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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먼저 산다' 무더위 특수 상품이 모피와 롱패딩?..."겨울옷은 여름에 사야" 역시즌 마케팅 보편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때아닌 겨울옷 대전을 벌어지고 있다. 패션업계와 유통업계가 앞다퉈 '역(逆) 시즌 마케팅'에 나서면서다. 역시즌 마케팅이란 겨울 시즌에 여름 상품을, 여름 시즌에 겨울 상품을 선보이는 것을 일컫는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비수기를 맞이한 유통업체, 겨울 시장 수요예측이 필요한 패션업계의 이해관계가 모두 맞아떨어진 결과, 역시즌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고객이 겨울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 롯데백화점
이전에는 주로 전년도에 판매되지 않은 재고 물품을 털어내는 용도로 비시즌 마케팅을 펼쳤지만, 최근엔 역시즌 마케팅이 보편화되고 소비자 반응도 좋아지자 시즌을 앞당겨 신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더울수록 패딩 잘 나간다? 온라인 쇼핑 보편화가 바꾼 패턴

올해 역시즌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는 어디일까. 온라인 쇼핑이다. 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달(6월 27일~7월 26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했더니 대표적인 겨울상품인 롱패딩의 매출이 12배(1180%)나 더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이 유독 수혜를 본 까닭은 무엇일까. 옥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역시즌 마케팅에 호응하는 소비자 층이 가성비를 중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 가격과 큰 차이가 나는 경우 재빠르게 포착하는 소비자들이 역시즌 상품에 반응했다"고 풀이했다. 구매 시기에 민감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을 더 중시하는 소비자가 움직였다는 의미다. 
홈쇼핑도 역시즌 마케팅을 통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홈쇼핑 업체인 CJ ENM 오쇼핑은 역시즌 방송인 '나 먼저 산다'를 편성했다. 무스탕과 롱패딩 등 겨울옷을 집중 편성하는 프로그램이다. CJ ENM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에도 역시즌 상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했으나 당시엔 모두 개별 프로그램 차원이었고, 무더위 특수를 노리고 시리즈를 편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이라고 설명했다. CJ ENM는 올해 역시즌 방송 매출을 320억 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피 상품 등을 성수기 대비 20% 정도 싸게 판매했더니, 방송 중 매진 사례 등이 나왔다. 

패션업계와 유통업계 입장에선 여름은 대표적인 비수기다. 옷의 단가가 낮아 매출이 줄고 여름 옷을 새로 장만하려는 수요도 줄어든다. 그러나 역시즌 마케팅이 보편화되면서 백화점 등도 시즌을 미리 앞당겨 6월부터 역시즌 상품을 선보이는 등 활발히 움직였다. 국내 한 백화점에 입점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워낙 역시즌 상품이 유행이다 보니, 시장 선점과 브랜드 이미지를 먼저 알리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패딩 상품을 매대에 편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블랙야크, 디스커버리 등 주요 아웃도어 업체는 올해 5월부터 패딩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물량도 전년 대비 1.5배에서 최대 3배 가까이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역시즌은 더 이상 비수기가 아니다. 


겨울 신제품을 내놓는 또 다른 이유...기후변화?

백화점의 사례에서 보듯, 판매시점을 앞당기는 이유는 꼭 재고 떨이만은 아니다. 의류 브랜드가 역시즌으로 상품을 일찍 내놓을 경우, 해당 카테고리에 대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제품을 먼저 내놓으면서 해당 상품군에 대한 키워드를 선점하는 한편 입소문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한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패딩류가 주요 상품일 수밖에 없는데, 여름철부터 마케팅을 앞당겨 해당 제품에 대한 키워드를 겨울까지 길게 이어가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체 입장에선 수요 예측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지난해엔 롱패딩이 유행했지만, 올해는 어떤 종류의 기장이 유행할지 미리 알기 어렵다. 역시즌 상품을 통해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겨울철 본격 생산기에 얼마나 물량을 뽑아야 할지 가늠한다. 같은 롱패딩이라고 하더라도 야상형이 유행일지, 지난해처럼 튜브형이 유행일지 알 수 없으니 소비자 반응을 미리 체크하면서 생산 물량을 조정하는 것이다.
CJ ENM 오쇼핑의 역시즌 겨냥 홈쇼핑 방송인 '나 먼저 산다'. 롱패딩과 코트, 모피 등을 2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올 여름에만 320억 원 매출을 노리고 있다. 출처 CJ ENM 오쇼핑
겨울 신제품을 먼저 내놓는 또 다른 이유는 날씨다. 2015년과 2016년의 경우 평소보다 따뜻한 겨울날씨가 유지되면서 패딩 상품의 판매량이 평년 대비 절반 가량으로 떨어지면서 아웃도어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11월까진 평소보다 덥다가, 12월 들어 평년보다 추워지는 등 날씨의 변동폭이 커졌다. 겨울철에 추운날이 줄어들 경우, 성수기 판매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기후변화의 여파로 이와 같은 예측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업체 입장에선 여름철 판매량을 늘려 이와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이처럼 비수기 마케팅은 온라인 쇼핑 활성화 등 변화된 쇼핑환경에 영향을 받는 트렌드다. 꼭 이번 여름 뿐만 아니라 길게 이어질 소비패턴의 변화로 해석된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꼭 의류 뿐만 아니라 온풍기나 에어컨, 보드장비 등 계절상품 등도 역시즌 판매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 확대와 이에 호응하는 역시즌 마케팅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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