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원하는 대로 만들어 줍니다, 글로벌 패션 기업들의 생존전략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줍니다, 글로벌 패션 기업들의 생존전략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패션시장은 산업혁명과 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주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교체돼왔다. 1차 산업혁명으로 방직기가 발명되면서 영국과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시장을 장악했고, 2차 산업혁명 후엔 나일론 등이 상용화되면서 나이키, 갭 등 미국 브랜드가 등장했다. 정보기술로 촉발된 3차 산업혁명 시기엔 자라, H&M,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가 시장을 휩쓸고 있다. 그렇다면 초연결 네트워크 시대인 4차 산업혁명기엔 어떤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까. 


엄마처럼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들어주는 '엄마 기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기에는 '엄마기계'의 시대가 올 것이다. 여기서 엄마기계란 엄마의 특성과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 시스템, 장치,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총칭한다. 산업혁명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수작업 시대엔 옷을 엄마가 만들었다. 자녀의 상황, 맥락, 선호, 의도 등을 반영해 옷감을 선정하고 디자인해 옷을 지었다. 이때 고려하는 것들을 한마디로 '컨텍스트(context)'로 부를 수 있다. 앞으로는 엄마처럼 소비자의 컨텍스트를 반영한 전문가 기계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이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공급자-수요자 역할의 변화다. 산업혁명 이후 공급자 중심의 세상이 이어지고 있다. 수요자는 공급자가 제공해주는 것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자유만 가졌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수요자들이 초연결 네트워크와 수많은 전문가 기계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것을 말하고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수요자의 기능과 역할이 되살아나면서 소비자 주권이 회복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혁신을 거듭하는 패션기업들


네트워크 시대에 대응하는 글로벌 패션 기업들의 전략은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공룡 기업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전략 그리고 혁신 스타트업 기업들이 펼치는 전략.

공룡기업들은 막대한 자금과 인력, 그리고 정보력을 동원해 자신들이 보유한 플랫폼 기반의 네트워크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아디다스는 스피드 팩토리를 구축해 소비자 개개인의 컨텍스트를 파악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직원은 10명뿐이지만 6대 로봇과 2대의 3D 프린트 덕에 연간 50만 켤레 신발 제작이 가능하다. 나이키도 2000년 '나이키아이디(NkieID)'를 출시하고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한 운동화를 제작·배달하고 있다. 현재 1개 기본 스타일에서 84가지 조합의 상품 주문이 가능하다. 

SPA 대표 기업인 자라와 유니클로는 유통 혁신을 꾀하고 있다. 고객 정보와 재고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해 수요를 파악함으로써 시장과 가까운 곳에 생산 공장을 배치해 신속하게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재고를 덜 남겨 물류 보관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유니클로 역시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상품화함으로써 옷을 입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경계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구글과 H&M이 합심해 출시한 코디드 쿠튀르 서비스(좌), 에코룩 서비스(우) / 출처 나인투파이브구글(좌), 아마존(우)
구글과 아마존 같은 IT 기업도 패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은 2016년에 H&M과 함께 사용자 위치정보를 이용해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인 맞춤형 드레스를 제작해 주는 서비스인 '코디드 쿠튀르(coded couture)'를 개시했다. 아마존은 2017년 4월 '에코룩(Echo Look)' 서비스를 출시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에코 스피커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해 스타일리스트처럼 고객에게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보다 과감한 혁신을 선도하는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크게 제조기반 패션 기업들과 유통 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제조기반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 대부분은 온라인 맞춤형으로 수요자가 디자인에 참여한다. 뉴욕에 본사를 둔 보노보스(Bonobos)는 고객에게 '내 몸에 딱 맞는 바지'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한 온라인 남성 패션 스타트업이다. 초창기에는 바지 하나에만 집중해 신체 사이즈를 28~40 사이즈로 세분화하고, 핏(fit)은 '테일러(tailored)핏, 슬림(slim)핏, 애슬레틱(athletic)핏, 스트레이트(straight)핏, 부츠(boots)컷 등으로 세분화했다. 바지는 개당 95달러로 사이트 오픈 반년 만에 매출 4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후 셔츠, 재킷, 신발 등 제품 라인을 확대해 창업 3년 만에 1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고, 2017년 월마트에 3억1000만 달러에 인수됐다. 
출처 보노보스
3D 프린팅과 스캐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옷, 신발, 심지어는 속옷까지 고객의 체형에 맞게 제작이 가능해졌다. 이스라엘의 대니트 펠레그는 세계 최초로 맞춤 주문형 3D 프린팅 재킷을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2년 전 처음 한 벌을 만드는 데 가정용 3D 프린터 6대를 이용해 1500시간, 즉 62일을 쏟아야 했지만 지금은 15분의 1인 약 100시간이면 충분하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집에서 2~3시간 만에 자신의 체형에 맞는 티셔츠를 만드는 때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맞춤 추천'을 통해 고객을 사로잡아라

패션 유통계에선 고객에게 직접 원하는 것을 물어 수요를 파악하는 '챗(Chat)' 쇼핑이 각광받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타오바오왕(Taobao Wang)의 회원 전용 메신저인 알리왕왕(Alli Wang-Wang), 인도 3위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스냅딜(Snap Deal)이 운영하는 모바일 기반 오픈마켓인 쇼퍼(Shopo)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고객이 직접 입력한 컨텍스트를 반영해 제품을 추천한다. 
미국의 '위시(Wish)'는 구글의 광고 기능을 쇼핑에 도입하는 전략으로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위시는 사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위시 리스트에 담고, 태그를 달고, 친구들에게 추천하면, 할인쿠폰이나 무료 업그레이드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로 위시는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이 누적될수록 위시의 추천 엔진은 점점 정교해지고, 사용자들은 검색 없이도 자신에게 딱 맞는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위시가 지향하는 것은 '구글 버전의 아마존'이다. 아마존처럼 많은 상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팔면서, 구글의 검색 기능처럼 사용자가 요구하는 상품을 정확하게 추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주로 유럽과 북아메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위시는 개인 맞춤 서비스로 무장해 아마존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고객에게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고객이 좋아할 만한 의류를 골라 배송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업체 '스티치픽스', 소유 대신 소비를 강조하며 '옷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렌트 더 런웨이', '에어 클로젯' 등의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패션 산업이 가야 하는 길

초연결 시대에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패션사업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 '맞춤' 패션 하면 떠오르는 나라나 기업이 많지 않다. 당장은 돈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패션 기업들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처음 자라가 2~3주마다 신상품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겠다고 했을 때 다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떨치고 4차 산업혁명 기술 요소를 잘 활용하면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은 '미래패션공작소(My Fashion Lab)'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해서 세계 최초로 1시간 이내에 3D 기술과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 등을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옷을 즉석 주문-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한국은 동대문으로 대표되는 제조 인프라가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섬유 패션과 ICT 기술을 융합하는 기술을 가졌다. 패션 유통 역시 '지능 능동형 유통시스템'을 시도해야 한다. 글로벌 패션 시장은 벌써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뛰어들지 않으면 늦는다. 시간이 없다.

* 이 글은 DBR 2018년 8월 호 <엄마가 내 몸에 꼭 맞는 옷 만들어주듯 초연결 시대엔 '감동의 맞춤 패션' 뜬다>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5호
필자 박창규

인터비즈 문채영,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 미표기 이미지 출처: 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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