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창업 2년 만에 기업가치 1조 만든 사진광, 결국 페이스북 등진다...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 성공신화 끝?

창업 2년 만에 기업가치 1조 만든 사진광, 결국 페이스북 등진다...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 성공신화 끝?

세계에서 10억 명이 넘게 쓰는 사진공유 애플리케이션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 CEO(Kevin Systrom. 35)가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2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그는 휴식을 사임 이유로 밝혔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그가 모회사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의견 충돌을 빚어 물러나게 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들어 페이스북이 자회사 인스타그램의 경영을 간섭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제국 페이스북은 선거 개입과 가짜 뉴스 의혹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반면 인스타그램은 동영상 기능 등을 추가하면서 월 이용자가 10억 명을 넘어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소셜미디어 패권이 넘어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으로 운영 중심축을 상당 부분 옮기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즐거웠던 한 때. 2014년 인스타그램 월 이용자가 3억 명을 돌파하자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CEO(왼쪽)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무중력 컨셉 방에서 함께 장난치며 찍은 사진.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이들의 협력은 2018년 9월 끝났다. 출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서비스 운영방향과 관련해 시스트롬의 발언권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돈벌이에서 서비스를 지켜내지 못한 그가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창업 2년 만에 회사 가치를 10억 달러(1조1200억 원)까지 키우며 실리콘밸리의 놀라운 창업신화를 쓴 인물, 그의 성공신화도 이대로 마무리되는 것일까? 그의 사퇴는 인스타그램에 더 큰 시련이 될 것인가. 그의 경영철학은 무엇이기에 페이스북과 충돌한 것일까. 시스트롬과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들여다보자. 


알아주는 사진 덕후(Photo nut)...고교 때는 사진부 회장, 대학 때는 사진 수련

그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사진이다. 1983년생인 그는 어릴 적부터 장난감으로 사진기를 가지고 놀던 그야말로 '사진광'이었다. 부모님도 그에게 크리스마스에 사진기를 선물할 정도. 고교 때는 사진 동아리 활동을 했다. 회장으로 나설 정도로 애정이 깊었다.  

미국 스탠퍼드대로 진학해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대학 2학년 겨울방학 땐 이탈리아에서 홀가라는 이름의 플라스틱 사진기를 공부했을 정도다. 니콘 디지털 카메라에 익숙했던 그는 당시 이 구식 사진기를 통해 16:9 비율이 아닌 정사각형 비율로 나올 때 어떻게 다른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지 등을 연구했다. 이처럼 아날로그 사진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덕분에 훗날 나올 인스타그램에 정사각형 틀을 적용하고 다양한 느낌을 주는 필터들을 도입할 수 있었다고. 그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이유다. 
출처 유튜브 캡처
당시엔 잘 몰랐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겪는 경험들은 훗날 모든 일의 기반이 될 겁니다. 그게 어떤 조각일지 모르지만 결국엔 다 모여서 퍼즐을 이루게 되죠. 그것들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는 시간이 소요되지만 나중엔 결국 연결됩니다.


그는 대학 때 틈나는 대로 프로그래밍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 그는 대학 때 사교클럽에서 찍은 대용량 사진들을 공유할 수 있는 포토박스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만들어 내놓기도 했다. 당시 이 서비스를 눈여겨본 페이스북에서 먼저 입사제의를 했을 정도. 그러나 그는 거부하고 대학에서 주선해주는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트위터의 전신인 오데오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졸업 후에는 구글에 입사했다. 그가 한 일은 지메일과 구글 캘린더 등의 마케팅 업무였다. 2년 동안 회사에서 근무한 그는 구글 출신들이 만든 스타트업 넥스트스톱에 합류한다. 여행장소를 추천해주는 업체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그는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퇴근 후 퇴사준비를 위한 프로그래밍 공부에 매진했다고. 결국 회사를 나온 그가 처음 회사를 차린 시점은 2010년. 그가 27살 때였다. 그때 그가 구상한 사업 아이템은, 사진 공유 앱이었다. 


기능을 다 갖춘 앱은 오히려 실패...기능을 지워나가보니 남은 하나

그는 회사 재직 중에도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고 다녔다. 그가 과감히 회사 창업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시스트롬의 사업구상을 들을  벤처 투자자가 50만 달러를 초기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관련자들을 만나는 행사에 참여해 벤처투자자들을 활발하게 만난 것이 주효했다. 

시스트롬은 스탠퍼드에서 동문수학한 브라질 출신 개발자 마이크 크리거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대학내 IT업체 체험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던 2년 후배였다. 크리거는 흔쾌히 승낙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든 모바일 앱이 바로 인스타그램의 전신인 '버븐(Burbn)'이다. 

버븐은 이용자가 어디를 방문했는지 장소 정보를 공유하면서 그에 대한 사진도 함께 올릴 수 있는 서비스였다. 여기에 체크인, 스케쥴링 등의 기능 등이 다양하게 접목됐다. 반응은? 시장에서 별 반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졌다. 소비자들은 온갖 기능이 잡다한 앱이 복잡하다고 여겼다. 

시스트롬은 앱에 다양한 기능을 집어넣는 게 어수선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능을 하나씩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기능을 모두 지워가다보니 결국 한 가지 기능만 남았다. 사진공유 기능이었다. 

이들은 버븐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앱 개발 작업에 들어갔다. 새롭게 탄생한 앱의 이름은 즉석이라는 뜻의 인스턴트(Instatant)와 멀리 보내는 메시지라는 뜻의 텔레그램(Telegram-전보)을 합쳐 '인스타그램'이라고 지었다. 첫 구상부터 개발 완료까지 걸린 기간은 8주였다.
출처 위키미디어
인스타그램 창업자들은 사람들은 기능이 단순하면서 본질에만 집중한 이 앱을 좋아할 것이라는 예상했고, 이는 적중했다. 한달 만에 이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다. 이용자수는 1년 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기능을 단순화하면서도 필터 등의 핵심 기능을 통해 사진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사진을 바로 아름답게 만들어서 바로 공유하는 프로그램은 앱 이용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고든 것이었다. 단순하고도 강력한 메시지였다. 핵심 메시지를 찾아 이를 깊게 파고들어야 기능으로 구현해야 성공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성공 원칙 '서비스 본질에 집중하라'...페이스북과 충돌한 것일까?

인스타그램에 감탄한 이들 중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도 있었다. 2011년에 시스트롬에게 인스타그램 인수 제안을 던졌다. 그러나 시스트롬은 회사를 더 성장시키고 싶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인스타그램의 이용자가 4000만 명에 육박한 시점에 저커버그는 다시 인수 제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엔 10억 달러(1조 12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안했다. 당시 인스타그램은 이용자수가 4000만 명에 이르긴 했아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 직원수는 13명에 불과한 회사였다. 당시 저커버그는 시스트롬에게 인수 후에도 CEO자리를 약속했다. 

인스타그램 창업 불과 2년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이번엔 케빈 시스트롬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커버그가 인수에 공을 들인 것은 인스타그램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잠재적인 경쟁자로 맞닥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다급해진 그는 시장가로 여겨지던 5억 달러의 두 배를 치르고서라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출처 flickr ©Christopher Michel
현재 인스타그램의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111조 원)로 추정된다. 2012년 페이스북이 인수할 당시보다도 100배 커진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산 것은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스트롬은 인스타그램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세상의 소통방식을 바꾸고, 기업으로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뜻을 실현한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의 성공신화의 핵심, 즉 '서비스의 본질과 핵심기능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는 정작 페이스북까지 넘어서는 시점이 다가오자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그램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페이스북의 경영 간섭은 나날이 심해졌다는 게 중평이다. 인사가 대표적이다. 저커버그는 최근 시스트롬이 영입한 케빈 웨일 전 인스타그램 상품 총괄 부사장을 페이스북 블록체인 담당 부사장으로 자리를 이동시켰다. 대신 아담 모세리 페이스북 뉴스피드 담당 부사장을 웨일이 있던 인스타그램 상품 총괄에 앉혔다. 모세리는 인스타그램의 차기 대표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외신은 케빈 시스트롬 없는 인스타그램이 광고 및 쇼핑 링크 확대 등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페이스북에선 상업적 콘텐츠 운영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 수익화에 좀 더 골몰하리라 보는 것이다. 이는 인스타그램이 성장할 수 있었던 시스트롬의 철학과는 충돌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유튜브 캡처
서비스의 본질을 중시하는 인스타그램과 이를 제안한 시스트롬의 창의성은 한때 회사를 키우는 데 일조했지만, 이제는 페이스북 눈엔 걸림돌이 된 것일까. 시스트롬은 현재 '다음 장'을 준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페이스북의 일원으로 이 거대한 소셜미디어 제국을 건설하는 데 일조한 그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이란 무엇일까. 뉴욕타임즈 등은 인스타그램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몇몇 경제지들은 수익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어느 쪽이 맞을까. 어느 쪽이든 신데렐라 스토리의 빛은 퇴색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인터비즈 임현석 문채영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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