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관리잠은 사치재? 제대로 자야 성공한다

잠은 사치재? 제대로 자야 성공한다

오늘날 가장 성공한 온라인 저널리즘으로 평가받는 미국 <허핑턴 포스트(허프포스트)>는 그리스 아테네 출신의 아리아나 허핑턴이 2005년 설립했다. 그가 처음 회사를 세웠을 때 직원은 3명에 불과했지만 6년 만에 3억 1500만 달러짜리 회사로 가치가 커졌다. 현재 허핑턴 포스트에는 약 700명의 기자와 4500명의 블로거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아리아나 허핑턴 / 출처 flickr
회사 설립 초기, 허핑턴은 그야말로 '슈퍼우먼'으로 살았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로, 그는 매일 크고 작은 회의에 참석하고 수백 통의 전화와 이메일을 받으며 동시에 꾸준한 연재를 그치지 않는 등 분초를 다투는 바쁜 생활을 해나갔다.

만성적 수면 부족에 시달리던 그는 2007년 4월 어느 날, 사무실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넘어지면서 책상 모서리에 눈 주위를 강하게 부딪쳤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 몸이 피투성이였고 광대뼈에는 금이 갔다. 자칫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큰 사고였다. 이 사건은 앞만 보고 달리던 그의 인생에 커다란 물음표를 던지게 했다. 

그날 이후 그는 '제대로 자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실천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사인 AOL에 회사를 매각한 이후에도 편집장 자리를 지키던 그는 2016년 허핑턴 포스트를 완전히 떠났다. 현재는 건강 콘텐츠 플랫폼 '스라이브 글로벌'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수면 전도사'의 길을 걷는 중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015년 CNN은 '잘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Sleep or Die)'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충분한 수면은 생사를 가르는 것과 동일한 무게를 지니는 문제라는 화두를 담았다. 

2014년 미국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0% 이상은 그 해 단 하루도 휴가를 쓰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노동자 5명 중 1명이 수면부족으로 결근하거나 지각했다. 하루에 6시간 미만 자는 상황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면 48시간 동안 한 숨도 자지 않은 상태와 같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경쟁적인 삶을 권장하는 우리 사회는 더 하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53분. 40대는 6시간37분에 불과하다. 잠자리에 들고 나서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느라 곧장 잠에 들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30분이라도 덜 자는 학생이, 한 시간이라도 늦게 퇴근하는 직원이 높에 평가받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잠은 일종의 사치재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잠이 무시되는 가장 큰 이유는 깨 있는 시간과 생산성을 동일시하는데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잠을 비롯해 어떤 종류라도 휴식을 취하는 사람은 모두 게으름뱅이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체득된 시각이다. 산업사회에서는 일하는 시간이 곧 일하는 근로자들의 가치이자 회사의 생산성이었다. 근로자들이 일하는 시간이 늘면 생산량이 늘었다. 기업의 매출도 증가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현대 지식경제에 과거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대단한 오류다. 단순 노동이 생산성에 기여하는 부분은 미미해졌다. 그보다는 깊이 있는 사고, 질 높은 창의력,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차별적 시각에 생산성이 좌우되는 시대다. 

질적 사고는 개인의 에너지, 그 중에서도 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순히 말해 잘 자면 머리가 잘 돌아간다. 허핑턴이 강조하는 것도 이 점이다. 그는 말한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이 진정한 성공과 번영으로 연결된다'고. 

선도적 기업들은 이미 잠이 성과를 높인다는 믿음을 가지고 직원들이 근무시간 중에라도 잠을 보충할 수 있도록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를 비롯해 AOL과 P&G 등은 `에너지팟(Energy Pod)`을 사내 곳곳에 설치했다. 한 대에 약 8000달러나 하는 에너지팟은 일종의 고급 낮잠침대다. 마치 대형 알과 같은 모양의 캡슐 안에 들어가 누우면 잔잔한 음악소리를 들으며 편안한 상태에서 낮잠을 잘 수 있다. 
낮잠 침대 에너지팟 / 출처 metronaps
타임워너는 회사 주변 스파에 아웃소싱을 줬다. 직원들은 가까운 스파를 찾아 전용 룸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자포스와 나이키는 직원들이 낮잠 또는 명상을 즐길 수 있도록 조용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국내 기업은 어떤가. 일부 기업들이 사내 수면실 등을 갖춰놓고는 있지만 수면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더 늦게까지 일하도록 만드는 '보조적 장치'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보다는 직원들이 융통성 있게 근무일정을 조정하고, 자율적으로 시간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적,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수면실 설치라는 단편적 조치가 아닌 조직의 평가기준과 운영방식, 직원들의 삶의 질을 바라보는 리더의 관점 등이 달라져야 할 문제다. 


인터비즈 최한나
inter-biz@naver.com
찜하기이글을 다시 읽고 싶다면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