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배고픈 학문' 인문학, 기업 전략의 핵심이 되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대부분의 사업가들은 인류학, 사회학, 철학 등의 인문과학은 비즈니스 세계와 관련이 없다고 여긴다. 이 분야의 연구는 이해하기 어렵기로 악명이 자자하고, 학자들의 통찰력은 상당히 학술적이라 실무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IBM, 삼성, 아디다스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배고픈 학문'으로 여겼던 인문학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 인문학은 기업 세계에 어떤 통찰력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인문과학, 경영의 본질을 밝히다

IBM이 최고경영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연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들이 오늘날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소위 '복잡성 격차(complexity gap)'라는 사안이다. 10명 중 8명이 비즈니스 환경의 복잡성 증가를 예상했지만, 변화에 준비돼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절반도 안 됐다. 그들은 복잡성 관리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로 고객에 대한 통찰력 부족을 꼽았다.
따라서 수많은 기업들이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고객 조사에 중점을 두게 됐다. 그러나 마케팅 담당자와 기업 전략가들은 소비자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인적 요인들에 대한 통찰력을 잃곤 한다. 오로지 빅데이터와 기업 분석에만 의존해 소비자 행동을 평가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반면 인문과학적 접근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고객을 이해한다. 고객의 내면과 사회적, 문화적, 물리적 세계 간의 복잡한 관계를 검토해 소비자 행동의 동기를 파악한다. 이 같은 비선형적 분석 과정, 상황의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을 센스 메이킹(sensemaking)이라고 부른다.


센스메이킹의 실행

센스메이킹의 핵심은 문제를 '현상학적' 방식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때 현상학이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경험하고 인식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를 분석할 때 경영학에서는 하루 동안 고객이 몇 잔의 커피를 마시는지를 논한다면, 현상학에서는 고객이 커피 '경험'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밝힌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커피의 현상학적 분석을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다. 커피 자체와는 별개로 전문 바리스타, 커뮤니티 공간, 선곡 리스트 등 세심하면서도 복합적인 스타벅스만의 경험을 제공해 고객들로 하여금 흔쾌히 프리미엄을 지불하게 만드는 것이다. 
출처 동아일보, 레고그룹 공식 홈페이지
레고그룹(Lego group) 역시 고객들의 내적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 현상학을 활용했다. 레고그룹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크고 모두가 주목하는 완구업체 중 하나지만, 한때 그들은 핵심 고객층을 잃고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당시 경영진은 주 고객층인 어린이와 부모들이 블록 제품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아이들의 관심이 점점 전자게임으로 쏠려 더 이상 전통적인 플라스틱 블록은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캐릭터 인형과 비디오 게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따라서 새로 출시된 제품들은 이전보다 훨씬 멋진 모양이지만 아이들의 시간과 창의력을 덜 요구하는 형태로 변모했다. 그러자 레고라는 브랜드에 대한 부모 세대의 향수는 사라지기 시작했고, 블록을 구입하고 싶은 고객들의 충동도 사라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경영진은 이미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관계가 단절됐으며, 신제품 라인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그들은 레고 블록의 본질인 '놀이'라는 현상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미국과 독일 내 가정에 연구진을 파견했다. 
출처 레고그룹 공식 홈페이지
연구진은 고객들의 인터뷰, 사진 및 영상 촬영, 완구점 분석 등을 통해 몇 달간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했다. 이후 분석팀에서 해당 데이터를 정리하자 핵심적인 사항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아이들은 과도하게 짜여진 일상에서 벗어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놀이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아이들이 너무 바빠 레고를 가지고 놀 시간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은 틀렸음이 밝혀졌다.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블록을 가지고 놀 시간과 레고 기술을 마스터하고픈 욕구, 두 가지가 모두 있었다. 일반적인 경영학 기법으로는 발견할 수 없었을 통찰이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레고 그룹은 자사의 기업 전략과 상품을 재설계했고, 핵심 고객층을 되찾았다. 


문제를 현상으로 재구성하다
이처럼 고객의 내면과 사회적, 문화적, 물리적 세계 간의 복잡한 관계를 검토해 소비자 행동의 동기를 파악하는 센스메이킹은 모든 비즈니스 문제를 현상학적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기업 입장에서 시장, 제품, 고객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는 방식으로 관점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고객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 미묘하고도 무의식적인 동기를 밝혀주고, 제품개발과 기업 전략을 재설정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준다.

이러한 센스메이킹의 접근 방식은 연구방식의 테크닉보다는 인문과학에 기반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기존에 사용한 빅데이터나 일반적인 시장분석 기법으로는 불가능했던 고객 행동과 사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 그 해답은 인문학에 있었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14년 3월호
필자 미켈 B, 라스무센, 크리스티안 마드스비에르그

인터비즈 임유진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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