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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자주' 말고 '잘' 합시다!... 올바른 회의 방법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추운 겨울날 동물원에 가본 적이 있으신지? 날이 추운데도 동물들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바위에 앉아 자태를 뽐낸다. 마치 관람객들에게 사진을 찍으라는 듯, 사람들이 사진 찍기 딱 좋은 자리에 포즈를 잡고 앉아 있다. 어떻게 훈련시켰길래 가능한 일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위 아래 열선을 깔아 동물들이 스스로 바위에 찾아가게 하면 된다. 
얼음 장벽 옆 열선이 깔린 바위 위에 누워 있는 에버랜드 사파리 호랑이 / 출처: 동아일보
누군가의 행동은 억지로 시킨다고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스스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조직에서의 몰입도 마찬가지다. 몰입하기 위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조직은 약속과 제도를 활용해 구성원들의 몰입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조직은 어떤 약속들을 활용해야 할까? 대표적으로 다음 3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첫째 '시간에 대한 약속', 둘째 '지시 및 보고에 대한 약속', 그리고 셋째 '회의에 대한 약속'이다.


몰입 시간에 대한 약속

도시바, 소니 등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Max2'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루 중 오전과 오후 일정한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만 상사가 지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물론 촌각을 다투는 급한 일까지 막는 건 아니다.) 

이 제도는 상사가 지시하기에 앞서 '고민'하도록 한다. 고민을 하다보면 지시의 빈도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지시하는 일의 '품질'도 좋아진다. 실제 몰입 워크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가장 감동을 받는 이들은 조직의 리더들이다. 워크숍에서는 항상 '자신이 어떤 일을 시켰는지' 써 보게 하는데, 막상 적고 보면 별일 아니었던 일들이 많았음을 스스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몇몇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집중근무시간제도' 역시 좋은 시도다. 집중근무시간제도란 오전 10~12시, 오후 2~4시 등 업무 시간의 일정 부분을 '일만 하도록' 정해 놓는 제도다. 이 시간 동안에는 질문도, 업무 요청도, 회의도 하지 못한다. 외부 거래처에도 협조를 요청해 이 시간 외 다른 시간에 전화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물론 이를 글자 그대로 지키긴 쉽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건 노력이고 바꾸려는 의지에 있다.
이마트는 집중근무시간 중 흡연실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출처 동아일보 DB
지시 및 보고에 대한 약속

조직에서 대부분의 일은 '지시'에서 시작해 '보고'로 끝난다. 리더는 항상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원하는 걸 제대로 들고 오는 걸 못 본다"라고. 그런데 부서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항상 "하라는 대로 해 갔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혼만 낸다"며 불평한다.

둘 다에게 문제가 있다. 조직 리더들은 조직원에게 지시할 때 반드시 '3-Q(3개의 질문)'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Why(왜)다.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거창한 일의 의미를 말하는 게 아니라, 보고 자료가 필요하다면 '어떤 목적'에 쓰일 것인지 명확히 하라는 말이다. 두 번째 질문은 When(언제까지)이다. 시간을 준다면 '지금 당장' 따위가 아니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정해줘야 한다. '월요일'이 아니라, '월요일 오전 10시까지'하는 식이다. 세 번째는 How(어느 정도까지)다. 부서원이 끙끙대며 일을 해왔는데 "뭘 이렇게까지 해왔어? 한 장이면 되는데..."라고 답하는 리더가 있다. 이 경우 리더는 괜히 미안하고 부서원은 짜증 난다. 일의 수준이나 방법을 명확히 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일 하나 시키는 데 너무 힘들다고 불평할 수도 있다. 지금 이 글을 열심히 읽고 고개를 끄덕였더라도 막상 지시를 할 때는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미리 부서원들에게 숙제를 주자. 지시를 받았을 때 위 3가지 질문을 먼저 꼭 해달라고. 그래야 시키는 리더도, 일을 받아서 하는 부서원도 '헛발질'이 없다.

리더뿐 아니라 부서원도 보고할 때 명심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문제가 생겼을 땐 '즉각 보고' 해야 한다. 리더는 더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갖고 있고 해결책을 제시해 줄 능력도 당신 생각보다 훨씬 크다. 혼자 해결해보려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느니, 곧바로 보고하는 게 낫다. 물론 무작정 찾아가서 "안 되겠는데요"하면 안 된다. 본인이 생각하는 해결책도 간단하게나마 들고 가야 한다. 이게 두 번째 원칙이다. 마지막 셋째는 상사의 피드백을 구하는 행위다. 자신의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리더에게 더 좋은 아이디어는 없는지, 과거 비슷한 일은 없었는지 물어 보완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사실 이 방법이 상사의 지원을 받아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회의에 대한 약속

리더들은 업무 시간 중 절반 이상을 회의에 쏟는다. 위에서 지시하는 회의, 아래에 지시하기 위한 회의... 리더의 업무는 끝없는 회의의 연속이다. 회의의 긍정적인 측면도 물론 많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행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문제는 '회의감'이 드는 회의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리더는 열정 있게 회의실 문을 열어젖혔는데, 정작 회의에 참석한 다른 구성원들은 전혀 몰입을 하지 못하는 회의가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회의'가 필요한 상황은 단 하나뿐이다. 객관적 정보 전달만이 아닌 '의견' 교환이 필요한 안건,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토론이 필요할 때다. 두 개 조건을 모두 만족할 때에만 회의를 하면 된다. 만일 객관적 정보 전달에 대한 사안이라면 메일이나 사내 공지를 활용하면 된다. 예컨대 연말정산 프로세스 공지 같은 주제를 굳이 회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회사 제도 변경이나 전략 변경 사항을 공지하는 등, 개인 의견 피력 자체가 핵심인 상황도 마찬가지다. 회의를 하기 보다는 그냥 리더가 스피커가 돼서 발표하면 된다.
무작정 회의는 이제 그만하자... / 출처: MBC 무한도전 네이버 TV 캡처
회의를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는 회의를 하고 나면 '뭔가 일을 한 것 같다'는 뿌듯함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회의 후 실행 여부다. 회의를 통해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리자.


좋은 회의를 하는 방법 "3-Room" 회의법

회의는 꼭 필요한 사안에만 해야 하는 만큼 한 번 할때 '잘' 해야 한다. 그런데 또 막상 회의를 시작하면 혼란스럽다. 회의가 진행되다 보면 꼭 언성이 높아지는 사람들이 나온다. "아이디어 없냐"는 호통부터 "그게 말이 되냐"는 비난, "그래서 구체적인 방법은 뭐냐"는 비아냥까지, 목청을 높이는 이유도 다양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단순히 상사들이 '꼰대'라서는 아니다. 너무 다양한 성향의 사람이 회의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누구는 시장 동향을 읽는 눈이 특별히 뛰어나다. 또 어떤 이는 현실 감각이 너무 높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니 제대로 진행이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좋은' 회의를 위해 꼭 필요한 절차 중 하나가 바로 회의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걸러내는' 것이다. 회의 참석자를 제한하자는 말이 아니다. 정한 시간, 장소에서는 하나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도록 하자는 말이다. 이를 '3-Room 회의 기법'이라고 한다. 방법은 이러하다. 첫 번째 시간은 '몽상가Dreamer의 방'이다. 이 방의 규칙은 '가능한 모든 것을 상상하라'이다. 비판은 금지된다. "예산이 부족해서..."라든가, "인력이 모자라서..."같은 소리들은 일단 제쳐두자는 말이다. 이 방에서는 어떤 제재도 없이 최대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쏟아내도록 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충분히 나왔다면 이제 두 번째 방, '현실가Realist의 방'이다. 이 방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검토한다. 예산은 얼마나 필요하며, 시장성은 얼마나 있는 주제인가? 경쟁사 현황은 어떤가? 등의 질문을 하는 시간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첫 번째 방에서 나왔던 아이디어 중 많은 것들이 걸러지고, '될 법한 아이디어들'만 남는다. 

그러면 이제 마지막, 세 번째 방인 '비평가Critic의 방'으로 가자. 이 방은 무조건 '트집'을 잡는 방이다. 사소한 문제도 모두 지적해 위험 요소를 점검한다. 이 방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안만이 '실행 아이템'으로 최종 결정된다. 이 3-Room 절차는 실제 월트디즈니에서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거치는 회의 프로세스다. '겨울왕국'도, '주토피아'도 여기서 살아남았기에 완성될 수 있었다.
어떤 '방'에서 막혔다면 우리는 겨울왕국도, 엘사도 볼 수 없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겨울왕국> 포토
백 번 공부해도 한 번 실천이 낫다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조직 성과를 높이기 위해 정말 다양한 방법들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핵심은 실천이다. 한 가지라도 좋으니 실천에 옮기자. 작은 몰입 경험이 쌓이면 큰 성과로 나타난다.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 1847~1922)은 "초점을 맞추기 전까지 햇빛은 아무것도 태우지 못한다(The sun's rays do not burn until brought to a focus)"라고 말한 바 있다. 뛰어난 업무 지식, 뜨거운 열정, 모두 좋다. 하지만 중요한 건 '초점'이다. 자신의 일에 얼마나 초점을 잡고 몰입하고 있는가? 그것이 성공의 시작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70호
필자 한철환 HSG 휴먼솔루션그룹 성과관리연구소 소장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R&D실 실장

인터비즈 권성한.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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