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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산호세 광산, 무너진 갱도에서 피어난 '영적 리더십'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10년 6월. 칠레 산호세 광산의 갱도가 무너진 지 69일 만에 33명의 광부가 구출됐다. 세계적으로 대단한 이목을 끈 뉴스였다. 암흑 속 지하 갱도에서 광부들은 처음 17일간 48시간마다 비스킷과 두 스푼 분량의 참치로 연명했다. 그런데 이처럼 극한의 상황에서 생명을 부지한 사람답지 않게 구출된 광부들의 모습은 건강하고 활기 있어 보였다. 심지어 가족 상봉을 앞두고 외모 단장을 위해 샴푸와 구두약을 보내달라고 할 정도였다. 
출처 위키미디어
광부들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무사하게 귀환한 비결은 무엇일까. 극한 상황에서 행정, 보건, 영적 리더 등 3가지 다른 역할을 지닌 리더들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덕분이다. 이들은 각자 다른 역할을 맡아 위기에 빠진 광부들의 생명과 삶의 의욕을 유지했다. 

첫 번째 인물이자 가장 주목받은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는 갱도 내 질서를 유지하는 행정 리더였다. 그는 산호세 광산에서 일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33명의 광부들의 신뢰를 얻어 69일 동안 안전하게 이들을 이끌었다. 실제로 갱도가 무너지고 며칠 후, 신경이 날카로워진 광부들 사이에 주먹 다짐이 있었다. 우르수아 반장은 광부들의 안전을 위해 광부들을 4개의 그룹으로 분류해 격리함으로써 싸움을 예방했다. 또 그는 광부들에게 안전과 규율을 강조하면서 '간호사' '기록자' '정신적 지주' '오락 반장' 등 다양한 역할을 부여했다. 냉정할 정도로 침착한 우르수아 반장의 리더십은 광부들이 신속하게 안정을 찾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다른 광부들이 구조된 후 마지막으로 구조됨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의 표본이 됐다.

두 번째 인물 요니 바리오스는 광부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 리더였다. 50세인 바리오스는 15년 전에 받은 6개월짜리 간호교육의 기억을 더듬으며, 광부들의 건강을 확인했다. 그는 주기적으로 광부들의 체온과 체중,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지상 의료팀의 지원을 받아 폐렴과 독감에 대한 예방접종까지 실시했다. 15년 전에 받은 간단한 의료 교육만으로도 바리오스는 위기의 상황에서 조직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광부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마리오 고메즈

마지막으로 당시 63세인 고메즈는 지하 생활 중 주기적으로 기도 시간을 이끄는 영적 리더였다. 그는 지하에 갇힌 광부들의 정신적인 상처를 예방하기 위해 광부들을 3명씩 11개 조로 나누어 상호 지원하는 버디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유머와 기도의 힘을 믿었기에, 지하에서도 사람들을 부추겨 재미난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칠레 산호세 광산 구출 작업 / 출처 위키미디어
이 같은 자연발생적 리더십이 행정, 보건, 영성이라는 세 가지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이 자연발생적 리더십은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고대사회에 최고 통치자는 임의로 국가를 운영하는 대신 신탁을 받아 의사결정을 했다. 하지만 현대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행정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리더들은 직접 또는 최고인사책임자(CHO) 등을 통해 보건 리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극소수의 비즈니스 리더들만이 영적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출처 위키미디어
지식경제 사회서 커지는 영적 리더십의 필요성

여기서 영성이란 반드시 종교적 신념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즈니스 세계의 영성이란, 이윤추구 등 세속적 이슈를 떠나 보다 높은 수준의 가치에 대한 신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최첨단 기술의 시대인 21세기에 리더의 영성이 부각되는 것이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이것도 지식경제 사회의 단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합하다.

기본적인 생존 욕구가 대부분 충족되는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리더의 영성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경향이 있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기성세대가 부정과 부패에 대해 약간의 관용을 가진 반면, 젊은 세대는 리더의 비윤리적 행동에 심한 거부감을 갖는다. 많은 기업들이 이윤 극대화에 목매는 현실이 더욱 심화될수록 인품과 영성을 갖춘 리더에 대한 존경심은 더욱 커진다.

매슬로 욕구이론에 비춰보면,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욕구, 자기실현 욕구 등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업무에서 영적인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리더는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다. 그리고 이런 차별점은 기업의 경쟁력으로도 이어진다. 

그렇다면 영성을 갖춘 리더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비즈니스 리더가 영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특정 종교를 선택하거나, 이를 직원에게 강권할 필요는 없다. 각 회사의 가치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실천하는 노력으로도 기업은 영적 존재인 사람들이 몰입해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물론 특정 기업의 가치체계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은 오히려 적응하기가 더 힘들다고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직원들의 선호가 선명하게 나눠진다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가치체계에 동의하는 직원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기업 경영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인 많은 편이다. 이러한 오너리스크는 기업의 이미지를 해칠 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도 기업의 갑질 횡포와 비리로 업계가 한바탕 들썩였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도 바른길과 빠른 길이 있다. 바른길은 부끄럽지 않은 가치에 충실하게 의사결정을 하면서 조직을 이끄는 길이다. 바른길은 돈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매 상황마다 일관성이 결여된 의사결정으로 조직을 이끄는 길이다.

무너진 갱도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리더십 중 영적 리더십이 있었다는 점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행정 리더와 보건 리더를 넘어 지향할 바를 제시한다. 사람은 세속적 이익을 넘어서서 영감을 추구할 수 있는 영적인 존재이다. 영적인 리더는 물질을 사용하고 사람을 사랑한다. 세속적인 리더는 사람을 사용하고 물질을 사랑한다. 현명한 비즈니스 리더라면 우리가 지식경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부의 창출이 지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지식노동자의 마음을 잃어버리면 사업을 잃어버린다. 가치에 비춰 당당한 리더들이 많은 세상을 기대해본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69호
필자 김용성

인터비즈 문채영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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