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제품 판단을 결정하는 건 이성이 아닌 감각? ... \

제품 판단을 결정하는 건 이성이 아닌 감각? ... '감각디자인'

[DBR/동아비즈니스리뷰] 기업들의 R&D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 품질도 높은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세밀한 부분에서 품질 경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고객들이 차이를 인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제품의 우수성을 오감으로 전달하는 '감각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감각디자인은 제품의 우수성, 개성, 브랜드 철학 등을 제품의 감각적 요소들을 통해 전달하는 작업이다.  


올해 출시된 스마트폰이 작년 것보다 뛰어나다는데... 체감되십니까?

사람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들의 좋음과 나쁨을 판단한다. 복숭아를 예로 들어보자. 복숭아를 고를 때 우리는 먼저 눈으로 색과 모양을 살펴보고(시각) 향을 맡는다(후각). 그 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보고서 복숭아의 단단함과 무른 정도를 살핀다(촉각). 감각기관을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이를 종합해 좋은 복숭아인지를 판단한다. 감각을 통해 대상의 좋음과 나쁨을 판단하는 과정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가장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정보처리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복숭아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여러가지 '감각'을 통해 좋음과 나쁨을 판단한다
지금 기업들이 맞닥뜨린 문제의 본질은 제품 품질이 사람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그 좋음과 나쁨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에 있다. 사람의 감각기관은 몸 보호를 목적으로 진화해 왔다. 때문에 사람은 자기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나쁜 대상들은 감각을 통해 쉽게 구분해 낸다. 하지만 감각기관은 좋은 것을 그보다 더 좋은 것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지는 않다. 

이는 감각기관이 가진 ‘한계 민감도 감소 현상(diminishing marginal sensitivity)’과 관련된다. 사람의 감각기관은 자극의 강도가 낮을 때는 자극 수준의 변화에 민감하지만, 자극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자극 변화에 둔감해진다. 예컨대 무게 1㎏의 물건을 들다가 무게 2㎏의 물건을 들면 그 무게 차이를 쉽게 느끼지만, 무게 20㎏의 물건을 들고 있을 때는 1㎏이 추가돼도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

한계민감도 감소 현상은 제품 품질 인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낮은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다가 그보다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면 그 우수함을 쉽게 인식한다. 하지만 이미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더 우수한 제품을 사용해도 그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 특히나 대부분 제품들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요즘은 더욱 그렇다. 

예전에 사람들은 제품 간 화질을 비교함으로써 텔레비전의 좋음과 나쁨을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질을 비교해 봐도 어느 제품이 더 좋은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품질의 신제품이 매년 출시되지만, 막상 사용해보면 1년 전 제품보다 특별히 더 낫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신제품이 출시돼도 제품을 교체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과도한 기술 진보가 도리어 품질 수준과 감각적 인식 사이 불일치를 가져온 셈이다.
브랜드만 다른 최신 스마트폰 사이 경쟁에서도 일반인이 성능 차이를 정확히 구분해내긴 쉽지 않다. 애플 아이폰 XS(좌)와 삼성 갤럭시노트 9(우). / 출처: 애플 아이폰 공식 페이스북(좌), 삼성 공식 홈페이지(우)
품질 수준과 감각 인식 자체가 반대가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성능 자동차일수록 엔진 소리가 크고 거칠었다. 엔진 소리만 듣고도 자동차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성능이 좋은 엔진의 소리가 반대로 더 조용하고 부드러워지고 있다. 품질과 감각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네이버 자동차 벤츠 S클래스
그렇다면 기업은 이 '품질 수준과 감각적 인식 사이 불일치'라는 골치 아픈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가? 해결책은 명확하다.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우수성이 사람들에게 감각적으로 쉽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제품의 우수성을 인간 본연의 판단 방식에 충실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 바로 감각디자인이다.


제품을 만지는 순간, 판단이 끝날지도 모른다

감각디자인은 제품의 우수성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감각디자인이 잘 된 냉장고는 사용자로 하여금 문을 열 때 손잡이를 통해 느껴지는 감촉만으로도 좋은 냉장고라고 판단하게 만든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사진의 화질을 볼 필요도 없이 묵직하게 울리는 셔터 소리만 들어도 좋은 카메라라고 느껴지게 한다. 자동차를 탈 때 차 문이 묵직하게 닫히는 소리만 들어도 안전한 차로 느껴 안심하게 한다.

감각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제품과 고객 사이 ‘감각적 접점’을 찾아야 한다. 감각적 접점이란 고객이 제품을 사용할 때 가장 자주 경험하는 감각 자극을 말한다. 키보드로 타자를 칠 때를 떠올려보자. 키보드에 손을 올렸을 때의 감촉, 자판을 두드릴 때의 타건음과 눌렀을 때의 터치감 등이 바로 감각적 접점들이다. 감각적 접점에서 좋음이 느껴질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 제품이 좋다고 느낀다. 자판을 두드릴 때의 경쾌함, 피부가 제품 표면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감촉들은 그 키보드가 좋다고 판단하는 감각적 증거가 된다.
경쾌한 소리(청각)와 독특한 터치감(촉각), 알록달록한 백라이트(시각)까지 합쳐 출시한 기계식 키보드 / 출처: IT동아
모르는 사람은 '키보드가 그게 그거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최근 키보드 업체들은 소비자 별로 선호하는 감촉에 따라 제품 라인을 구별하는 감각디자인을 하고 있다. 아래 첨부한 영상을 참조하면 간접적으로나마 이해를 하실 수 있다.
최근 기계식 키보드가 다시 뜨고 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키보드를 두드릴 때 느껴지는 감각과 소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키보드 업체도 이 부분에 더욱 집중해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진행한다.
제품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때 감각 경험이 미치는 힘은 생각보다 더 강력하다. 여기 관련 연구를 보자. 연구원들은 대학생들에게 그들이 잘 모르는 외국의 화폐 단위로 표시된 금액을 보여주고서 그 금액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질문했다. 대학생들은 한 손에 클립보드를 들고서 설문지를 작성했는데, 일부 학생은 가벼운 클립보드를 들고 설문에 답했고 다른 일부는 무거운 클립보드를 들고 설문에 응답했다. 응답 결과를 분석해보니 무거운 클립보드를 든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같은 화폐의 가치를 더 크게 평가했다. 손에서 느껴지는 무거움이 화폐가치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는 참가자들에게 어떤 사람에 대한 정보를 주고서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해서 판단하게 했다. 실험에 참가하기 직전 참가자들 중 일부는 뜨거운 커피를 손에 들었고, 다른 일부는 아이스커피를 손에 들었다. 실험 결과 뜨거운 커피를 들었던 참가자들일수록 상대를 ‘따뜻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소개팅 때는 꼭 따뜻한 커피를 마시자 / 출처: 동아일보DB
이들 연구 결과는 대상 판단에 신체 감각이 미치는 힘이 상당함을 암시한다. 특히 제품의 가치나 우수성같이 사람들 눈에 직접 보이는 대상이 아닐 경우, 사람들은 자기 신체가 보내는 정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감각디자인은 R&D, 디자인, 마케팅 등 무려 3가지 이상 기술의 콤비네이션!

물론 기업이 감각디자인의 필요성을 인식해도 제대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제품 디자인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각디자인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타깃 고객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신체적 감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 사람의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이해해야 한다. 감각적 요소들을 제품에 녹여내는 엔지니어링 능력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감각디자인은 R&D, 디자인, 마케팅이 함께 힘을 기울여야 하는 세심한 작업이다.

제대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만큼, 잘 구현된 감각디자인은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요즘처럼 품질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에 감각디자인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6호
필자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비즈 권성한,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미표기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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