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철없는' CEO 에반 스피겔, 그는 위기에 빠진 스냅챗을 구해낼 수 있을까

초기 스냅챗(Snapchat)의 돌풍은 거셌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으면 10초 내에 내용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휘발성 메시지', 그리고 사진과 동영상을 꾸밀 수 있는 다양한 필터 기능이 미국과 유럽 1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주요 외신들은 스냅챗을 페이스북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꼽았다. (관련 기사 참고: '[CEO 열전: 에반 스피겔] 스냅챗 만들고 최연소 억만장자 그리고 미란다 커의 남편되다')
출처 IT동아
그러나 최근 스냅챗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경쟁자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부터다. 스냅챗의 '카피캣'이라 불렸던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출시 2년 만에 이용자가 4배나 늘었고, 4억 명의 일간 사용자 수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페이스북 역시 최근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지만 이용자 수는 여전히 증가 추세다. 반면 스냅챗은 작년 3월 첫 상장 이후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고, 이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일간 사용자 수 역시 올해 1분기 1억 9100만에서 2분기 1억 8800만으로 300만 명 감소했다. 스냅챗 이용자 수가 줄어든 것은 201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이러한 '스냅챗 위기론'이 대두되는 원인에 공통적으로 지목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스냅챗의 CEO 에반 스피겔이다.


에반 스피겔, 그의 위험한 리더십
철저히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에반 스피겔은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최종 결정은 반드시 그를 거쳐가야 하고, 회사의 주요 정보들을 직원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심지어 직원들은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거나 팀의 해체 통보를 받기도 했다. 작년만 해도 엔지니어링, 재무, 세일즈 등 총 6개의 부서 임원이 사임하거나 교체됐다. 올 1월에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금 보너스는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문제는 직원들이 그 '목표'가 무엇인지 애초에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태도 또한 문제였다. 스피겔은 회사를 경영하는 데 있어 외부 인사의 조언이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고, 특히 조언이 본인의 의견과 반대될 경우 매우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처음 등장했을 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그의 주변인들은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스냅챗을 위협할 막강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 조언했다. 이미 자사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스피겔은 주변의 우려 섞인 전망에도 끝까지 상황을 낙관했고, 결국 인스타그램이 저만치 앞서 나갈 때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스냅챗은 앱 디자인을 전면 개편하며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에 나섰다. 당시 경영진들은 각종 데이터를 들이밀며 디자인 개편에 반대했지만, 스피겔은 결국 그의 의사대로 개편을 밀어붙였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처참했다. 스냅챗을 원래 버전으로 되돌려 놓으라는 온라인 청원에 120만여 명이 서명할 정도였다. 불만이 속출하자 이용자 뿐 아니라 장기 투자자와 광고주들도 속속 이탈했다. 그의 독단적인 리더십이 낳은 결과였다.

이처럼 사내에 스피겔의 리더십 부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자, 그는 문제가 본인의 '수줍은 성격' 탓에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독실한 크리스천 가정에서 자라며 "남들 앞에 나서지 말라"고 가르친 부모님의 양육 방식 탓에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는 리더로서 왜 본인이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대화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직원들은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처럼 스냅챗을 이끌어줄 노련한 리더를 원했다. 그러나 스피겔이 대표 자리를 내어준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을 포함해 경영 경험이 매우 부족했다. 결국 이러한 리더십의 부재가 쾌속 질주하던 스냅챗에 제동을 건 셈이다.


진짜 '리더'가 되는 길
'스냅챗 위기론'이 지속되자 에반 스피겔도 대책 강구에 나서기 시작했다. 유명 경영 컨설턴트인 스티븐 마일스(Stephen Miles)를 고용해 자기 개선 프로젝트에 나선 것이다. 그는 먼저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을지 익명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한 가지였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공유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작년 12월, 스피겔은 처음으로 고위 간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회사의 우선순위들을 다 함께 논의한 뒤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다음으로 직원들을 위해서는 스냅챗 앱 상에 채널을 개설했다. 기업 운영방식에 변화가 생기면 직원들과 해당 소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통로다. 3월부터는 전 직원이 참여하는 월례회의도 개최하고 있다.
출처 스냅챗 공식 홈페이지
사무실의 분위기 또한 달라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스냅챗 본사 2층에는 직원들이 마음을 터놓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Council'이라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편안히 둘러앉아 자신의 어린 시절, 꿈, 여름 휴가 등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눈다. 직원들 그리고 부서 간의 소통과 연결고리를 늘리기 위한 스피겔의 대안책이다. 이용 규칙은 간단하다. 첫째, 인형 등 물건을 넘겨받은 사람이 발언자가 된다. 둘째, 이곳에서 나눈 모든 이야기는 철저히 비밀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벽에 붙어있는 사훈처럼 "진심으로 대화하라"는 것이다.

한때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이며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경쟁자들을 긴장시켰던 스냅챗. 그러나 회사는 금세 위기를 맞았다. 소통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독재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에반 스피겔, 뒤늦게 변화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는 위기에 빠진 스냅챗을 다시 영광의 자리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 참고 자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  <Bloomberg Businessweek> 'Nobody Trusts Facebook. Twitter Is a Hot Mess. What Is Snapchat Doing?', August 2018.
-  <Fast Company> 'With A Humbler Evan Spiegel, Snap May Be Getting The CEO It Needs', August 2017.

인터비즈 임유진, 강병기 
inter-biz@naver.com

* 표지 이미지, 미표기 이미지 출처: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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