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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패망할 줄 알았던 독일軍...버틸 수 있었던 건 특유의 '리더십' 때문?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특정 분야에서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기업을 '히든챔피언'이라고 한다. 그런데 전 세계 2734개의 히든챔피언 중 무려 1307개(약 48%)가 독일 기업이다.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히든챔피언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 많은 사회·문화적 배경들이 있지만 결정적 요소는 열린 소통과 신뢰에 기반한 '리더십'과 꾸준한 '연구개발'에 있다. 


히든챔피언의 시스템은 '전투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하는 애리조나 호 / 출처 national archives & records administration
제2차 세계대전 중, 1941년 12월 일본은 미군이 자리 잡고 있던 하와이의 진주만을 공습했다. 이로 인해 미군 비행기 188 대와 전함 다섯 척이 파손됐고, 이는 중립을 지키던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계기가 된다. 태평양 전쟁의 시작이었다.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이 소식을 듣고 일본과 그의 동맹국이었던 독일의 패망을 확신했다. 하지만 독일군은 이후에도 미국, 소련, 영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에 맞서 42개월을 버텼다. 심지어 연합군의 엄청난 인적·물적 우위에 맞서면서도 한결같은 전투력을 발휘했다. 마틴 반 크레벨드의 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투 효율은 미군보다 52%나 더 높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모습. 연합군은 당시 독일의 치하에 있던 프랑스 노르망디에 상륙을 감행했다. 이 작전이 성공하면서 연합군은 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 출처 national archives & records administration
사면초가 속에서도 높은 전투 효율을 보인 독일군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임무 중심적 지휘 시스템(mission-oriented command system) 때문이다. 지휘관은 부하들에게 임무만 하달하고 수행을 위한 자세한 지시는 하지 않는다. 반면 미군의 지휘 시스템은 프로세스 중심적(process-oriented)이다. 지휘관이 수행해야 할 임무뿐 아니라 실행 지침까지 지시하는 방식이다. 즉, 리더의 지침이 전투 효율을 결정한 셈이다. 

독일군의 임무 중심적 지휘 시스템은 곧 독일 히든챔피언의 시스템이기도 하다. 독일의 초일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독일 히든챔피언의 여러 성공 요인 중 최고는 'CEO의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히든챔피언의 CEO는 독일군 지휘관처럼 우선순위와 목표를 확실히 정한 뒤 실행을 위한 세부사항은 직원들에게 맡긴다.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부하 직원이다. 당연히 상관보다 부하 직원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더 잘 알게 돼 있다. 히든챔피언의 리더 대부분은 이를 이해하고 있다. 헤르만 지목은 전쟁터나 경영 현장에서 개인의 솔선수범, 책임, 유연성, 그리고 분권화된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독일 특유의 리더십 스타일이 현대 경영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한다. 


끊임없는 연구개발, '조금씩 꾸준히' 개선하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리더십에 이은 또 하나의 성공 비결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한 혁신이다. 독일은 혁신 능력이 매우 뛰어난 나라다. 한 나라의 혁신 능력을 보려면 '특허출원' 건수를 확인하면 된다. 2006년과 2016년 사이에 독일이 등록한 특허출원은 약 13만 건이다. 이 중 상당수가 히든챔피언의 작품이다. 독일의 특허출원 건수는 다른 나라에서 등록한 모든 특허출원을 합친 것보다 많다. 독일의 1인당 특허출원 건수는 프랑스의 2배 이상, 이탈리아와 영국의 4배 이상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스의 1인당 특허출원 건수를 모두 합한 것에 12를 곱해도 독일에 미치지 못한다. 

히든챔피언은 매출액의 평균 5.9%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이는 다른 독일 혁신기업들에 비해 두 배 높은 수치다. 전 세계에서 연구개발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1000곳의 연구개발비 지출 비율보다도 50%가량 높다. 
독일의 히든챔피언 케른-리버스는 자동차 안전벨트 스프링 등의 혁신적인 기술로 전 세계 40개국에 진출했다. / 출처 케른-리버스 홈페이지
또, 크고 획기적인 혁신보다 조금씩 꾸준히 개선하는 일에 더 힘을 기울인다. 고급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밀레(Miele)의 사훈도 '항상 더 낫게(Immer besser)'다. 끊임없는 작은 개선을 통해 완벽의 상태에 가까이 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구개발이 '혁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히든챔피언의 혁신은 연구개발에 더해진 '부서 간 원활한 공조체계' 덕분이다. 케른-리버스(Kern-Liebers)의 관계자는 "성공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며 참가자 모두의 협조를 통해 완성된다"고 말한다. 케른-리버스는 자동차 안전벨트의 특수 스프링을 개발해 해당 분야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독일의 히든챔피언이다. 케른-리버스 내 부서 간 협조는 대기업보다 원활하게 이뤄진다. 각 부서의 공동 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제품 또는 서비스의 개발 기간도 짧다. 

결국 제아무리 뛰어난 리더십과 연구개발이 있다 하더라도 열린 소통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히든챔피언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히든챔피언이 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의 전략이나 경영 방식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을 허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발상, 혁신적인 전략과 경영 방식은 자유롭게 논의하고 수용하는 문화에서 만들어진다.

*이 글은 '무엇을 버릴 것인가(유필화 지음, 비즈니스북스)'을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04호
필자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인터비즈 최예지, 이방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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