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칙칙한 일본 채용 박람회 분위기 바꾼 원티드랩...한국 스타트업은 어떻게 보수적인 일본 채용 시장 뚫고 있나

칙칙한 일본 채용 박람회 분위기 바꾼 원티드랩...한국 스타트업은 어떻게 보수적인 일본 채용 시장 뚫고 있나

흔히 일본의 채용 박람회는 장례식장 같다고 한다. 구직자들은 '리쿠르트 복장'이라고 불리는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가방을 착용하고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입장에선 한 번 들어가면 잘 바뀌지 않는 만큼 첫 직장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고, 기업도 조직에 잘 융화되는 인물 중심으로 채용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평생 직장 개념이 흐릿하지만 이러한 일본의 경직된 채용 문화는 잘 바뀌지 않는 모양새다. 일본의 채용 박람회는 신출(신규 채용자) 중심이어서 경력직 이직에 대한 채용 정보는 부족한 점이 요즘 젊은 구직자들의 불만이다. 이점을 파고들어 성공한 한국기업이 있다. 바로 원티드랩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채용박람회 모습(왼쪽 사진)과 리퍼미가 주최한 리쿠르트 카니발 행사 모습(오른쪽 사진) 리쿠르트 카니발은 젊은 구직자가 선호하는 회사 위주로 부스를 설치하고 구직자와 회사 관계자의 만남도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특징이다. 세련된 행사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행사 참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출처 각각 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비즈
원티드랩은 한국에서 2015년 지인추천 채용서비스 '원티드'를 선보이면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국내서만 월간 1500건 채용 정보를 새롭게 공고하는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해외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4월 일본에 진출했다. 이 회사가 다른 일본의 HR기업과 경쟁할 수 있었던 경쟁력은 차별화와 현지화다. 우리와 가깝다고 여겨 진출했다가 숱한 스타트업들이 실패를 경험하고 돌아오는 일본 시장에서 이들이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➀ 지인추천 채용 서비스(한국 원티드랩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옮겨옴), 기업이 헤드헌팅을 이용하는 것보다 구인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낮아짐. 
➁ 외국계 기업 등 구직 선망 기업으로 입점 기업 선별. 젊은층 내지는 IT업계 종사자 등 트렌드에 민감한 구직자들이 찾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로 포지셔닝.  
➂ 철저한 현지화. 한국 기업의 기업문화를 지우고 일본식 조직관리 원칙 적용.



장례식처럼 엄숙한 채용 문화...한국 기업이 노린 틈새

원티드랩의 일본 법인 '리퍼미(ReferMe)'는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 위워크에서 특별한 채용 박람회를 열었다. 바로 '리쿠르팅 카니발'. 경력직을 대상으로 하고, 테이블 앞에서 회사 관계자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하는 행사였다. 복장도 정장이 아니라 청바지에 티셔츠를 한 구직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일본인들이 선망하는 회사로 꼽히는 '트위터', '위워크', '팀랩(일본의 전시기획 분야 전문기업)' 등 주요 기업의 직원들이 돌아가며 회사 소개를 하고, 파티션 없는 테이블에 부스를 마련해놓고 있었다. 구직 희망자들은 이들과 함께 맥주나 음료를 함께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구직자는 200여 명에 이른다. 
20일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위워크 행사장에서 열린 리퍼미의 '리쿠르트 카니발' 행사장. 여느 일본의 잡페어와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복장에 격식없는 대화를 지향해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처 인터비즈
앞서 언급한 외국계 기업 외에도 '소프트뱅크'와 '라인', '닛산'과 같은 기업들이 리퍼미에 경력직 채용을 맡기고 있다. 모두 일본인 구직자들이 선망하는 회사들이다. 일본인들이 선망하는 기업을 소개하기 때문에 세련된 채용 플랫폼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게 이날 참석한 구직자들의 설명이다. 

이력서 제출은 모바일 앱을 통해서 이뤄진다. 헤드헌팅 모델도 도입해 지인추천이 가능한데 채용에 성공할 경우, 추천자에겐 10만 엔(100만 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제공한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일본의 채용 시스템과 채용 온라인 플랫폼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시장에 들고 나온 것이다. 자신의 취업과 관련없이 플랫폼에 자주 들어오며 관심을 기울일 만한 동기가 충분한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옥판, 벡토르, 리스크몬스터 등 도쿄 상장사 3개가 투자하면서 누적 투자금은 117억 원에 이르고 있다.  
출처 인터비즈
젊은층 경력직 이직에 특화...'외국계 기업' 유치 전략

리퍼미는 변화하는 일본의 채용 트렌드를 읽은 회사이기도 하다. 바로 평생직장 개념이 흐릿해지고, 경력직 이직 채용이 점차 늘어나는 점에 관심을 기울였다. 신입 중심의 일본 채용문화에 대한 불만이 젊은 구직자들에게서 점차 커지고 있는 점이 이 회사가 포착한 기회였다. 경력직 정보를 알려주는 채용 서비스로는 '마이나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채용정보가 업종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 일본의 구직자들은 업종 보다는 조망받는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직 관심도가 높아지지만 '위워크' 등 선망기업들에 대한 정보는 찾기 쉽지 않다. 
리퍼미 일본 법인이 위치한 일본 도쿄의 한 위워크 지점. 출처 인터비즈
조희준 리퍼미 대표(47, 원티드랩 일본법인 대표)는 "외국계 기업들은 그동안 헤드헌팅을 통해서 인재를 모집했는데 이러한 방식으론 인력을 모으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채용공고를 올리는 방법으론 괜찮은 인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젊고 유능한 인재에 대한 요구와 구직자들의 기업 정보에 대한 갈증이 모두 존재하지만 매칭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분명 틈새는 있었다. 리퍼미는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조 대표는 일본 법인장을 맡은 이후 외국계 기업 유치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기존의 고루한 채용 사이트와는 다른 점을 이용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BNP파리바 등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조 대표는 외국계 기업들이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트위터와 위워크 일본 지사 구인 담당자를 찾아 설득했다. 

"리퍼미는 채용이 마무리돼야 보상금을 지급하는 형태입니다. 채용 공고를 올릴 때마다 돈을 내는 여느 일본 채용 사이트와는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고 헤드헌팅처럼 연봉의 50%를 성공사례로 줘야하는 것도 아니죠. 어차피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채용공고를 한 번 올려보면 어떻겠느냐고 했어요."
리퍼미 구직 앱 인터페이스. 한 번 확정한 인터페이스에서 변화가 없는 여느 일본 온라인 서비스들과 달리 참신한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조 대표는 "일본인 이용자들은 익숙한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서비스 경쟁력이 확실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오히려 외면받기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리퍼미
일본 헤드헌터들은 채용시 연봉의 최대 50% 수준에서 보상을 받아가는 반면, 리퍼미의 경우 15% 수준으로 안정된 수입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헤드헌팅 과정을 앱 서비스 형태로 단순화하면서 확보한 경쟁력이다. 호황을 맞이한 일본 시장이 다소 주춤하더라도 변함없이 유지되는 경쟁력이다. 결국, 위워크와 트위터 등 일본인들이 선망하는 특정 외국계 기업 정보는 리퍼미 앱에서만 올라오게 됐다. 젊은이들이 리퍼미 앱에 몰린 이유다. 게다가 젊은 IT기술자를 중심으로 깔끔한 인터페이스 등으로 호감도를 높여나갔다. 잠재적으로 인재의 전문성은 높아지고, 채용 매칭 확률은 점차 높여나가고 있다.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여기엔 리퍼미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도 남다른 경쟁력이었다. 최근 특히 IT개발자 인력이 부족해 허덕이는 소프트뱅크나 라쿠텐 등 일본 IT기업에 한국 개발자 인력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빠르면서도 개발역량이 뛰어난 한국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데, 한국 원티드랩에서 연계한 인력을 매칭시켜주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조직관리, 한국과 일본 이렇게 다릅니다"

원티드랩이 일본에 진출한 계기도 흥미롭다. 2016년 한국인으로 글로벌 금융기업인 BNP파리바 일본주식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조희준 대표가 일본 기업들이 구인난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에도 원티드와 같은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계기였다. 일본 기업들의 수요가 있다는 점을 원티드랩 측에 알려주었는데, 이를 계기로 원티드랩 측이 조 대표에게 직접 일본 현지 사업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조 대표는 일본 시장은 한국 스타트업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현지화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다가, 이들의 제안을 받고 일본 법인 운영을 맡았다. 

그는 철저한 일본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지 7명 직원 중 6명을 일본인으로 채용하고, 사업 수정이나 프로젝트 변화가 있을 때마다 배경과 취지 등을 일일이 설명하고 있다. 조 대표는 "많은 한국기업들이 일본에서 성급하게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보는데, 이는 일본과 한국 시장이 다르고 조직구성원들이 다른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일본에선 조직관리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리퍼미 조희준 대표. 그는 일본 오사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유학시절을 거친 뒤,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맥쿼리, BNP파리바 등에서 기업 주식 영업 담당자로 근무했다. 시장 전문가이자 한일 스타트업 문화에 관해서도 정통한 경영인이다. 출처 인터비즈
"한국 스타트업들은 서비스든 앱이든 무엇이든 빠르게 만들어서 현장에 내놓고 실험해보죠. 그러고는 반응을 보면서 조금씩 고쳐나갑니다. 한국에선 이용자들이 새로운 서비스에 관대한 편이니까요. 반면 일본인 이용자들은 한 번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신중하게 접근해서 최상의 서비스를 처음부터 내놓는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그가 말하는 한국 시장과 일본 시장의 차이점이다. 한국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은 일본 시장에선 잘 먹히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신중하게 서비스를 선택하고 한 번 선택한 서비스는 잘 바꾸지 않는 일본 이용자들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처음 만들 때부터 최선의 서비스를 만들려면 조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리더가 앞에서 강하게 이끄는 한국식 조직문화는 일본에선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서비스를 내놓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도 안 해주고 윽박지르기만 하면 돌아서버립니다. 어떤 서비스를 수정한다면 왜 이걸 수정해야 하는지, 기업의 전략은 무엇인지 직원들에게 늘 설명해줘야 해요. 이와 같은 설득이 부족한 회사는 직원 스스로 존중감이 부족하다고 여기면 직원은 떠납니다. 구인난이니까요. 일본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해줄 때마다 이처럼 늘 직원을 설득하고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해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기업문화가 같지 않느냐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지난달 18일 리퍼미 조희준 대표가 다른 일본의 채용 서비스 등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인터비즈
일본 시장에 맡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조심스럽게 일본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중한 접근을 통해 현지화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그를 비롯해 모회사인 원티드랩 경영진들은 일본과 한국, 대만 등을 하나의 취업시장으로 엮는 글로벌 취업 플랫폼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 나온 스타트업 전략과 아이디어가 아시아 차원에서 새로운 시장과 채용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셈이다. 마치 유럽에선 구직자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취업을 비교적 쉽게 지원하는 것처럼 아시아 차원에서도 단일한 취업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하자, 조 대표는 "우리가 희망하는 것도 그것"이라고 답했다. 원티드랩은 일본 외에도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 같읕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성장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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