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브랜드흥망사> 진실과 진정성 없는 혁신의 결과물...몰락한 벤처신화 모뉴엘

<브랜드흥망사> 진실과 진정성 없는 혁신의 결과물...몰락한 벤처신화 모뉴엘

‘벤처기업’이라 한다면 떠오르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혁신’, ‘도전’, ‘참신함’ 등이 대표적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성공을 거둔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참신한 제품이나 서비스라고 하여 그것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실현할 여건(자금, 인력 등)이 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그래서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자신의 역량을 과장하거나 그동안의 업적을 포장해 투자를 유치하고 관심을 끌어 모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은 기업 마케팅의 기본이기도 하며, 이런 식으로 실질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도 많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 혹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지경에 이르면 이는 ‘마케팅’이 아닌 ‘사기’가 된다.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혁신 IT 벤처로 추앙을 받던 ‘모뉴엘(MONEUAL)’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PC의 디자인 혁명을 선도하다

모뉴엘은 PC 시장의 전성기였던 2004년에 설립되었다. 설립 당시의 회사명은 ‘아하닉스’였으나 2007년에 모뉴엘로 사명을 바꾼다. 모뉴엘의 창업자인 원덕연 부사장은 뛰어난 감각을 갖춘 디자이너였으며, 이러한 재능을 이용해 PC 케이스의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2005년에는 삼성전자 북미영업총괄이사 출신의 박홍석 대표가 합류, 기업 운영 및 마케팅에 관한 역량을 보강하게 된다.  
모뉴엘 로고
당시 시장에서 팔리던 PC는 대부분 투박하고 개성도 없었다. 반면, 모뉴엘의 PC 케이스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을 뿐 아니라, 홈씨어터용 오디오를 연상시키는 멀티미디어 기능까지 결합한 이른바 ‘HTPC’를 추구했다.
모뉴엘의 HTPC는 뛰어난 디자인과 기능을 앞세워 CES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뛰어난 디자인 및 다양한 기능을 앞세운 모뉴엘의 제품은 특히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2007년에는 세계 최대의 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CES 2007의 기조연설 중에 모뉴엘 같은 업체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모뉴엘의 CES 도전은 이후로도 계속되어 CES 2008에서도 혁신상을 2개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혁신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모뉴엘

해외 유명 전시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모뉴엘은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적용한 올인원 PC, 헬로키티 캐릭터를 적용한 미니 PC 등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으며, 친환경 절전 기술을 적용한 소나무 PC, 탁자와 PC를 결합한 터치테이블 PC등, 기존 PC 시장에선 보기 힘들었던 혁신적인 콘셉트의 PC도 다수 발표했다.
모뉴엘이 발표한 다양한 콘셉트의 PC 제품들
이러한 독특한 제품을 다수 선보이고, 또 해외 전시회에서 수상을 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모뉴엘은 혁신적인 IT 벤처의 대명사로 추앙 받기 시작했으며, 외부 투자도  유치했다. 대형마트와 협력해 알뜰형 TV(이른바 ‘통큰 TV’)를 출시하기도 하고, 유명 연예인 광고 모델과 드라마 PPL을 앞세운 로봇청소기를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모뉴엘은 국내외에서 다양한 수상을 하며 승승장구를 했다/출처 모뉴엘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모뉴엘은 2010년에는 IT전자의날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고 2011년에는 지식경제부에서 ‘한국서비스품질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8년 매출은 739억원 수준이었으나 2013년에는 1조 2737억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5년 만에 17배나 매출이 수직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2011년에는 PC용 쿨러(냉각장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잘만테크를 인수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승승장구를 했다.


"잘 나가는 회사인데...왜 이리 찝찝하지"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전문가들 및 소비자들은 찜찜함을 느꼈다. 각종 발표 및 언론보도만 봐선 모뉴엘은  ‘잘 나가는 회사’임이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에서는 모뉴엘의 제품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모뉴엘 측은 90%의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해외 부문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눈에 띄는 것이라고 해명하곤 했다.
모뉴엘이 2009년에 발표한 ‘쥬얼리 PC’는 백화점의 명품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출처 동아일보 DB
그리고 이런 와중에도 모뉴엘은 타사에서 좀처럼 내놓지 않는 실험적인 제품들을 해외 전시회에 출품하는 행보를 계속했다. 청각장애인 부모를 위한 아기 돌보미 시스템, 스마트 식물 관리기, 스스로 이동하는 공기청정기 등이 대표적이었으며, 심지어는 보석과 귀금속으로 치장한 4,500만원 상당의 이른바 ‘쥬얼리 PC’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 제품들은 CES를 비롯한 해외 전시회에서 주목 받으며 각종 수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뉴엘 제품들은 전시회에만 모습을 드러냈을 뿐 실제로 출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들 제품들의 콘셉트는 분명 참신했지만 실제 상품성은 전혀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드러난 민낯, 그리고 충격

이러한 모뉴엘이 2014년 10월 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환어음을 결제하지 못했다며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실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모뉴엘의 법정관리 소식에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각종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모뉴엘의 충격적인 민낯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의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모뉴엘은 한국에서 수출한 완제품을 현지에서 분해하여 부품을 다시 수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액을 부풀렸으며, 이러한 허위 수출입 자료로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받아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또한 각종 분식회계 과정에서 한국무역보험공사 직원에게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제공하는 등의 추가적인 범죄행위도 적발되었다. 
모뉴엘 박홍석 대표는 2014년 10월, 검찰에 구속된다/출처 연합뉴스TV 캡처
결국 같은 해 12월 법원은 모뉴엘의 파산을 선고했으며, 박홍석 회장을 비롯한 모뉴엘의 경영진들은 구속되었다. 특히 박홍석 대표의 경우 수조 원대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2016년 10월에 징역 15년형이 확정되었다. 벤처신화로 시작했던 모뉴엘은 이렇게 범죄집단의 모습으로 퇴장하게 되었다. 


진실과 진정성 없는 ‘혁신’의 공허함

‘혁신’, ‘도전’은 참으로 매력적인 단어다.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실과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혁신, 원리원칙을 지키지 않는 도전은 범죄행위와 같다. 모뉴엘은 분명 다양한 방법으로 혁신을 시도했으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과감히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들이 저지른 많은 거짓과 꼼수들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으며, 더 나은 미래도 이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신과 도전을 말하기 전에 이보다 더 중요한 ‘진실’과 ‘진심’이라는 단어의 가치부터 되 새겨볼 필요가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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