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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가 '스콧'일까?...사람의 외모는 이름따라 간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이름이 개인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식의 이름을 지을 때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외모도 이름을 따라갈까? 

HEC Paris의 안로르 셀리에(Anne-Laure Sellier)부교수와 동료 연구원들이 진행한 한 연구의 결론은 '그렇다'이다. 아래 내용은 셀리에 교수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스콧'이면 어딘가 모르게 '스콧'이라는 티가 난다?

셀리에 교수의 연구팀은 '인물 사진만 보고 이름을 맞힐 수 있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는 것을 반박하기 위해 실증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방법은 간단했다. 실제 이름이 '스콧'인 사람의 사진을 피실험자에게 보여준 뒤, 4~5개의 이름 예시 중 해당 인물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름을 고르게 하는 방식이었다. 이론상으로는 정답을 맞힐 확률이 20~25%(단순 산술적 확률)였지만, 실제 정답률은 25~40%로 훨씬 높았다. '결국 사람의 외모가 이름을 따라간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춰보자. 정답은 글 하단에 있다 / 출처 HBR
이것만 읽으면 신뢰가 영 가지 않는다. 아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읽어보면 조금은 고개를 끄덕거릴지도.

Q1. 이상하거나 보기 드문 이름들을 선택항목으로 제시한 것은 아닌가?  

해당 실험에선 사용 빈도를 감안해 실제로 많이 쓰이는 이름을 넣어 실험을 통제했다. 또한 인종, 이름의 길이, 응답자와 사진 속 인물의 사회경제적 배경 등 예측 가능한 요소들을 최대한 고려했다. 
 
Q2. 같은 실험을 1000회 이상 반복하면 일반적 확률(20~25%)과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

연구는 수차례 진행했다. 첫 연구에는 실제 사람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일일이 수백 명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실험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후에는 머신 러닝의 도움을 받았다. '예를 들어 샬럿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샬럿처럼 생겼다면 컴퓨터도 인식할 수 있다'라고 가정한 것이다. 먼저 컴퓨터에 샬럿의 이름을 가진 여러 명의 사진들을 보여주며 샬럿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르쳤다. 그 외에 ‘아멜리에’, ‘클레어’ 등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의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샬럿이 아닌 사람의 모습을 학습시켰다. 그런 다음 컴퓨터에 전혀 본 적이 없는 약 10만 개의 얼굴을 입력하고, 두 가지 이름 항목 중 진짜 이름일 것 같은 하나를 고르게 했다. 물론 하나는 사진에 나온 사람의 진짜 이름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짜 이름이었다.  

그 결과, 컴퓨터는 54~64%의 확률로 사진 속 인물의 정확한 이름을 골랐다. 우연히 맞힐 50%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사람을 상대로 한 연구와 대규모 머신 러닝 실험 결과 둘 다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해당 논문 발표 후 미국 연구원들과 프랑스 기자들이 해당 연구 결과를 반복 검증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특정 ‘집단 또는 부족(tribe)’에 소속되어 인정받기를 무척이나 원한다. 수천 년 전 페루의 경우를 보자. 
출처 플리커(Marcin Tlustochowicz)
어떤 부족은 머리 모양을 특정한 형태로 변형시키려고 아이들의 두개골을 동여맸다. 자기 부족 소속임을 바로 알 수 있게 말이다. 이번 실험 결과는 페루의 사례처럼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의 소속을 내보이려는 내적인 동기가 있음을 보여준다. 한 집단에 속한 사람은 그 집단 구성원들이 자신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행동한다. 옷 입는 방식, 안경 모양, 헤어스타일, 문신 등을 활용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러한 행동에는 개별 이름에 특정한 이미지가 깔려있다는 전제가 있다. 예를 들어 '스콧'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 본 사람들은 (정확한 이미지로 나타내지는 못 하더라도) 아마 '스콧'에 대한 집단적 고정관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이름이 '스콧'인 사람들은 그 고정관념에 자기 자신을 맞추고 싶어 하게 된다.
 '난 내 이름처럼 보이려고 특정 행동을 하지 않는데?'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벌어진다. 단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새로운 집단에 적응하려는 경우 시간이 지나 외모가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뉴잉글랜드의 스콧이 미국으로 이민와 10년 이상 살면 아마 미국인 스콧에 맞게 얼굴 모습이 바뀔 수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생각 이상으로 서로를 모방하고 있다. 모방은 우리의 일생 동안 상호작용을 거쳐 변화해 나와 내가 사는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다. 50년 전의 스콧과 현재의 스콧에 대한 이미지가 다른 이유다. 


브랜드가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이유일까...브랜드도 하나의 '부족'?
출처 APPLE
재미있는 사실은 이 주제를 사람 이름 대신 ‘브랜드’로 바꿔 말하면 다들 끄덕인다는 것이다. 애플 제품을 쓰면 애플 사용자처럼 보이고, BMW를 몰면 BMW 소유자처럼 보일까? 마케터들도 가만히 보면 브랜드 중심의 소비자 커뮤니티, 즉 일종의 ‘부족(집단)’의 개념을 구축하려 애쓰곤 한다.
 
그러면 브랜드도 하나의 부족(집단)일까? 강한 브랜드라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여성들은 어릴 때 한 가지 향수를 정하면 거의 똑같은 제품만 계속 쓴다. 그래서 여성의 얼굴만 보고 샤넬 No.5를 쓰는지, 캘빈 클라인 옵세션(Obsession)을 쓰는지 맞힐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에는 역인과성(reverse causality·인과관계를 반대로 해석하는 오류)의 문제가 있다. 브랜드 선택에 따라 얼굴 모습이 변한다고 가정할 경우 역으로 전형적인 샤넬 No.5 사용자처럼 생겨서 그 제품을 쓸 수도 있는 문제인 것이다.


정답) 왼쪽: 스콧, 오른쪽: 제임스 
(물론 해당 이름에 대한 축적된 이미지가 없는 상태에서 이름을 맞추긴 어렵다. 영국의 엠마 씨가 한국의 동민 씨의 이름을 맞추기 어려운 것처럼.)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17년 9-10월 합본호
인터뷰어 스콧 베리나토(Scott Berinato)
인터뷰이 안로르 셀리에(Anne-Laure Sellier) HEC Paris 부교수

인터비즈 홍예화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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