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현지인 취향저격! 美, 中 사로잡은 \

현지인 취향저격! 美, 中 사로잡은 '비비고 만두', 해외진출 전략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의 글로벌화를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2016년 미국 시장에서 비비고 만두는 연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해 만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현지 입맛을 공략한 '미니 완탕'과 '스팀 덤플링'이 실적에 큰 몫을 했다. 같은 시기에 만두의 원조국가인 중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광둥성 일대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받고 일부 대형마트에선 만두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수십억 원에 불과했던 중국 법인 매출은 지난해 200억 원대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기준 비비고 만두의 해외 매출 비중은 47%에 달한다.
'비비고 만두' 국내/글로벌 매출 현황 및 비중. 해외 매출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올해부터는 절반 이상으로 그 비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
첫 도전지, 미국 시장 공략
미국 월마트(Walmart) 홈페이지 미니완탕(Mini Wontons Chicken& Vegetable) 상품에 달린 리뷰
첫 도전지는 미국이었다. 중국이나 일본, 등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점이 많은 아시아 권역이 아니라니. 그 이유는 아시아 권역에 비해 미국은 냉동식품 시장의 규모가 매우 크고 이미 간편식품이 보편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진출을 결정했던 10년 전에 마침 아시아의 특성이 담긴 '에스닉 푸드(Ethnic Food,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제3세계의 고유한 전통 음식 혹은 동남아 음식)'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던 참이었다. 이민을 간 중국인들이 만두를 일찌감치 만들어 판 덕에 만두 자체에 대한 미국인들의 거부감도 크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미국 만두 시장점유율 1위였던 일본 기업 '링링'은 수십 년을 사용한 노후 설비로 만두를 생산하고 있었다. 새로운 제품 개발도 하지 않았고 판매하는 제품도 한 종류 뿐이었다. 링링 외에 다른 경쟁사들도손으로 만두를 빚어 판매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반해 CJ제일제당은 한국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최신식 만두 생산 설비를 개발한 상태였다. 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었다.  
미국 비비고 만두 매출 현황. 꾸준한 상승세에 있다.
2008년에 NBA(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전시회에서 미니 완탕을 처음 선 보인 것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25년간 1위를 차지했던 '링링'을 제치고 미국 만두 시장 1위 업체가 됐다. 매출액은 2017년 기준 1750억 원으로 5년 전보다 약 7배 증가했다. 이는 CJ제일제당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CJ는 미국 시장 진출 경험을 토대로 동남아시아, 유럽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각 나라 소비자에 맞춘 '맞춤형' 만두 출시

최근 중국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1년 비비고가 중국에 진출할 당시 중국에는 3개의 거대 식품업체가 만두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한 중국 브랜드만을 고집했고, 비비고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비비고 마케팅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내 시판되는 만두를 모조리 사서 먹어봤다. 현지 마케팅 총괄 부장은 "지금도 하루 세 끼를 만두로 먹는 날이 허다하다"며, "이렇게 먹어보니 중국인이 좋아하는 맛이 무엇인지 감이 왔다. 이런 의견을 직원들과 공유했고, 비교적 빠른 시간에 새로운 비비고 만두를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한 매장에 마련된 비비고 시식코너... 출처 DBR
CJ는 자사 제품 시식코너를 담당하는 일명 '시식코너 이모' 직원 5명을 중국 법인에 보내기도 했다. 중국 소비자에게 제품을 맛보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들은 광저우시 마트 내 임시 매대에 자리를 잡고 왕교자 시식 행사를 열었다. 중국에서는 적극적인 시식 문화가 없기 때문이 CJ엠디원 직원들을 처음 본 중국 소비자들은 매우 당황했지만 이들이 서투른 중국어로 사람들에게 이쑤시개에 꽂은 만두를 웃으면서 건네자 만두를 받아 들었다. 시장에서 소리 지르면서 호객 활동을 하듯이 흥을 돋우니 중국 소비자들도 즐거워했다. 만두를 맛본 소비자들이 만두를 한 봉지씩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한 번 맛을 본 현지인들의 재구매율도 높았다. 2017년 비비고 만두는 광저우시 내 400여 개의 할인점 및 마트의 10%인 40여 개 매장에서 만두 제품 1위를 차지했다. 2위로 올라선 매장도 늘었다. 
세계 각국에서 팔리고 있는 비비고 제품들. 로고와 디자인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포장법과 재료가 각 나라별로 상이하다. 출처 비비고(bibigo)
CJ제일제당은 철저하게 현지인의 식습관에 맞춘 제품을 내놓는다. 미국에는 '비비고 스팀 덤플링(bibigo Steamed Dumplings)', '미니완탕(Mini Wontons)'이, 중국에는 '비비고 교황', '왕수교자'가 대표적이다. 최근 진출한 베트남에선 '비비고 해산물 만두'와 고기와 옥수수가 들어간 ‘미트 앤 콘’ 만두가 주력 제품이다.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비비고 왕교자도 한국에서 생산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펠메니(러시아식 만두)에 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고려해 소고기 양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수교자(물만두)를 중심으로 판매하는데 일본 사람들이 만두를 보통 국물 요리에 활용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현지 시장에서 이미 활약하고 있는 메이저 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서 비비고 만두만의 차별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또 지역마다 사람들이 익숙하다고 느끼는 맛과 향을 분석해 이를 제품에 반영했다.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전략이다. 

이들은 맛뿐만 아니라 제품을 담는 포장재도 현지화했다. 비비고 로고와 디자인은 같지만 포장은 나라별로 다르다. 박스에 포장한 것도 있고, 봉지에 담은 것도 있다. 크기도 제각각이다. 나라 별 소득 수준과 지불 의향 등을 고려해 한 봉지 당 가격을 정한 후 봉지에 담을 만두의 양을 결정한다. 또 나라별 생활 습관도 고려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는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냉장고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소형 봉지에 담아 판매한다. 중국은 플라스틱 트레이에 만두가 하나하나씩 별도로 들어가 있는 형태로 포장한다.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 사람들의 성격을 고려해 포장의 외관, 디자인도 고급스럽게 했다. 냉동고에 음식을 오래 보관하기 싫어하는 일본 사람들을 위해 한 번에 먹고 치울 수 있는 양으로 생산한다. 반면 미국 사람들은 대량으로 소비하는 습관이 있어 종이 포장재에 만두 4팩을 다시 큰 박스에 포장해 판매한다. 


현지화와 비용 절감,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다
국가별 비비고 만두 매출액.
CJ제일제당의 해외진출 성공에는 Global-Local 딜레마의 해결도 큰 몫을 한다. Global-Local 딜레마란 해외 진출 시 현지화가 수반하는 비용 압력을 말한다. 현지화를 통해 각국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야 있겠지만, 생산 단가가 높아지고 나라마다 중복 투자를 유발하기 쉽다. 이는 궁극적으로 매출이 증가해도 수익률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고 제품을 표준화해서 각국 시장에 판매할 경우 비용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성향이 다른 각 나라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제품의 현지화도 추구하면서 전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는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많은 기업들의 골칫거리다. 

CJ제일제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적인 생산 방식을 플랫폼화시켰다. 즉, 제품을 표준화된 절차로 세계 현지에서 생산, 공급하되 재료와 포장은 차별화 했다. 가장 자신있는 제품 생산 방식은 표준화하되 각국의 선호에 맞춰 재료와 포장을 달리하여 현지화 전략을 실행한 것이다. 또한 더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신제품 출시나 현지 시장 공략 전략을 수립했다. 
아시아권에서 판매되는 비비고 제품들. 출처 중국 비비고 홈페이지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침체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한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승산도 없는 경쟁에 매달리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 진출은 리스크가 매우 높다. 해외 진출 기업 중 80% 이상은 기대 이하의 성과로 근근이 버티거나 철수를 고려한다. 해외 현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하지만 딱히 마땅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실 해외 시장 진출 방식, 절차, 실행의 모습은 회사마다 다르다.  CJ제일제당은 꼼꼼한 조사에 기반한 현지화와 전략적인 비용절감으로 해외시장진출에 성공적인 첫 발을 디뎠다. 이는 해외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에 좋은 사례가 된다. 

*[원문 보러가기]: 현지인 식습관 간파한 '맞춤형 만두', 美`中에 '글로컬리제이션' 돌풍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2호
필자 이미영기자, 류주한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인터비즈 최예지 정리 / 표지 이미지 출처 DBR
inter-biz@naver.com
찜하기이글을 다시 읽고 싶다면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