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우산을 한 번 거꾸로 접어볼까?\"... 톡톡 튀는 아이디어 멀리 있지 않다

"우산을 한 번 거꾸로 접어볼까?"... 톡톡 튀는 아이디어 멀리 있지 않다

'창의성 기르는 방법'을 관심 있게 서칭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 한 번쯤은 '9점 문제'를 접해봤을 터다. 1970년대 초 저명한 심리학자였던 길퍼드(J.P.Guilford, 1897~1987)가 소개한 9점 문제는 바둑판의 9점 형태로 점을 그려놓고 그 9개 점들을 직선 4개만 이용해서 지워보라는, 그야말로 '창의성 문제'의 고전이다. 혹시 과거 접해봤음에도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아직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아래에 문제를 첨부한다.
펜을 떼지 않고 한 번에 그려내야 한다
문제 푸는 방법을 제한하는 유일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펜을 지면에 댄 순간부터 9개 점을 모두 지울 때까지 지면에서 펜을 뗄 수 없다.' 정답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문제를 처음 접해본 사람들은 한 번 도전해 보시길. 문제의 정답은 아래 이미지에 있다.
답을 구해내셨는지? 대부분은 실패했을 확률이 높다.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9개 점이 연상시키는 사각형 안에서만 직선을 그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래 문제에 존재하지 않던 제약을 스스로 만들어 부과하는 현상을 창의성 분야에서는 '인지적 장벽'의 일종으로 본다. 창의성을 교육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사람들에게 던져준 후 그들이 헤매는 꼴을 보며 즐거워한다. 그리고는 답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정답을 가르쳐주며 말한다. "상자 밖을 벗어나 생각해야 합니다!(You have to think outside the box!)"


'상자 밖 사고'의 허구성... 환상에서 깨어나라

9점 문제에서 뽑아낸 '상자 밖 사고'의 비유는 꽤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정말 상자 밖에서 사고하면 뭔가가 달라질까? 여기 길퍼드의 오랜 주장에 반기를 든 연구 결과가 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 그룹을 두 개로 나눈 후 한 그룹은 기존 9점 문제를 제시하는 방식과 동일하게('펜을 떼지 않고 4개의 직선만으로 9개 점을 모두 지워보라'라는 지시만 준 채) 진행하고, 다른 그룹은 피실험자들에게 '상자를 벗어나 생각해도 좋다'라는 정보를 미리 언질 해 준 뒤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자의 경우 피실험자의 20%가 해결책을 찾았고, 후자는 25%가 해결책을 찾았다. 5명 중 1명꼴로 해결책을 찾던 비율이 4명 중 1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통계적으로 그다지 의미 있는 정도의 수치 변화는 아니다. 결국 "상자 밖을 벗어나 생각하라!"는 호소는 아주 그럴듯한 구호에 불과했다는 결론이다.
'상자 밖에서 생각하라(Think outside the box)'는 미국에서 일종의 격언으로까지 쓰인다. 누가 알았을까. 이 말이 검증되지 않은 구호에 불과했음을...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창의성이란 이미 있는 것을 재가공하는 것이다

창의성이란 결국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재가공 하는 데서 온다. 때문에 억지로 '상자 밖'을 헤맬 필요가 없다. '천재 과학자'의 대명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창의성의 비밀은 그 출처를 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내놓는 독창적인 결과물을 보고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느냐'며 깜짝 놀라지만, 사실 모든 놀랍고 새로운 결과에는 그 출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도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 창의성의 본질은 거기에 있다.
"어느 날 하늘에서 상대성이론이 떨어진 줄 알았어?" / 출처: 동아일보
그렇다면 이미 있는 것들에서 어떻게 '새로움'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바로 '창의적 발상'의 시작점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론으로는 '결점 열거법(Bug Lists)'과 '희망점 열거법(Wish Lists)'이 있다.


결점 열거(Bug Lists)로 창의적 결과물을 낸 사례


불편함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불편의 일상화를 당연히 여기느냐, 그렇지 않으면 작은 불편이라도 크게 느끼느냐의 차이가 창의성 격차를 부른다. 본인이 불편하게 느끼는 점들을 열거(list) 한 뒤 그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이를 '결점 열거법'이라 부른다. 일상 속 눈치채기도 힘든 불편함을 캐치해 창의력 발상에 성공한 디자인들을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1) '물에 뜨는 국자' 플로터(Floater)
이성용 디자이너가 고안한 '물에 뜨는 국자' 플로터(Floater) / 출처: IF Concept Design Award 공식 홈페이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 국자가 냄비 속에 빠질까 염려했던 경험이 있지 않을까? 때문에 언제나 국자를 냄비 혹은 접시 모서리에 살포시 걸쳐 놓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무척이나 일상적인 불편이지만 누구도 실제 캐치하지는 못했던 이 '숨은 불편함'을 이성용 디자이너가 잡아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손잡이 윗부분을 두툼하게 하고 그 안을 진공상태로 만든 것이다. 그 덕분에 국자는 물에 선 채로 둥둥 떠 있을 수 있게 됐다. 이 조그만 '혁신 국자'는 2009년 iF concept design award를 수상했다.

2) 선 채로 테니스 공을 주울 수 있는 방법은? 테니스 픽커(Tennis Picker)
출처: K-DESIGN AWARD 공식 홈페이지
테니스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땅에 떨어진 공을 집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만 한다. 사람들은 수없이 허리를 굽히는 불편함을 반복하지만 모두들 이를 당연시하거나 불가피하게 여긴다.

2014년 상명대 학생이던 김승현, 유윤조는 달랐다.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서 테니스 공을 주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테니스 라켓 테두리에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를 부착한 것이다. 둘은 이 아이디어로 2014년 Red Dot Design Concept Award를 수상했다.

3) 거꾸로 접는 우산(Inverted Umbrella)
거꾸로 접는 우산 / 출처: iF concept design award 공식 홈페이지
비 오는 날 우산을 쓸 때도 불편함이 있다. 우선 빗물에 맞은 우산을 접으면 겉면에 묻은 물기가 사용자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튀거나 묻게 된다. 또 기존 우산은 스스로 서 있을 수가 없어, 항상 손에 쥐고 있거나 어딘가에 기대 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에 탈 때마다 우산을 접기가 애매해, 항상 비를 맞아야 한다. 

2011년 건국대학교 학생이던 안일모, 김태한, 서동한은 결점 열거에서 시작한 역발상을 통해 위 3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우산을 디자인했다. 바로 거꾸로 접는 우산이다. 거꾸로 접으니 물기가 남지도 않고 스스로 서 있을 수도 있으며, 차에 타기도 한층 편해진다. '거꾸로 우산(Inverted Umbrella)'은 2011년 Red Dot Design Concept Award와 iF concept design award를 동시 수상했다.
이렇게 펴고 접는다 / 출처: KAZbrella 공식 홈페이지
이제는 상용화가 된 '거꾸로 우산'. 이런 장점들이 있다


희망점 열거(Wish Lists)로 창의적 결과물을 낸 사례

결점 열거가 기존 제품 개량을 위했다면, 희망점 열거는 결핍 충족을 위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희망점 열거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디자인들을 살펴보자.

1) 레이저 캡(Laser Cap)
출처: DBR
텅 빈 A4 용지 위에 글씨를 쓸 때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삐뚤빼뚤 써지는 것을 보고 자괴감을 느낀 사람들이 있을 터다. 백지 위에 글을 반듯하게 쓸 수는 없는 걸까? 더 나아가 줄 간격까지 원하는 대로 맞출 수는 없을까? 이 같은 고민에서 2013년 동서대 학생이던 최순식, 허진원, 김다솜, 윤경한은 '레이저 캡'을 고안했다. 볼펜 뚜껑을 이용해 백지 위에 레이저 빔을 직선으로 비추는 디자인이다. 레이저 빔 행간 너비는 마음대로 조정 가능하다. 이 아이디어는 2013년 Red Dot Design Honorable Mention으로 선정됐다.

2) 스마트하고 안전한 자전거(Smart and Safety Bicycle)

자전거를 탈 때는 내비게이션을 쓸 수 없을까? 물론 요즘은 스마트폰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넣어 내비게이션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소리를 듣기도 힘들고, 지도를 확인할 때마다 내려다봐야 해서 사고 위험도 크다. 동서대학교 유도협, 노건호, 김태영, 김규리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자전거용 내비게이션'을 고안했다.
출처: Red Dot Design Award 공식 홈페이지
출처: Red Dot Design Award 공식 홈페이지
자전거 손잡이 부분에 LED와 진동 기능이 있는 '전자 손잡이'를 덧씌우고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한다. 그러면 전자 손잡이가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불빛과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신호를 준다. '스마트하고 안전한 자전거'라는 이 콘셉트는 2017 Red Dot: Junior Award를 수상했다.


상자 '안'부터 뒤져보자... 창의성은 가까이 있다


애플(Apple) 창업자이자 현대 스마트폰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는 "만약 당신이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해냈느냐 묻는다면 그 사람들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실제로 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봤을 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지금 주변부터 둘러보라 / 출처: DBR
창의성은 멀리 있지 않다. 모든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지금 내가 느끼는 소소한 불편함, 혹은 '이랬으면 좀 더 편했겠다'하는 바람에서 나온다. 


*참고
- DBR 187호 <창의성의 핵심은 '재발명' '상자 밖'을 헤매지 말고 '안'에서 찾아라>,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 경영공학과 교수

인터비즈 권성한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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