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관리\

'난 능력만 봐' 공정함 자신하는 관리자일 수록 빠져드는 편견의 함정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회사의 퍼포먼스를 높이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성과제다. 성과제는 인종, 계층, 성별, 나이 등 외적 요소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노력과 성과 지표만을 가지고 능력 있는 직원을 판별하여 포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능력주의 시스템은 직원들 간에 비교적 공정한 성과 경쟁을 촉진하기 때문에 많은 경영진들, 혹은 각종 사내정치나 학연, 지연, 혈연의 불공정함에 지친 직원들 또한 정착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시도들이 편견 없이 능력만을 평가하는, 진정한 능력주의 직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을까?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못하다. 단순히 성과제 메커니즘을 공식 채택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회사가 능력주의 조직이라고 믿는 관리자들은, 스스로가 공정하다는 자기믿음 때문에 편견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져 오히려 편견을 행사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러한 '능력주의의 역설(the paradox of meritocracy)'은 왜 발생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공정하다 믿기에 불공정해지는 '능력주의의 역설'
스티븐 베나르드 인디아나 대학 교수 (좌) / 에밀리오 J. 카스틸라 MIT 교수
'능력주의의 역설' 현상을 측정하기 위해 사회학자인 스티븐 베나르드(Stephen Benard)와 에밀리오 J. 카스틸라(Emilio J. Castilla) MIT 교수는 관리자 경험이 있는 400여 명의 개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들은 '서비스원'이라는 가상의 회사를 한 그룹은 능력주의 회사로, 다른 그룹은 비능력주의 회사로 각각 다르게 안내받았다. 실험자들은 소개 문구에서 능력주의를 "임금 인상과 보너스는 전적으로 직원의 능력에 따른다"와 같은 문장으로, 비능력주의를 "임금 인상과 보너스는 관리자의 재량이다" 문장으로 설명했다. 그 후 참가자들은 서비스원 직원들의 다양한 프로필을 평가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예컨대 연간 직무 성과를 기초로 그들의 보너스와 승진, 권고사직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실험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무작위로 할당된 참가자들에게 서비스원을 명백한 능력주의 회사로 제시했을 때, 이들은 능력이 같다면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우호적인 경향을 보였다. 설령 똑같은 직무에서 동일한 상사로부터 동일한 고과 점수를 받은 여성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결국 이런 편향은 남성에게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 실험에서는 이 회사가 고과를 중시한다는 설명을 들은 관리자들은 여자 직원들보다 남자 직원들에게 평균 12% 더 많은 보너스를 지급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서비스원을 분명하게 능력주의 회사로 설명하지 않았을 때, 관리자들은 남자 직원들보다 여자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너스를 지급했다. 이런 결과는 아마도 비능력주의 조건에서 사용된 '관리자 재량'이란 용어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관리자들은 이 말을 통해 고과점수에서 이미 남자 직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고, 이런 편향에 대해 스스로 보상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역설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지 그럴듯한 이유로는 관리자들이 회사가 전체적으로 능력주의라고 믿게 되면 자신의 개인적 행동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심코 편향된 결정을 내린다. 아마 자신의 행동이 선입견에 의한 결정으로 비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고정관념을 피하려는 노력이 약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환경에서는 자신의 결정이 타당하고 객관적이며 공정하다는 잘못된 확신을 갖게 되므로 드러나지 않은 인구통계적 편견들을 알아내고자 하는 자기성찰도 거의 사라진다.


어떻게 하면 편견을 줄일 수 있을까?
tvN 드라마 '미생' 中 (출처 네이버 TV)
그렇다면 기업들은 과연 어떤 정책을 통해 인사 관련 사항들을 결정함에 있어 어떻게 인구통계적 편향을 막고 능력주의에 존재하는 역설을 피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카스틸라 교수는 미국의 한 대형 서비스 회사에서 성과급제 보상에 존재하는 직원들 간의 격차를 잠재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책을 실증적으로 검증했다.

이 회사에는 개선이 필요한 두 가지 핵심 영역들이 있었다. 첫째는 '조직의 책임감 부족'이었다. 기존에는 회사의 팀장들(차장급)이 매년 고과급제에 따라 임금 인상을 결정할 때 책임감을 갖고 수행할 만한 절차가 없었다. 둘째는 성과보상 시스템과 그 결과의 이면에 있는 '프로세스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직원 승진과 퇴직처럼 눈에 잘 띄고 중요한 영역에서는 성별과 인종, 국적에 따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고과 기반의 임금에는 격차가 존재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직접 관련된 관리자나 직원이 아닌 경우 다른 직원의 임금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스틸라 교수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회사의 성과보상 시스템에 책임감과 투명성 모두를 부여할 수 있는 세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1) 보상에 대한 결정 과정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성과보상위원회 설치.


2) 팀장들의 직원 고과 평가에 대한 근거를 철저히 공식화.

이 과정에서 팀장들은 각 팀원들이 받게 될 보상 수준에 대한 근거를 간단하게 설명해야 했다.


3) 성과보상위원회에 각 팀장이 결정한 직원들의 보상 수준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 부여.

해결책 도입에 따른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필자는 고과급제 임금 보상에 있어 성별과 인종, 국적에 따른 임금 격차가 확연히 줄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상 그런 편향에 따른 임금격차가 남아 있다고 할지라도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후 회사의 임원들, 그리고 관리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책임감과 투명성이란 기제 모두가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그 하나로 성과보상위원회는 모든 팀장들에게 고과 기반 임금 인상과 관련된 데이터 분석 결과와 이를 설명하는 통계자료들을 포함한 포괄적인 보고서를 배포했고, 이를 통해 각 팀장들은 자신의 결정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 팀장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매년 제가 결정한 임금 인상률이 같은 부문 내 다른 팀들의 전체 결과와 비교해 어떤 수준인지 그 수치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성과보상 제도는 관리자 편견을 방지할 시스템 갖춰야 가능해

과거 대기업은 커리어 개발을 예측할 수 있고 안정적인 급여를 보장하는 평생직장이 일반적이었다. 급여 인상은 보통 연공서열에 의해 결정되거나 동일한 비율이 전 직원들에게 자동 적용되는 형태였다. 하지만 점차 고과 기반 보상 시스템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오직 능력에 따라 고용하고 보상하는, 능력 기반의 공정한 직장문화가 추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성별과 인종, 국적에 의한 편견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직장에서 능력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보기보다 막연하고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만 생각할 것도 아니다.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 기업들은 책임감과 투명성 모두를 갖춘 고과 기반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실행함으로써 능력주의 조직으로 나아갈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과정은 꼭 번거롭거나 많은 비용이 들고 사람을 위축시키지 않는다.


* 이 글은 DBR 2016년 8월 호 <능력에 따른 성과보상 시스템? 관리자 편견 깰 시스템은 갖췄나>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06호
필자 에밀리오 J. 카스틸라 MIT 슬론 경영대학원 NTU 교수

인터비즈 오종택,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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