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외줄타기 곡예사에 업혀 나이아가라 건넌 이 남자의 정체

외줄타기 곡예사에 업혀 나이아가라 건넌 이 남자의 정체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올림픽과 월드컵, 프로 스포츠, TV, 영화 등이 생기기 이전 스타는 누구였을까? 이들보다 훨씬 오래 전 대중의 관심과 환호를 받았던 스타는 곡예사들이었다. 이들은 몸을 묶은 상태에서 깊은 물속이나 금고에서 탈출하고 타오르는 화염 속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등 위험한 행동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인기를 얻었다.


최고 스타였던 블론딘과 그의 줄타기

누구보다 위대한 스타는 182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줄타기 곡예사 찰스 블론딘(Charles Blondin, 1829∼1897)이었다. 그는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장대 하나에만 의지한 채 밧줄 위에 서서 온갖 위험한 동작들을 해냄으로써 유럽과 미국의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다. 1859년 6월 30일. 그는 나이아가라폭포 위에 로프를 설치하고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한다. 높이는 무려 48m. 특별 열차를 타고 블론딘의 곡예를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은 40파운드의 막대기로 균형을 잡은 채 한 발 한 발 나이아가라폭포를 건너는 그를 바라보며 숨을 죽인다. 드디어 맞은 편에 블론딘이 도착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열광하는 관중들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뒤로 걸어서 건너기, 안대를 하고 건너기, 자전거를 타고 건너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이아가라폭포를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곡예가 끝날 때쯤 되자 블론딘은 모여 있는 관중들을 향해 소리친다. “당신들은 내가 사람을 등에 업고 이 폭포를 건너갈 수 있다고 믿습니까?” 그러자 관중들은 “그럼요! 우리는 당신이 사람을 업고도 충분히 건너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블론딘은 “그럼 내 등에 업혀서 나와 같이 이 폭포를 건너갈 사람 한 분만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외친다. 하지만 관중들은 이내 침묵 속에 잠겼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등에 업힐 사람을 찾던 블론딘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만다. 아무도 없다고 판단한 블론딘은 관중 가운데 서있는 한 남자에게 “당신은 날 믿습니까?”라고 묻는다. 그 남자는 조금도 주저 없이 “난 당신을 믿습니다. 기꺼이 당신 등에 업히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블론딘의 등에 몸을 맡긴다.

남자를 등에 업은 블론딘은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로프에 올라가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한다. 마치 자신의 등에 업힌 남자가 스스로의 생명을 바쳐 자기를 신뢰했다는 사실을 군중들에게 알려주듯이 그의 얼굴에서는 강 건너편에 반드시 도착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선명했다. 마침내 블론딘은 나이아가라폭포를 건너는 데 성공했고 이를 숨죽이고 지켜보던 관중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들이 몰랐던 것은 블론딘의 등에 업혀 폭포를 건넌 사람은 해리 콜코드(Harry Colcord)였고 그는 블론딘의 매니저였다는 사실이다.
찰스 블론딘과 그의 등에 업힌 콜코드/출처 런던 박물관 공식 블로그
블론딘의 스토리에는 ‘신뢰의 본질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이 숨겨져 있다. 관중들은 그의 묘기를 봤고 그가 얼마나 줄타기를 잘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블론딘을 믿는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등에 업혀 나이아가라폭포를 건너려 하지는 않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신뢰의 본질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 있다. 상대방을 믿는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상대방을 믿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과정이다. 말로만 블론딘을 믿는다고 소리쳤던 군중들과 48m 높이의 밧줄 위에서 자신의 목숨을 블론딘에게 맡겼던 콜코드 사이에는 근본적인 믿음에 차이가 있었다.


신뢰란 무엇인가?

신뢰의 사전적인 의미는 ‘굳게 믿고 의지함’이다. 여기서 심리적인 갈등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리더를) 믿는다고 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이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그 사람의 진정성, 태도, 역량, 경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누구를 신뢰한다는 행위는 이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나 스스로를 취약한(vulnerable) 상황으로 몰아 넣는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상황이나 의사결정에 대해 내가 100% 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나의 이해관계(혹은 내가 속한 단체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결정할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찬가지로 부하가 리더를 신뢰한다는 것은 리더에게 모든 걸 맡기고 스스로를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도 그 리더가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그래서 ‘신뢰란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이다’라고 많은 리더십 학자들이 단언한다. 결국 신뢰란 효과적인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자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조직은 리더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부하의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인 신뢰는 리더십에서 지난 수십 년간 가장 활발히 연구됐던 대상이기도 하다. 수년 전에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리더가 아무리 멋진 비전을 이야기해도 리더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없으면 부하들은 리더의 비전에 몰입하지 않게 된다는 결과가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부하들이 리더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조직의 성공을 위해 남을 돕는 행동을 하거나 자신을 희생하는 일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결과도 있다. 수백 명의 리더와 수천 명의 부하들을 인터뷰한 리더십의 석학인 쿠제스(James Kouzes)와 포스너(Barry Posner)는 <리더십 챌린지(Leadership Challenge)>란 책에서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법칙(모델을 제시하라, 공통의 비전을 고취시켜라, 틀에 박힌 과정에 도전하라, 사람들이 행동하게 하라, 사기를 높여주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부하들의 리더에 대한 신뢰(credibility)를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리더가 아무리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잘 제시하고 공통의 비전을 고취시키려 해도 부하들의 믿음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6년 동안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Place to Work)>을 <포천>과 함께 선정해온 미국의 GPTW Institute도 일하기 좋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의 리더들에 대한 신뢰다’라고 결론 내린다.

이렇듯 부하가 가지고 있는 상사에 대한 신뢰는 리더로서 성공하는 데도 중요하지만 좋은 조직을 만드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49호
필자 정동일

인터비즈 문채영 정리
inter-biz@naver.com
* 표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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