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4명으로 시작해 세계 3대 투어로 우뚝...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성공 비결은?

4명으로 시작해 세계 3대 투어로 우뚝...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성공 비결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10년대 한국의 글로벌 히트 상품이 뭐냐고 물으면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K-pop과 드라마 등을 꼽는다. 하지만 골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말할 것이다. 1978년 단 4명의 프로골퍼와 함께 KPGA '여성부 투어'로 시작된 한국여자골프 투어는, 1988년 KLPGA투어로 독립한 지 불과 28년 만에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했다. 2017년 한 해에만 무려 31개 대회를 열었고, 총상금은 209억 원에 달했다. KLPGA투어는 어떻게 이런 비약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었을까.


최고의 선수들: 열악한 환경의 역설과 치열한 경쟁
일반적으로 골프 강국은 골프 저변이 넓고 플레이 비용이 저렴하다. 하지만 국내의 사정은 열악했다. 실전 라운드와 레슨 비용이 모두 만만치 않아 실전 연습의 기회가 적었던 것이다. 게다가 올림픽 육성 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환경은 오히려 선수들의 열정과 투지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 선수들은 쉽사리 받을 수 없는 비싼 레슨을 받을 때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었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배우는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필드에 나갈 때는 신중하게 1타 1타를 치며 플레이를 이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열악한 골프 환경이 완성형 선수들을 만들어낸 셈이다.

또한 한국 여자프로골프는 무한 경쟁 체제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골프를 치고, 끊임없이 기량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초등학생 골퍼들이 성인 이상의 훈련을 소화하는 이유다. 이러한 선수들이 모여 주니어 상비군과 국가 상비군, 국가대표 등 단계별로 또 한 번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여기서 살아남은 '톱 골퍼'만이 태극마크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치열한 경쟁구도가 세계적 수준의 골퍼들을 배출한 것이다.


팬, 그리고 기업: '팬클럽'과 '팀'
KLPGA투어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한국만의 고유한 골프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조직적인 팬클럽과 골프팀이다. KLPGA투어 대회가 열리면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응원하는 갤러리들이 저마다 비슷한 모자를 쓰거나 응원 구호를 외친다. 특히 인기 있는 선수들이 한 조에 속해 있을 때에는 축구나 야구처럼 치열한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들은 시합이 없고 선수가 없어도 자신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또 하나의 골프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이러한 팬클럽의 존재는 골프 팬의 이탈을 막고, 대회 유치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투어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중요한 장치다. 
'골프팀' 시스템도 유일하다. 골프는 일반적으로 철저한 개인 운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다르다. '팀 혼마'나 '팀 캘러웨이' 등 용품을 지원하는 선수들을 한 팀으로 묶거나, 메인 스폰서들이 지원하는 선수들을 묶어 지원하며 소속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소속팀'제 덕분에 선수들은 금전적 혜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골프에 집중할 수 있고, 이는 결국 KLPGA투어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 후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팬클럽의 결속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흥행유지와 후원효과 상승을 꾀할 수 있다.


협회: 공정한 경쟁 시스템

KLPGA투어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수준의 투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협회가 구축해놓은 투어 시스템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로 공정함과 원칙을 잃지 않는 '경쟁 시스템'이다. 현재 KLPGA투어는 3부 투어 - 2부 투어 - KLPGA투어로 이어지는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정체된 선수는 아래 단계로 떨어지고 지속적으로 기량을 끌어올린 선수만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이른바 '승강 구조'다. 이러한 시스템 아래에서는 당연히 한국 스포츠계의 고질병적 문제인 '인맥'과 '백'을 통한 개입이 불가능해진다. 
한국의 이러한 1~3부 승강 시스템은 미국(LPGA)이나 일본(JLPGA)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LPGA투어는 2부 투어밖에 존재하지 않고, JLPGA는 최근에야 2부 투어가 생겼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저 시드를 잃은 선수들이 감각을 잃지 않고 경기를 하는 연습 리그의 개념이다. 반면 KLPGA는 일찌감치 3부-2부-KLPGA투어로 이어지는 승강 시스템을 도입해 투어 규모를 확대하고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시험하고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넓혔다.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는 선수들과 열성적인 팬들, 그리고 'K 골프'라는 브랜드를 지속 가능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만들려는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 KLPGA투어는 미국(LPGA)과 일본(JLPGA) 투어에 이어 세계 3대 투어로 우뚝 섰다. 이렇듯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한 KLPGA투어는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로 그 영토를 넓히고 있다. 그들의 성공 전략을 배우고 싶어 하는 국가에 KLPGA투어 브랜드를 수출하는 것이다. 한국이 LPGA투어를 동경했던 것처럼, KLPGA투어 또한 다른 나라의 '동경 국가'가 되게 만드는 것. 글로벌 넘버원 투어로의 도약을 꿈꾸는 KLPGA투어의 행보는 이제 본격 시작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10호
필자 조효성

인터비즈 임유진 정리
inter-biz@naver.com

* 미표기 이미지 출처: KLPGA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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