태의 휴대용 필터인 '라이프 스트로 퍼스널(LifeStraw ® Personal)'과, '라이프 스트로 패밀리(LifeStraw ® Family)'를 출시한 것이다. 라이프 스트로 제품들은 별도의 전원이나 필터 교체 없이 사용자의 흡입력 만으로 대략 700리터 이상의 물을 정수할 수 있도록 한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여과율은 각각 99.9999%, 98.5%로, 흙탕물도 단번에 식수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사용자(User) 관점에서 사회적 혁신을 실천한 매우 중요한 사례다. 사용자가 직접적인 제품 개발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 환경이 아닌 목적 대상의 사용 환경에 맞춰 기술을 적용하고 제품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베스터가르드 프랑센은 인간의 기본적 환경 보장 측면의 보건 문제에 집중,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술적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삶의 환경 개선을 위한 기술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좀 더 접근성 높은 차원의 사회적 혁신을 주도한 것이다.


4. 원월드헬스 :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제약회사

출처 원월드헬스 홈페이지
빅토리아 G. 헤일(Victoria G. Hale)은 미국 식약청(FDA)의 유능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시절, 한 가지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다. 현대의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데 반해 여전히 한쪽에서는 풍토병으로 죽어가는 빈민들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개도국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들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생산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녀는 2000년 미국 내 최초의 비영리 제약회사 원월드헬스(Institute for One World Health)를 설립했다. 수요는 많지만 시장성이 떨어져 소외되는 질병 분야의 치료를 위한 연구개발과 개도국에 대한 기술 전수에 힘쓰기 위해서다. 저개발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흑열병, 말라리아 등 감염성 질환에 대한 의약품 연구개발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원월드헬스의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 가령 그들이 개발한 흑열병 치료제는 21일만 투약하면 95%의 환자들이 완치되는 효과를 거뒀다. 가격 역시 약 175달러(한화 약 19만 5천 원)에 판매되던 기존 약품들에 비해 10달러(한화 약 1만 1천 원) 정도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많은 제약회사들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치료제 개발 및 생산을 외면하는 현실에서, 원월드헬스는 대학, 정부, 기업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특정 질병 분야 치료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프로젝트 임팩트나 솔라이어, 베스터가르드 프랑센의 사례처럼 원월드헬스 역시 사용자의 수요가 제품 기술의 개발 및 판매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17호
필자 배성주, 한상연

인터비즈 임유진, 강병기 정리
inter-biz@naver.com


* 표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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