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관리경쟁심 높아질수록 성과 하락...조직 내 상대평가의 함정

경쟁심 높아질수록 성과 하락...조직 내 상대평가의 함정

뇌과학과 경영
(21) 경쟁은 뇌의 감정센터를 자극해 불필요한 자원을 소모한다



오늘날 상당수의 기업들은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협력해 업무를 수행하는 팀제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팀제의 기본적인 사상은 모든 팀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은 물론 주위의 다른 동료들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는 전제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을 집단의 힘을 이용함으로써 더욱 큰 성과를 얻자는 것이다. 이 때 기본 가정은 모든 구성원들이 선의를 가지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함은 물론 동료들과 협조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런데 조직 구성원에 대한 상대평가는 역설적이게도 팀제의 운영에 깔린 이 기본적인 사상을 파괴하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 상대평가 제도하에서 높은 연봉과 성과급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앞선 위치를 차지해야만 하므로 그들을 밟고 서지 않으면 안 되고, 이에 따라 모든 사람들을 경쟁자로 인식하게끔 만든다. 동료들과의 협력보다는 경쟁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차등성과에 따른 연봉이나 성과급의 차이가 커질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조직구성원들 간의 희생과 협조보다는 개인적인 성취를 위한 경쟁적 분위기가 팽배해지게 된다.  
 
경쟁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더욱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발휘하게 하며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반면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안고 있다. 로버트 헴리치(Robert Helmrich)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에 대한 의욕은 있지만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 오히려 낮은 실적을 나타낸다고 한다. 103명의 박사들에 대해 얼마나 경쟁적인지를 나타내는 ‘경쟁성과 논문 인용에 따른 업적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업무에 대한 의욕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경쟁심이 낮을수록 논문 인용의 정도가 높았다. 기업인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공부 의욕이 높은 대학생들의 경우 경쟁심이 낮을수록 높은 성적을 거두었고, MBA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경쟁성과 보수와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일의 의욕은 크지만 경쟁심이 높은 사람일수록 업무 성과가 낮았다고 한다. 경쟁심이 크면 더욱 높은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경쟁은 또한 스트레스 관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안드레스 가르시아(Andres Garcia) 등 스페인 학자들이 여성들의 신체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를 비교한 결과, 경쟁할 때 보다는 협력하는 경우의 코티솔 수치가 낮았다. 경쟁은 코티솔 수치를 높임으로써 스트레스 지수를 올려 놓지만 긍정적인 협력은 코티솔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해 준다는 것이다. 상호 협력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소통은 교감과 신뢰를 촉진하는 신경 전달물질인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것이 코티솔 수치를 조절해주는 것이다.

경쟁이 구성원들을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 넣고 성과를 저해하도록 만듦으로써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원인은 시기와 질투 때문이다. 시기나 질투는 원시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인간에게 심어진 본능적인 감정 중 하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그 사람의 심보가 고약하거나 소갈머리가 좁아서가 아니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감정이다.
인간의 시기심과 질투심이 피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의 다카하시 히데히고(高橋英彦) 박사팀은 평균 22세의 남녀 19명을 대상으로 옛 동창생들이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해 부와 명예를 얻고 부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도록 했다. 이 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장비를 활용해 두뇌의 움직임을 촬영했는데 변연계의 한 부분인 전대상피질이 활성화됐다. 이 영역에는 통점이 있어 이 부위가 활성화되면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된다. 자신과 같은 환경에서 성장한 동창생들이 잘 나가는 모습을 그려봄으로써 그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열등감을 느끼게 됐고, 이것이 불안으로 이어져 시기나 질투를 불러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육체적인 고통마저 수반하게 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다음 실험에서 나타난다. 연구진은 동일한 실험 대상자들에게 그 부러운 동창생이 불의의 사고나 사업실패, 배우자의 외도 등으로 인해 불행에 빠졌다는 자극적인 상상을 하도록 하고 동일한 방법으로 그 때의 뇌의 움직임을 측정했다. 그러자 불안을 느끼는 전대상피질의 활동은 멈춘 반면 측좌핵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측좌핵 역시 변연계에 속해 있는 영역으로 쾌감을 발생시키는 보상회로 중 하나다. 
이 결과의 의미는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이 잘 못 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우리의 두뇌는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두드러진 것은 동창생이 잘되는 모습을 보고 전대상피질이 크게 활동한 사람일수록 측좌핵의 활동이 더욱 강했는데, 이는 시기심이나 질투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잘못됐을 때 쾌감을 크게 느낀다는 것을 나타낸다.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이러한 감정을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고 한다. 사람들은 겉으로는 동료의 성공을 축하해주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질투와 시기심에 시달리고 있으며, 반대로 동료의 실패에 대해 동정하고 위로하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그의 불행을 기뻐하는 감정을 갖곤 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외면을 한 꺼풀 열고 들어가면 내면 세계에서 누군가의 성공을 질투하거나 누군가의 실패를 기뻐하는 감정 중추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질투의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것이 심해지면 두뇌의 업무수행능력을 저하시킨다. 자신이 질투하는 대상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일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므로 업무수행능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질투의 근원은 열등감이므로 자신의 장점은 잊은 채 단점에 몰두하게 돼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자존감도 낮아지고 거짓말과 같은 해로운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질투의 감정이 심해지면 업무성과에 큰 지장을 주게 되고 만일 조직 내에 질투의 감정이 충만하게 되면 그 조직은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질투의 감정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열등감이 발동하여 시기와 질투를 느끼게 된다. 반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는 우월함과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을 하는 구성원들을 상대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차등적으로 연봉이나 성과급을 지급하는 상대평가는 조직구성원 개개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만드는 것과 다름 없다. 그 비교의 결과 나보다 많은 연봉이나 성과급을 받은 사람에게는 질투를 느끼게 된다. 
‘비교(比較)’의 비(比)는 비수(匕)가 나란히 두 개 있는 모양이다. 날카로운 두 개의 칼 끝이 하나는 경쟁하는 상대방을 향해, 다른 하나는 나 자신을 향해 겨누고 있는 형상이다. 결국 비교는 나 자신은 물론 동료들도 다치고 불행하게 만든다. 상대평가는 구성원들을 비교하는 수단이다. 비교를 통해 우위를 가리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을 시행한다. 결국 경쟁을 불러 오게 되고 시기나 질투, 고통을 느끼게 하며 변연계를 자극함으로써 두뇌의 자원을 엉뚱한 곳에 활용해 업무성과를 저하시킨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참고문헌]
1. 이케가야 유지(2013). 뇌는 왜 내 편이 아닌가. 위즈덤하우스 
2. 서상철(2011). 무한경쟁이 대한민국을 잠식한다. 지호
3. 데이비드 록(2010). 일하는 뇌. 랜덤하우스코리아
4. Andres Garcia S. et al(2011). Internal attribution of outcome moderates the cortisol response to a cooperative task in women. Europe PMC. 01 April. 23(2): 196-202


필자 양은우

필자 약력
- 고려대 산업공학과 학·석사, 일리노이주립대(UIUC) 경영학 석사
- 한국능률협회 전임교수
- 저서 <관찰의 기술>,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워킹 브레인>

인터비즈 콘텐츠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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