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숨겨진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숨겨진 '니즈' 너머 '디즈'를 관찰하라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소비자는 때때로 속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 '숨겨진 니즈(Needs)' 때문이다. 소비자의 니즈는 ‘이미 존재하는 니즈’와 ‘숨겨진 니즈’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미 존재하는 니즈는 현재 고객의 마음속에 있는 욕구로서, 쉽게 표현될 수 있다. 반면 숨겨진 니즈란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표현하지 못하는 니즈를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의 제럴드 잘트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말로 표현되는 니즈는 5%에 불과하다. 

'숨겨진 니즈'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디즈(Deeds)'다. '디즈'란 겉으로 드러나는 소비자의 '행위 그 자체만'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소비자 내면의 의사결정 과정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면 숨겨진 니즈는 소비자의 말보다는 실제 그들의 행동 습관에서 더 잘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의 디즈를 이해하고 그 디즈를 행하는 소비자의 소비 맥락, 특히 소비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 디즈를 관찰하고 맥락을 이해한 성공사례들

1) 왜 사람들은 아이스크림 스쿱을 핥는 걸까?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인 'IDEO'는 우연한 기회로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도구인 아이스크림 스쿱에 주목하게 됐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스쿱은 아이스크림을 덜어내고 스쿱에 붙어 있는 아이스크림을 떼기 위한 스위치가 달린 형태이다.  
가운데가 IDEO가 개발한 통짜 금속 스쿱 (출처 DBR)
그런데 IDEO는 가정에서 스위치가 달린 스쿱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서 특이한 디즈를 발견했다. 바로 스쿱에 붙은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는 행동이었다. 스쿱에서 아이스크림이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는데, IDEO는 이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스쿱에서 스위치를 없애고 그 대신 통짜 금속을 사용했다. 통짜 형태 스쿱은 열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질량을 가지고 있어 아이스크림이 절대로 달라붙지 않았다. IDEO는 면밀한 관찰을 통해 소비자들의 무의식적 행동의 맥락을 발견해냈고, 좋은 솔루션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2) 왜 페인트 통은 꼭 깡통이어야 할까?
더치보이 플라스틱 페인트통 (출처 DBR)
일반적인 페인트 통은 뚜껑이 금속 재질로 되어 있어 열기 어렵다. 일자 드라이버를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뚜껑을 열어서 페인트를 다른 그릇에 담으려면 무거운 금속 페인트 통을 두 손으로 힘주어 잡고서 조심스레 부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스럽게 부어도 옆으로 새기 일쑤다. 무엇보다도 남은 페인트는 쉽게 굳어 재사용이 어렵다. 

미국 페인트 업체 '더치보이'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관찰 끝에 그들은 가볍고, 내구성이 높고, 사용과 보관이 쉬운 플라스틱으로 페인트통 소재를 바꿔버렸다. 페인트를 쉽게 따를 수 있도록 손잡이도 달았다. 새 통에 담긴 페인트는 출시 6개월 만에 판매량이 3배나 뛰어올랐다. 


3)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프로모션, 인류학자들이 끝냈다


'디즈' 관찰법은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의 한 메이저급 주류제조사는 술집과 음식점에서 매출이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조사에선 이 기업의 주력 맥주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높게 나타났고, 매장 매출도 높았다. 하지만 일반 술집에선 상황이 달랐고,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통하지 않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끝내 문제가 풀리지 않자 이 회사는 사회 인류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에게 영국과 핀란드 내 술집 십여 곳을 방문해 원인을 찾아달라고 의뢰했다. 이들은 가설을 세우지 않고 술집에 들어가 그저 술집 주인과 종업원, 단골손님을 관찰했다. 문화인류학적 관찰조사 기법에 따라 촬영한 150시간 분량의 영상과 수천 장의 사진,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현장노트를 분석 끝에 마침내 패턴을 도출할 수 있었다.

제조사는 기업에서 제공하는 컵받침, 스티커, 티셔츠 등의 홍보물을 술집 주인들이 소중하게 다룰 거라고 생각했지만 충분히 활용되기는 커녕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었다. 또한 판매 통로인 서빙 담당 여종업원들이 제품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더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천편일률적인 홍보물 공세 대신 각 술집과 주인별 특성에 맞춘 물품을 주문 제작하기 시작했다. 가게 주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영업 담당자를 훈련시켰고, 사업장에서 실시하는 판매 촉진 행사에 유용하게 쓰일 방법을 고안했다. 종업원들에게 자사 브랜드 교육을 위한 기관을 신설하는 한편, 늦게까지 근무하는 근로자를 위해 귀갓길 택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여종업원들의 마음을 회유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2년 뒤 술집과 음식점 매출이 반등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제품에게 빛날 자리를 찾아주는 행동 관찰의 힘

고객의 행동을 관찰할 땐 소비자를 선입견 없이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소비자가 소비를 할 때 의미를 부여하는 주변 정보, 즉 소비맥락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남녀 간의 성 역할' '자동차에 대한 인식' 등이 사회문화적 맥락으로서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을 연구할 때 다음 3가지 요인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1) 소비자가 왜 그런 디즈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라
고객 디즈 관찰을 통해 정보를 획득할 때 핵심은 그저 고객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면밀히 관찰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어떤 디즈를 할 때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조건에 놓인 고객을 충분히 관찰해 고객이 직면할 수 있는 모든 잠재적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 디즈 관찰에서 정상적인 환경과 비정상적인 사용 환경을 구분하는 데도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을 고객 디즈 관찰에 투입해 서로 다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더 다양한 사항에 주의를 기울이고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2) 관점을 상품에서 상황, 즉 맥락으로 전환하라 
맥락 연구의 핵심은 소비자 디즈 관찰의 초점을 상품에서 상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서 환경은 관련된 사람, 행동, 프로세스, 각 행동의 원인과 결과, 연결된 다른 제품, 기타 환경조건 등을 포함한다. 상품에만 집중하는 것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색상을 바꾸거나, 비용을 줄이는 등 점진적 개선에 적합하다. 상품 자체는 혁신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점진적 개선이 가치를 갖는 경우도 있지만, 점진적인 개선만으로는 새로운 제품군을 창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없다. 환경 중심의 관점은 제품 혹은 서비스와 관련된 환경으로 시야를 넓혀준다. 

3) 소비자를 가르치지 말고, 공감을 얻어라 
연구대상자에 대한 공감(empathy)이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고객사 담당자와 관찰조사를 하면 특정한 유형의 행동을 공통적으로 한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 또는 자기 회사 제품을 출시할 때 의도한 방식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을 때는 이를 가르치려 들거나, 이러한 디즈를 하는 소비자들을 비정형적인 소비자로 치부하고 만다. 관찰조사를 하면서 연구대상자에게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그런 방식으로 사용하고, 그렇게 하는 목적은 무엇이며, 상품을 사용할 때 왜 그렇게 사용하는지와 같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행동의 원인과 조건에 대한 통찰을 얻어야 한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HBR 2014년 4월호, <술집으로 걸어 들어간 인류학자>
- DBR 2014년 10월호, <행동을 보고 숨은 Needs를 파악하자. Deeds가 마케팅 길을 열어주리라!>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63호
필자 박찬원

인터비즈 오종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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