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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와 유니클로는 어떻게 '혁신' 성공했나?

[DBR/동아비즈니스리뷰] 비용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비용의 절대 규모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면지를 활용하거나 비정규직 고용을 늘려 인건비를 줄이는 등의 비용 절감 방법은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비용을 줄이면서 동시에 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비용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핵심은 전체 매출에서 '원가부담률'을 낮추는 것이다. 토요타와 유니클로는'수익성' 대신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절대적 비용 대신 원가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비용 혁신에 성공했다. 


'토요타'가 리콜 사태 이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09년, 토요타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렉서스에 탑재된 브레이크 오작동 문제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자사 자동차 170만 대를 리콜해야 했다. 미국에서도 집단 소송이 제기됐고 막대한 합의금이 청구서로 날아왔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엔화 가치까지 높아져 수출 경쟁력도 약화됐다. 세계 각국에서 토요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모두 토요타의 회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토요타는 빠르게 회생했다. 그 이유에는 생산성에 목적을 둔 비용 혁신이 있었다. 토요타는 이른바 '토요타생산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 이하 TPS)'이라 불리는 고유 생산공정을 고도화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기존 TPS는 자동차가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후에야 품질검사를 통해 합격품인지 불량품인지를 구분하는 방식이었다. 불량품은 표시를 해둔 후 추후에 원인 파악을 위해 점검을 했다. 하지만 리콜 사태 이후 토요타는 이 공정을 뜯어고쳤다. TPS를 업그레이드한 '자공정완결(自工程完結, 불량 제로) 시스템'을 실시했다. 

TPS와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는 ‘최종 점검’이라는 품질관리 원칙을 버린 데 있었다. 대신 각 공정 안에서 품질을 검사하고, 불량품이 나오면 이를 해당 공정 안에서 즉각 개선했다. 점검 요소는 크게 4가지였다. 소재(Material), 기계(Machine), 방법(Method), 작업자(Man)의 항목을 바탕으로 합격품 여부를 검사(Measurement) 했다. 토요타에서는 이를 '4M+1M'이라고 부른다. 
렉서스 공정 중 검토를 하고 있는 토요타 생산 직원들 / 출처: 토요타 코리아
토요타의 '불량 제로' 시스템은 어떻게 돌아갈까?

자공정완결을 보면 토요타가 불량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품질 보증을 위해 '제외'해야 하는 것에서, 더 완벽한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개선'해야 하는 대상으로 불량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책임감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불량품이 나오는 원인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직원들 스스로 원인을 찾아내 해결하려는 의지도 강해졌다.

각 공정에서의 ‘불량 제로’ 달성을 위해 설계 단계부터 수정에 들어갔다. 애초부터 부품 조립이 쉽고 양산이 용이한 제품들을 주로 설계하도록 했다. 엔지니어들이 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설비와 공구를 개발할 수 있는 생산 기술도 확보했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작업 노하우, 스킬을 키우기 위한 표준 매뉴얼도 개발했다. 그 결과 토요타의 불량률은 기존 1만 분의 1에서, 20만 분의 1 내지 10만 분의 1로 줄었다. 

표준 매뉴얼대로 작업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되,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생산설비와 공법을 개선했다. 만약 개선했는데도 불량품이 생산되면, 제품 도면부터 변경하고 설계를 고쳤다. 이렇게 바뀐 조건에 맞춰 표준 작업도 바꿨다. 
이 외에도 토요타는 같은 생산 플랫폼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공정 프로세스를 개발해 생산 비용을 낮췄다. 표준 부품들을 사용한 모듈 생산 시스템으로 생산 효율성도 높였다.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선전하고 있는 토요타자동차 / 출처: TOYOTA USA 공식 페이스북
이렇듯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생산공정에서 이뤄지는 개선보다, 제품 개발 및 설계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신제품이라도 표준 부품을 사용하거나 여러 제품에 쓰일 수 있도록 부품을 공용화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첨단 제품이라고 무조건 새 부품, 장비나 특수 주문품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존 부품을 활용해서 새로운 기능을 확보하는 것이 진정한 기술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웃소싱으로 비용 혁신 일군 '유니클로'

기업은 언제나 새로운 고객 니즈를 개발하고 매출을 늘리는 ‘생산성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많은 경영자들이 이를 어렵게 생각한다. 엄청난 연구개발, 기술 혁신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값비싼 혁신이 아니더라도 생산성의 질은 충분히 제고할 수 있다. 재고 비용을 낮추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전체 매출에서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줄이면' 된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해 비용 혁신을 이룩한 일본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장기 불황 시기에도 오히려 매출을 늘리며 성장한 기업이다. 그 바탕에는 '아웃소싱'이 있었다. 생산을 외주로 돌려 생산비용을 크게 낮추고, 절약한 비용은 제품 개발과 물류에 투자해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제품을 선보였다.  

유니클로의 ‘에어리즘(AIRism)’이 대표적인 예다. 에어리즘은 초미세 섬유로 제작된 여름 내의(內衣) 개념 제품이다. 얇으면서도 땀을 잘 흡수하는 소재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 옷은 여름에 덥기 때문에 벗는다는 통념을 '덥기 때문에 입는다'는 소비자 경험으로 유도한다. 놀랍게도 이 제품은 덥고 습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몸에 잘 맞으면서 피부를 보호한다는 기능적인 장점이 통했다는 평가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조코비치도 경기를 할 때 에어리즘을 입는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에어리즘의 품질은 유명하다. 
여름 이너웨어의 대명사가 된 '에어리즘' / 출처: 유니클로 공식 페이스북
에어리즘은 높은 퀄리티에 비해 저렴하다. 이는 유니클로의 철저한 역할 분담 덕분에 가능했다. 생산은 '도레이'라는 협력사가 맡고, 유니클로는 제품 기획과 마케팅, 판매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출처: 도레이 공식 홈페이지
에어리즘이라는 제품을 처음 기획했을 때, 관련 섬유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도레이가 유니클로의 의뢰를 받아 세상에 없던 섬유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에어리즘은 '폴리머' 기술과 방사 기술을 결합한 첨단 실을 사용해 만든다. 두께가 모발의 12분의 1 정도 되는 아주 가는 실이다. 당연히 생산이 매우 어렵다. 실 두께가 균일하지 않으면 부드러움과 탄력을 동시에 가진 에어리즘의 특징을 제대로 구현하기도 어렵다. 유니클로는 그런 정도의 미세한 공정은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봤다.
유니클로 벨기에 매장 전경 / 출처: 유니클로 공식 홈페이지
유니클로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잘 할 수 없는 부분은 외부 전문 업체에 아웃소싱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는 같은 자원, 인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어떤 전략과 방향성을 가지느냐에 따라 결괏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회사가 각자의 장점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니클로는 제품 기술력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 기획에 주력했다. 도레이는 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도전을 기꺼이 수용하며 자사 기술 경쟁력 향상을 꾀할 수 있었다. 같은 자원을 투입해 기존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비용 혁신을 달성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생산성 향상시킬 수 있는 비용 혁신해야

일본 기업들은 장기 불황, 근로시간 축소, 저출산 등으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체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들은 단순히 비용의 절대액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같은 자원, 혹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큰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원가 부담을 줄여나갔다. 인건비 부담, 경기 침체, 중국 기업들의 위협 등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깊이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1호
필자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인터비즈 권성한, 박은애 정리 / 그래픽 이정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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