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업무 대신하는 로봇, RPA 도입 확산... 로봇은 적일까 동지일까

업무 대신하는 로봇, RPA 도입 확산... 로봇은 적일까 동지일까

사무실에서는 모두가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무엇 때문에 분주한지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를 내려받아 경영진이 원하는 스타일로 보고를 준비하거나, 어제 들어온 고객들의 정보들이 정확한지 건강보험공단 사이트에서 조회하는 등 특정 요일이나 달마다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일지도 모른다. 

꼭 필요하지만 단순 반복되는 업무들은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활용해 개선할 수 있다. 단순 작업을 자동화하면 기업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노동자는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RPA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들

1) AP통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P통신은 2014년 로봇 저널리즘을 도입했다. 기업 실적 보고서와 같이 기본적인 틀에 맞춰 수치만 바꿔 쓸 수 있는 기사들을 '로봇'이 작성하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기자들은 단순 기사로부터 벗어나 심도 있는 취재가 필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기사 자동화 도입 이후 기사량이 크게 늘어났다. 분기당 300건 정도였던 기업보고서 기사는 자동화 프로그램 도입 후 3000여 건으로 늘어났다. 

도입 당시 기자 감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AP통신의 로 페라라 부회장은 "자동화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외에도 국내외 많은 언론사들이 로봇 저널리즘을 시도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 결과 기사나 시황 등이 주요 대상이다. 연합뉴스는 로봇 기자 '사커봇'을 개발해 잉글랜드 프로 축구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를 속보로 보도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서경 뉴스봇'을 통해 주식시황 데이터에 기반해 시황과 종목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2) 엑스체인징(Xchanging plc)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48개국 기업에 비즈니스 프로세스 및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엑스체인징(Xchanging plc)’은 고객사 업무 지원에 RPA를 도입했다. 

엑스체인징은 고객사인 보험회사의 보험 수수료 산정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보험 판매원들이 상품을 판매한 뒤 이메일이나 팩스로 서류를 보내면 엑스체인징은 이를 데이터화해 보험사가 판매원에게 지불해야 할 수수료를 산정해준다. 기존에는 500건의 데이터를 완성하기 위해 팀원 여럿이 매달려 며칠간 작업해야 했지만, RPA 도입 후에는 30분이면 끝난다. 

엑스체인징은 이 같은 특정 프로세스를 넘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서비스 자동화 역량을 개발해 왔으며, 고객사뿐만 아니라 자사 업무에 대한 자동화 프로세스도 구축해 사용해왔다. 2016년 초반까지 엑스 체인징은 14개 핵심 프로세스를 개발했고 여기에 27개 소프트웨어 로봇을 배치했다. 이 로봇들은 한 달에 총 12만 개의 거래를 처리하며 프로세스당 비용 절감 효과는 평균 30%에 이른다.


3) '월마트(Walmart)'
출처 위키피디아
세계 매출액 1위 유통기업 월마트 또한 RPA를 도입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23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인만큼 단순하고 중복되는 업무를 줄여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월마트의 기업생산성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이슈다. 

월마트에는 단순업무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는 사무 직원들이 많았다. 월마트 CIO(최고정보관리자) 클레이 존슨은 RPA가 직원들을 괴롭히는 지루한 업무로부터 벗어나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전체에 약 500개의 소프트웨어 봇을 도입하고 다양한 업무를 맡겼다. 

검색봇이 3만 페이지가 넘는 문서를 분류하고, 채용담당자 대신 인공지능 채팅 봇이 수십만의 월마트 구직자를 응대한다. 매장 및 재고관리 측면에서도 적극 활용 중이다. 월마트는 2017년 50여개 매장에 스스로 이동하는 기둥형 로봇을 도입했다. 이 로봇은 매장을 돌아다니며 라벨이 잘못 붙어 있거나 고객이 잘못 둔 상품을 지속적으로 스캔한다.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도 살핀다. 직원들은 로봇들이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오류를 수정한다. 월마트 CTO(최고기술관리자) 제레미 킹은 이러한 자동화가 기존에 비해 50% 더 효율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월마트는 RPA로 인해 절약된 노동력을 더욱 생산적인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직원 교육 프로그램 또한 갖추고 있다. '월마트 아카데미(Walmart Academies)', '패스웨이(Pathways)'가 바로 그것인데, 월마트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개인의 능력과 경력 관리를 돕는다. 실제로 월마트는 2018년 기준 23만 명 이상의 직원들을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승진시켰고 더 많은 직원들이 고객 응대 등의 분야에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RPA는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과 함께 가야 한다
RPA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혁신이 이뤄지진 않는다.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전면 재검토하는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process reengineering)이 수반돼야 한다. 사람이 일하는 것을 전제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일하는 무인화 환경 속에 사람이 꼭 필요한 부분에 인력을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분류해 무인화할 부분과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을 나눠 업무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은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하고, 단순 업무는 RPA가 담당해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회계법인 EY(Ernst & Young) 분석 결과, RPA를 도입한 국내 한 금융회사는 무인화를 기반으로 프로세스를 구상해 IT 시스템을 정비해 기존 업무량 대비 60% 이상을 효율화할 수 있었다. 당초 단순히 RPA만 도입했을 땐 기존 업무의 28%만 절감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이 회사는 RPA에 AI를 접목해 남아있는 40%도 효율화할 계획이다. 


로봇은 적일까 동지일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IT 컨설팅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RPA 소프트 지출은 2020년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기업의 10% 미만이 RPA를 도입하고 있지만, 2020년엔 40%가 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RPA 도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 대체를 걱정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서 국내 일자리 중 43%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밝혔다. IBM은 기업 사무직 업무의 63%가 RPA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RPA로 일자리가 대체되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도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포레스터 리서치는 자동화와 AI 발달로 미국에서 향후 15년간 1500만 건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 것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27년까지 사라지는 일자리(2500만 개)가 더 많은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자리 성격이 변화하기 때문에 양적 기준만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AI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책임이 필요한 자리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을 거라고 분석했다. 


*참고 
-김영석, 거래비용 '0'되는 슈퍼플루이드 시대, 디지털 기술로 원가 구조 파괴하라. DBR 251호

인터비즈 오종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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