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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게 자율성 줬더니 오히려 '워커홀릭' 됐다?...신뢰기반한 통제 시스템 구축하기

[DBR/동아비즈니스리뷰]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9 to 5'의 엄격한 시간 규율을 정해 직원을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엄격한 시간 규율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직원들을 통제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디지털 기술로 원격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업무시간'과 '여가시간'을 구분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시간을 정해놓는 것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시간 규율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디지털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일일이 직원들을 따라다닐 수도 없을뿐더러 과거와 같은 통제 방식은 감독이 아니라 불필요한 감시, 비합리적인 권력 행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원들을 믿고 디지털 시대가 가져다 준 자율성과 유연성에서 오는 창의성을 적극 끌어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자율출퇴근제, 유연근무제다. 


신뢰의 베스트바이, '워커홀릭'된 직원들 때문에 원상복귀?
베스트바이. 전기제품, 퍼스널 컴퓨터, 오락용 소프트웨어, 휴대폰, 태블릿 PC 등을 판매하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자제품 소매 판매업체다. 2010년기준 직원 수는 18만 명이고, 매출액은 496억 9400만 달러(약 56조 1293억 원)에 달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자율출퇴근제와 유연근무제는 직원에게 자율성을 주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이를 시행해 신뢰하고, 자유를 줬더니 직원들이 스스로를 통제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최대의 전자 제품 소매 판매회사인 베스트바이는 2005년 R.O.W.E(Results-Only Work Environment, 성과 집중형 업무 환경)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에 대해 완전한 자율성을 주는 파격적인 제도였다. 업무가 제대로 진행된다는 전제하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다. 휴식 시간에 대해 상사의 승인조차 받을 필요가 없게 만들어 지금의 탄력근무제 개념보다도 훨씬 파격적이었다. 사회학자인 필리스 모엔과 에린 켈리는 R.O.W.E 도입 후 직원들의 생산성이 향상됐고, 이직률도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3년 휴버트 졸리의 취임과 함께 R.O.W.E가 폐지되면서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통제해오던 직원들은 다시 회사로 출근해 주당 40시간을 채워서 일하게 됐다. R.O.W.E 실험이 여러 한계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먼저 직원들의 목표 달성에 대한 의무감이 커지면서 업무 스트레스가 과도해졌다. 자발적으로 장시간 근무하는 직원들도 늘어났다. 직원들이 업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일에 과도하게 헌신하게 되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출처 베스트바이 공식 홈페이지
또 매일 고객 응대를 해야 하는 서비스 부서나 신입 사원처럼 동료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는 위임이 오히려 업무 혼선과 지연을 낳았다. 팀의 목표 달성률도 떨어졌다. 휴버트 졸리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 시간이 불규칙해지면서 시장 변화에 따른 유연한 팀 구성과 창의적인 팀별 아이데이션이 어려워졌음을 지적했다. 진정한 성과 집중형 업무 환경이 조성되려면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업무를 조정하는 매니저의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는 직원들이 규칙적으로 출근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휴버트 졸리의 선택은 옳았다. R.O.W.E의 폐지와 더불어 온라인 매출 혁신 전략을 추진한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율출퇴근제와 유연근무제는 직원에게 신뢰를 주고 자율성을 주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베스트바이의 사례에서는 오히려 직원들을 '워커 홀릭'이 되게 하거나 팀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신뢰를 기반으로 했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하지만 베스트바이의 R.O.W.E. 실험에서 시간 유연성또는 일정에 대한 통제권이 참여자들에게 가장 호의적으로 받아들여 졌고 연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공 요인으로 뽑혔던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은 일정에 대한 통제권이 주어진다면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뢰했더니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유연하게, 신한은행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이 자율출퇴근제와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본격적으로는 올해 7월, 근로시간 단축제가 시행되면서부터다. 그런데 근무시간 단축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직원에게 자율성을 준 곳이 있다. 바로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 전경. 출처 wikimdeia
신한은행은 2016년 7월 국내 은행권 최초로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은행 영업점은 오전 9시에 열어서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다. 이에 맞춰 직원들은 오전 8시 출근하고 밤 8시 이후에 퇴근하는 게 보통인데 이는 은행권에서 30여 년 이상 지속된 관행이다. 회식이나 거래처와 약속이 있으면 더 늦게 퇴근하는 일도 잦았다. 업무 대부분이 전산화되고 영업시간 자체도 짧아졌지만 관행이 지속된 이유는 그게 당연한 문화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직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일하는 근무 환경의 특성상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는 직원은 충성도가 낮거나 불성실한 직원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육아를 병행하는 여직원들의 고충뿐 아니라 비합리적인 문화에 반발하는 젊은 직원들까지 늘어나면서 변화는 불가피했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은행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율출퇴근제의 도입이었다. 

보수적이었던 조직문화를 한순간에 유연하게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불만도, 우려도 많았다. 신한은행은 직원들이 제도를 활용하도록 적극 권했다. 예컨대 건강검진을 받고 출근하거나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라는 식이었다. 또, 직원들이 사전 등록한 시간 대비 30분 이상 조기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는 것을 제한했다. 책임자인 부서장이 먼저 적극 참여해 직원들의 부담을 줄여나갔다.  
2년이 지난 지금 이는 신한금융그룹의 조직문화로 정착했다. 초기에 우려와 불만을 늘어놓던 직원들도 차츰 업무에 큰 지장이 없으며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현재 지점당 하루에 최소 2~3명은 자율출퇴근하며 재량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정시 퇴근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직원들은 근무시간 안에 집중해서 일하는데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베스트바이와 마찬가지로 부작용도 있다. 제도가 잘 시행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지점과 상사에 따라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출근 시간을 훨씬 앞당기는데 밖에 쓰지 못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은행의 업무 시간은 정해져 있고, 늦게 출근하면 동료가 고생할 것을 알기에 마음 놓고 출근 시간을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의 균등하고 효율적인 적용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듯 보인다. 

베스트바이도, 신한은행도 신뢰를 기반으로 직원들에게 자유를 줬지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할 묘책은 아직 없는 듯하다. 하지만 베스트바이와 신한은행의 사례에서 직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통제권을 주는 것의 영향력이 컸음에는 주목할만하다. 일방적이고 엄격한 통제, 감시는 디지털 시대와 맞지 않다. 새로운 환경에서 전통적인 시간 관리와 시간 규율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미숙한 경영 관리 수준을 드러낼 뿐이다. 엄격한 시간 규율만을 고수하는 관리자는 조만간 그것이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무능의 징표가 되는 시기가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원문 보러가기: 24시간 근로 가능해진 디지털 시대, 시간 규율 대신 신뢰 시스템 구축하라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3호
필자 이희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인터비즈 최예지 정리 / 출처 미표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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