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화장품 회사 DHC는 원래 번역회사였다?

화장품 회사 DHC는 원래 번역회사였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아이 이름을 짓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한다. 앞으로 어떠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신중하게 정한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에게 기억되기 쉬우면서도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이름을 짓기 위해 고심한다. 정작 소비자들은 그 의미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주 보고 들었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기업명과 브랜드 이름에 대해 알아보았다.  


들여다보면 뿌리가 보이는 이름

뭘 하는 회사인지 대놓고 말하는 것만큼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이름이 있을까.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몇몇 회사들은 이름과는 완전 다른 이미지의 회사가 되어버렸다. 
DHC 클렌징 오일. 출처 DHC 홈페이지
클렌징오일로 유명한 일본 화장품 회사 DHC는 ‘대학번역센터’란 뜻을 갖고 있다. DHC는 다이가쿠 혼야쿠 센터(Daigaku Honyaku Center)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화장품 회사에 번역센터란 이름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DHC가 출판사업에서 점차 확장해나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긍이 간다.  

DHC는 1972년 대학교 연구소를 대상으로 번역사업을 하며 시작됐다. 이후 화장품, 건강식품, 제약·유전자, 리조트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갔다. 화장품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회사의 뿌리인 통·번역, 출판 사업 역시 현재 운영 중이다.    

3M하면 사무용품이 먼저 생각나지만 시작은 광산업이었다. 3M은 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에서 3개의 M을 가져온 이름이다. 이름에 떡하니 광산업이 들어가있다. 

1902년 연마재 휠 제조용 미네랄 채광을 위해 미네소타주 투하버스에 광산업 회사로 설립된 3M은 연마재에 사용하려던 광물질의 질이 낮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회사 위치를 옮겨 샌드페이퍼 사업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년 세계 최초 방수용 샌드페이퍼(자동차 제조 시 공중의 먼지를 줄여주는 제품) 개발할 수 있었다. 이후 마스킹 테이프(스카치 브랜드 테이프 기원), 방위산업용 소재 등 다양한 제품 선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책상 앞에 붙여놓고 있는 ‘포스트잇’ 역시 3M 연구원들의 발명품이다. 
3M 로고와 브랜드. 출처 3M 홈페이지
대놓고 말하는 이름

위니아만도(현 대유위니아)가 95년 내놓은 김치냉장고 ‘딤채’는 이름부터 어떤 제품인지 말하고 있다. 딤채는 김치를 이르는 옛말. 국어학자 박갑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채소를 절인다는 뜻의 ‘침채’가 팀새가 되고, 딤채, 김채를 거쳐 지금 부르는 ‘김치’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당시 딤채 인기가 대단해 주부들 사이에 함께 장만하기 위한 ‘딤채계’가 유행할 정도였다.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로 다른 소비는 위축됐지만 딤채만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주문 후 한참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이들의 친구 레고(Lego)는 ‘잘 논다(leg godt)’란 뜻의 덴마크어를 줄인 이름이다. 아이들의 나무 장난감을 만들던 덴마크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32년 설립해 34년부터 현재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49년엔 현재 우리가 아는 형태의 플라스틱 브릭을 만들어 덴마크 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은 영업시간을 이름으로 사용하며 회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은 ‘편의점=24시간 영업’이 당연시 되고 있지만, 40년대 미국에선 늦게까지 여는 가게가 없어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하는 것이 특별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름을 건 이름

창업자의 이름을 기업 이름으로 사용하는 곳이 꽤 있다. 간단한 작명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다는 건 생각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스스로에게 지우는 선택이기도 하다.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은 창업자 콘래드 힐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사업가이자 모델, 디자이너 무엇보다 억만장자의 손녀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 덕에 힐튼이 성(姓)에서 왔다는 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허쉬 초콜릿으로 유명한 세계적 초콜릿 회사 ‘허쉬’ 역시 1894년 창업자 말튼 스네이블리 허쉬의 이름에서 왔다. 패션업계 명품 브랜드 프라다(마리오 프라다), 루이비통(루이비통 말레티에), 에르메스(티에리 에르메스), 샤넬(가브리엘 샤넬) 등도 창업자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콘래드 힐튼과 말튼 허쉬(왼쪽부터) 출처 각 사 홈페이지
각오를 다지며 흔히 "이름을 건다"는 말을 쓴다. 이름을 건 회사들은 다짐만큼 잘 나가고 있을까. 실제 힐튼, 갭, 델 등과 같이 가족 이름을 내건 회사들의 실적이 좋다는 분석(“꿀벅지! 확 와닿죠” 쉽고 적극적인 이름은 자산이다)이 있다. 2002~2006년 130여개 미국 상장 기업을 살펴본 결과, 가족 이름을 내건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자산수익률(ROA)이 높고, 재정상태도 좋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기업은 고객 불만처리 책임자를 훨씬 많이 배치하고 있으며,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기업명으로 내건 기업은 회사는 가문의 명예가 기업 실적이나 평판에 달려 있다는 ‘이중부담’ 때문에 더욱 인간 중심의 경영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르기 쉬운 게 최고?

위에 언급한 글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분석이 나온다. 발음하기 쉬운 이름의 기업 주식이 어려운 이름의 기업보다 단기적 수익률이 높다는 것. 2006년 프린스턴대 알터 교수팀 분석결과, 같이 투자했을 때 어려운 이름을 가진 기업에 비해 쉬운 이름을 가진 기업에서 투자한 지 하루 만에 평균 112달러의 이익을 더 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장기적으로는 상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간이 인지 자원 투자를 줄이기 위해 단순함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참고
“꿀벌지! 확 와닿죠” 쉽고 적극적인 이름은 자산이다, 허행량, 2014(DBR 159호)

*표지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인터비즈 박은애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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