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스타벅스 인어 배꼽은 왜 사라졌을까?... 로고 단순화 법칙

스타벅스 인어 배꼽은 왜 사라졌을까?... 로고 단순화 법칙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어렵고 복잡한 정보보다 단순한 정보를 선호하는 것은 본능의 영역이다. 원시시대부터 주변의 상황을 빨리 파악해서 위험에 처하지 않으려는 생존방식이 아직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로고의 형태를 단순화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보가 너무 단순하면 잊혀지기 쉽고, 매력이 감소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애플의 단순함을 무작정 벤치마킹하던 많은 브랜드들이 실패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함에도 성공의 공식이 있는 걸까?


뼈대만 남은 황소는 어떻게 사랑받았나
피카소-황소 연작/출처 DBR
사물의 단순화를 지향하는 입체주의의 대표작인 피카소의 '황소'를 보자. 피카소는 처음부터 뼈대만 있는 황소 그림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점점 단순화되는 과정을 ‘황소’연작을 통해 보여주었다. 만약 전체 과정을 보지 못 하고 황소의 뼈대만 그려 있는 그림을 보고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20세기 미술사 학계에서 큐비즘(Cubism, 입체주의)과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대가라고 불리는 피카소의 작품이 시간이 갈수록 이해하기 힘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사실주의에서부터 시작한 그의 작품의 행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애플의 단순함이 매력적인 이유는 1984년 감동적인 광고로 IBM이라는 빅브라더를 깨고 나온 브랜드의 출발과 혁신을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을 우리가 알고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단순함만을 따라 하려다 실패한 모방(Me-too) 브랜드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소비자의 감정적 애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핵심: 각성(arousal)
출처 게티 이미지 뱅크
극도로 단순화된 피카소의 '황소'와 애플의 로고, 그들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감정적 애착이라니. 이것이 무슨 역할을 한 걸까? 핵심은 감정이 '각성'을 불러일으켰다는 데에 있다. 

인간이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조금 어렵게 만들어주는 각성이(arousal)이 꼭 필요한데,  감정은 각성을 일으키기에 매우 좋은 재료가 된다. 각성은 주의를 기울일 때 높아지는데,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느냐에 따라 각성의 정도가 달라진다. 너무 낯설거나 어려운 정보는 아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낮은 각성 상태에 머무르기 쉽지만, 너무 쉬워서 지나치기 쉬운 정보도 낮은 각성 상태에 머무른다. 단순함이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은 확실한 사실이지만, 너무 단순한 정보는 머릿속에 남지 않고 지나가버리기 쉽다. 피카소와 애플의 경우에는 소비자의 감정적 애착이  각성을 일으켜 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단순함과 복잡함은 동전의 양면
스타벅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좌) 출처 DBR/ 커피빈 로고 출처 커피빈
단순화가 낮은 각성 상태를 만들 위험이 있다면, 복잡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스타벅스(Starbucks)를 비롯한 많은 브랜드들의 로고 단순화가 트렌드가 된지 오래다. 1971년 스타벅스 창립 당시에는 꼬리가 두 개 달린 사이렌 여신의 가슴, 배꼽, 얼굴 표정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이렌 여신은 표정도, 배꼽도 없는 단순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점점 가까워지는 사이렌 여신을 보고 어떤 상상력이 풍부한 소비자는 2035년에는 여신의 얼굴만, 2041년에는 초록색 원만 남는 로고를 예상해 많은 이슈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단순화의 큰 물결 속에서 전혀 단순화를 꾀하지 않는 브랜드도 있다. 커피빈(Coffeebean)의 경우 커피콩을 강조한 1960년대 초의 오리지널 로고를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다. 커피빈의 로고는 표면적으로 단순화하지 않더라도 내면적으로 단순화 과정이 일어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장기간 같은 정보를 노출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정보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어 단순화 과정의 일부가 된다. 정보가 너무 익숙해져 소비자들의 각성을 일으키지 않아 선호가 일어나기 힘들다. 아무리 복잡한 정보라도 단순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카페 브랜드는 단순함과 복잡함의 경계가 반대쪽에 있는 축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임을 보여준다. '무엇을', '어디까지' 단순화하냐가 핵심이 되는 것이다.
단순화와 선호(The Simplicity Cycle)./출처 DBR
최근 한 연구는 단순함이란 시간을 중심으로 결정되는 다차원적인 것임을 제시했다. 단순한 정보는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복잡한 정보를 추가하게 되는데, 어느 정점에 다다르면 더 정교하고 복잡한(sophisticated) 것이 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단순하게(minimal) 된다. 이 정점에서 정교함을 거치지 않으면 선호(goodness)가 감소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공’ 없이 그저 단순하기만 한 정보는 선호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모든 단순함이 선호를 얻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환경과 모든 경우의 수를 오랜 시간 동안 경험한 장인들이 만들어낸 단순함만이 소비자를 열광하게 만든다. 마치 피카소의 뼈대만 있는 황소처럼 인간이 오랜 경험을 통해 만들어낸 단순한 원형(prototype)으로 축약된 정보가 더 쉽게 와닿고 선호된다는 것이다. 

단순함과 정교함은 다차원적으로 조명되어야 한다. 너무 복잡하면 정보처리 과정에서 쉽게 회피되거나 무시되고, 너무 복잡하면 소비자의 선호를 얻을 수 없다. 적절한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단순화의 핵심이다. 단순한 아름다움에 조금씩 새로운 것을 섞어가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단순함과 정교함을 다 잡은 내공 깊은 장인, 장수 브랜드들의 노하우일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69호
필자 부경희

인터비즈 최예지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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