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인신매매 근절 위해 탄생한 착한 음료 \

인신매매 근절 위해 탄생한 착한 음료 'REBBL'의 성공 비결

아마존 열대우림은 대한민국 면적의 약 70배(약 700만㎢)나 될 정도로 광활한 정글이다. 브라질을 포함해 페루, 컬럼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남미 대륙 9개 나라에 걸쳐 있을 정도로 넓다. 소위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엔 각양각색의 신기하고 희한한 나무들과 각종 식물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아마존엔 풍부한 자원이 가득하지만, 정작 이곳 토착민들의 삶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이를 시장에 제값을 받고 내다 팔 인프라가 미비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인신매매업자들의 먹잇감이 되는 탓이다. 특히 페루의 아마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 상당수는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있다. 개중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낯선 대도시에서 고군분투하다 노예나 다름없는 저임금을 받으며 강제노역의 볼모로 전락하곤 한다. 자원의 보고(寶庫)인 아마존의 역설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강제 노역으로 고통받는 페루 아마존 지역 거주민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비영리단체 낫포세일이 지난 2011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몬타라에서 주관한 워크숍 /출처 낫포세일 동영상 캡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낫포세일(Not For Sale)과 임팩트 투자사인 저스트비즈니스(Just Business)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인신매매 근절을 목표로 하는 낫포세일과 소셜 벤처에 투자하는 저스트비즈니스의 창립자이자 그 자신이 벤처캐피털리스트이기도 한 데이비드 뱃스톤(David Batstone) 샌프란시스코대 경영대 교수는 지난 2011년 2월, 강제 노역으로 고통받는 페루 아마존 지역 거주민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자신의 지인 50명을 한데 불러모았다. 학계는 물론 영리기업, 벤처캐피털, 법무법인 등 각계 각층의 지식인들이 미국 캘리포니아 몬타라(Montara) 소재 유명 관광지인 하프문베이(Half Moon Bay)의 한 페루 음식점에 모여들었다.
낫포세일이 주관한 워크숍 결과 탄생한 레블(REBBL)/출처 낫포세일
이들은 약 143㎢(약 4300만 평)에 달하는 페루 아마존 지역의 환경 파괴와 거주민들의 노동력 착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1박2일 워크숍(일명 ‘몬타라 서클’)을 진행하며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인신매매와 강제노역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단지 인도적 차원에서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 애초에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평범했던 레스토랑은 하룻밤 새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아이디어랩으로 탈바꿈했고, 집단 지성의 결과 그럴듯한 솔루션이 도출됐다. 그 이름도 가히 혁명적인 ‘레블(REBBL)’이다. 
레블 로고/출처 레블 페이스북
레블은 뿌리(Roots), 추출물(Extracts), 딸기류 열매(Berries), 나무껍질(Bark), 잎사귀(Leaves)를 뜻하는 영어단어 각각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쉽게 유추할 수 있듯, 페루 아마존 지역에서 나는 희귀 식물과 슈퍼 허브를 활용해 건강에도 유익하고 맛도 좋은 강장제 음료를 만들어 내자는 아이디어였다. 단순히 인정에 호소해 자선기금을 마련하는 일차원적이고 일회적인 접근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적 해법을 통해 페루 아마존 거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도출된 접근이었다.  
레블 제품군/출처 레블 페이스북
레블, 즉 건강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원재료 공급자인 페루 아마존 주민들의 일거리는 늘어나게 된다. 이는 페루 주민들이 공정무역(fair trade)을 통해 정당한 수입을 안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지고, 그 결과 좀더 윤택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뜻한다. 바로, 데이비드 뱃스톤을 포함한 50인의 지성인들이 당초 목표로 삼았던,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할 뿐 아니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문제 해결 방법이었다.  
레블은 공정무역을 통한 유기농 음료 비즈니스를 통해 페루 아마존 거주민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명확한 미션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출처 낫포세일 동영상 캡처
낫포세일과 저스트비즈니스는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최고의 음료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기부금 모금에 나섰다. 우선 레블의 탄생에 얽힌 스토리를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구체적으로 아마존 열대우림 거주민들의 열악한 삶에 대해 소개하고, ‘몬타라 서클’에서 어떻게 레블에 대한 아이디어가 탄생하게 됐는지를 영상에 담았다. 이어 소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코즈(Causes.com)를 활용해 온라인 캠페인을 펼치며 “35달러를 기부할 때마다 아마존산 슈퍼 허브로 만든 강장제 음료 4병을 주겠다”고 홍보했다.  
레블 출시를 위한 낫포세일의 기부금 모금 캠페인/출처 낫포세일 동영상 캡처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인신매매와 강제노역 근절이라는 낫포세일의 대의명분에 동참할 수 있는데다, ‘페루의 산삼’이라 불리는 마카(maca) 뿌리, ‘기적의 약초’로 통하는 캣츠클로(cat’s claw), ‘마테의 사촌’격인 찻잎 과유사(guayusa) 등 페루 아마존 삼림에서 조달한 재료로 만든 유기농 음료를 맛보는 첫 번째 고객이 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제안에 힘입어 레블은 불과 한 달 만에 15만 달러(약 1억 7000만 원)의 기부금을 모았고, 2012년 7월 첫 제품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2012년 7월 차(tea) 형태로 출시된 레블(중간). 레블은 이후 레서피는 물론 패키징 디자인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며 제품을 다변화하고 있다./출처 레블 페이스북
이후 레블은 승승장구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환경 오염이 없는 청정 지역에서 자란 희귀 식물과 슈퍼 허브로 만들어진 100% 유기농 음료에 공정무역 제품이다 보니, 건강을 생각하며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덕택이다. 현재 레블은 홀푸드마켓, 웨그먼스, 프레쉬마켓 등 주요 그로서리 체인을 포함해 미국 전역의 7000여 개 상점에서 판매 중이다. 
레블 제품 이미지/출처 레블 홈페이지
사업이 확대되면서 페루 아마존 유역만으로는 슈퍼 허브 조달이 어려워 지금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원재료를 조달하고 있다. 오미자, 생강, 울금, 말차 같은 재료부터 아유르베다(Ayurveda, 인도 전통의학)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아슈와간다(Ashwagandha)나 영지버섯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당연히 모든 작물은 공정무역 거래를 통해 조달한다.  
현재 레블은 전세계 각지에서 공정무역을 통해 원재료를 조달하고 있다/출처 레블 홈페이지
왼쪽부터 마카, 영지버섯, 아슈와간다/출처 레블 홈페이지
사업 초기엔 차 음료 형태로 만들었지만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은 코코넛밀크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보다 부드러운 풍미를 더하면서 영양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 것. 가령, 아슈와간다, 강황, 생강에 고춧가루를 섞어 톡 쏘는 듯한 망고맛 음료를 만드는 식이다. 제품명도 마치 이 음료수를 마시면 무병장수할 것 같은 느낌이 올 수 있게 ‘엘릭서(Elixir, 만병통치, 불로장생의 효험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영약’이라는 뜻)’라고 지었다. 이밖에 레블은 유기농 콩이나 해바라기씨 등을 활용해 만든 식물성 단백질 음료도 내놓는 등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레블은 코코넛 밀크를 기반으로 해 다양한 맛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출처 레블 홈페이지
지난 5월 레블은 카부벤처파트너(Cavu Venture Partners) 등으로부터 총 2000만 달러(약 227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투자를 단행한 벤처캐피털은 7년차 스타트업인 레블의 기업가치를 9000만 달러(약 1021억 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올해 레블의 예상 매출액은 3000만 달러(약 340억 원)에 달한다. 레블은 전체 매출액의 2.5%를 낫포세일(Not-For-Sale)에 기부하고 있다. 즉, 한 병에 4달러 정도 하는 레블 음료를 사면 10센트가 낫포세일 후원금으로 가는 구조다. 이처럼 레블은 고객들에게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선보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동시에 인신매매 근절이라는 미션을 동시에 수행해 나가고 있다. 이익(profit)과 목적(purpose) 추구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뜨린 레블. 태생부터 ‘착한 기업’이 이룬 멋진 성과다. 


글 이방실 동아일보 기자
inter-biz@naver.com

* 필자 약력
- 서울대 영어교육과 학·석사, 미국 듀크대 MBA, 서울대 공학박사(기술경영)
- 한국경제신문 기자, 올리버와이만 어소시에이트
- 저서 <머크 웨이(공저)>, <빅프라핏(공저)>. 역서 <탭(T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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