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관리경력직 채용, 화려한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

경력직 채용, 화려한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대기업 출신이자 명문대를 졸업한 A 후보. 화려한 경력과 리더십을 갖춘 A 후보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한 강소기업에 경력직 해외영업팀장으로 취업하게 된다. 그러나 A 후보는 입사 1년 만에 "이런 체계도 없고, 원칙도 없는 회사를 들어오다니 내가 미쳤지"라는 말을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경영진 역시 그를 영입할 때와는 180도 다른 태도로 A 후보의 퇴사를 환영했다.

한 기업만의 사례가 아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게재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리더급 혹은 외부에서 영입한 '스타급' 인재의 46%는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이전 직장의 성과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낸다. 또한 30%가량이 2년 내에 조직을 떠난 사실도 있다. 학력과 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학력과 경력 연수가 성과와 맺는 상관성은 각각 0.1, 0.18로 매우 낮았다. 그보다 실제 채용 시 맡길 업무나 역할의 일부를 시켜보는 작업 테스트(0.54)가 성과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스타급 인재 영입을 원하는 경영자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

1999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건물에서 한 가지 실험이 진행됐다. 연구팀은 6명의 학생을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에게는 검은색 셔츠를, 다른 한 팀에게는 흰색 셔츠를 입게 한 뒤 농구공을 패스하게 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흰색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실험의 핵심은 농구공 패스가 아니었다.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한 학생이 농구공을 주고받는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 나온 뒤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실험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패스 횟수가 몇 개였느냐”가 아니라 “고릴라를 봤느냐”였다. 놀랍게도 실험에 참가한 학생 중 약 절반이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학생을 보지 못했다. 

이는 인간의 인지력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이다. 인간은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쉽게 편향돼 정작 중요한 정보를 놓치곤 한다.
출처 유튜브 캡처 ©Daniel Simons
이와 유사한 맥락의, 하지만 조금 더 심각한 오류가 '확증편향'이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해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이다. 경력직 채용은 특히나 기업 및 경영자의 편견이 일방적으로 작동하기 쉽다. 대부분의 기업은 채용에 있어 여전히 스펙과 같은 외연적인 요소를 중시하는데, 경영자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더 센 구조인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좀 더 그런 경향을 보이는 듯하다. 제대로 된 경력직 채용을 위한 첫걸음은 어떤 대단한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 주체가 암묵적으로 가진 편견을 되돌아보는 것이 돼야 한다. 

물론 시스템이 갖춰진 유명 대기업 출신이 작은 기업에 와서 조직의 체계를 세우고 발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명문대 출신의 경험 많은 사람이 정말 똑똑하고 센스 있게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성공한, 혹은 성공의 길을 달리는 경영자는 끊임없이 구성원에게 ‘혁신’과 ‘창조’를 입버릇처럼 주문하지만 정작 경영자야말로 스스로 구축한 성공 경험이라는 탑에 갇혀 닫힌 인식과 의사결정,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력직 채용은 특히나 관행·구조상 갖가지 관문으로 켜켜이 쌓인 신입사원 채용보다 기업 및 경영자의 편견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작동하기 쉽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조직의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 소프트 스킬 파악이 관건

지금까지 많은 기업은 경력직 채용에 있어 '소프트 스킬(Soft Skill)'을 간과해왔다. 일에 있어 '하드 스킬(Hard Skill)'은 직무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 기술 등 가시적 결과물을 의미한다. 반면 소프트 스킬은 그 사람이 가진 인격, 의사소통 능력, 감성적 지능, 공감력 등 문화적 요인을 의미한다. 

혹여 소프트 스킬을 중시한다고 말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다수는 이를 '적극성' '대인 관계', '조직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 '정치력' 정도로 한정해 강조할 뿐이다. 더욱이 팀장급 경력직을 뽑는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과거 경력에 묻히는 것이 현실이다. 
출처 드라마 <미생>, tvN 공식 홈페이지
채용과 관련한 최신 이론과 양상은 사람이 가진 소프트 스킬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사람이 조직의 문화적 맥락에 잘 맞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 SHRM)는 기업이 인건비의 약 50~60%를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이직하는 직원들로 인한 손실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력직 채용을 문화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우리 회사와 다른 문화에서 근무하고 성과를 내던 사람을 우리 회사 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직의 규모나 비즈니스의 성격이 다른 조직은 더욱 그 차이가 심할 것이다. 문화적 적합성이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문화적 적합성(Cultural Fit)은 함부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회사 고유의 문화, 조직 맥락에 비춰 후보자의 외연을 넘어선 속성 혹은 태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자신의 조직과 같거나 유사한 문화에 속해서 성과를 냈던 사람' 혹은 '우리 회사에 속한 사람들과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의 차이에 대해 경력자가 취하는 태도다. 즉,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어떻게 성숙하게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문제와 본디 주어진 직무상의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조직구성원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자신을 포지셔닝할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 예측과 판단이야말로 경력직 채용의 핵심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력직 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경영진이 장기적인 인재 육성보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섣부른 채용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경력직 채용은 장기이식과 흡사하다. 무게감이 큰 포지션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무리 다른 신체 내부에서 잘 작동하던 장기도 이식 후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장기이식을 우리가 매우 민감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처럼 조직에 경험 많은 누군가를 영입하는 것 역시 그래야 한다. 후보자가 가진 스펙, 직무 전문성 등만으로 더하기 빼기식 단순 셈을 하기보다 기존 조직 맥락에서 그가 불러일으킬 문화적 화학작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경력직 채용 개선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은 채용 스킬의 개선이나 변화가 아닌 경력직 채용에 대한 경영자의 태도 혹은 관점 변화일 것이다. 설령 우연히 해외영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진짜 '고릴라(인재)'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경영진은 자신들의 프레임에 갇혀 그를 보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인지행동 이론에 따르면 자신에게 암묵적으로 내재된 편견이나 왜곡된 인식에 대해 한 번 생각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의식적으로 그 인지적 과정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실체적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채용을 진행하기 전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것만으로도 고릴라를 보지 못할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7호
필자 상효이재

인터비즈 문채영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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