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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발바닥'과 125kg을 견디는 '홍합'의 원리에서 찾은 특별한 기술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세상에는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능력을 가진 생물이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하늘을 나는 새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이카루스는 하늘을 날려고 시도했고, 라이트 형제가 그 꿈을 이뤘다. 새뿐만 아니라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헤엄치는 물고기와 천장에 붙어도 떨어지지 않는 도마뱀이 부럽지 않은가? 이런 부러움 때문에 인간은 자연의 시스템을 관찰하고 동물, 식물, 곤충의 생체 시스템과 특성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산업 전반에 적용시키는 '생체모방(biomimicry, 생체모사라고도 함)' 기술을 탄생시켰다. 생체모방 기술은 인간이 다른 종의 능력을 가지고자 하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시도다.



찰싹! 천장에 달라붙는 도마뱀 발바닥의 능력
출처 pixabay
벽과 천장을 마음대로 기어 다니는 도마뱀은 기원전부터 그리스 학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날카로운 발톱이나 갈고리도 없고 발바닥은 끈적거리는 것도 아닌데 곤충보다 훨씬 무거운 도마뱀이 어떻게 벽과 천장에 가볍게 붙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걸까? 이 오래된 수수께끼는 2002년이 돼서야 풀렸다. 미국의 국방과학연구소(DARPA)가 지원하고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산타바바라대, 스탠퍼드대의 공동연구팀이 일궈낸 성과였다. 

도마뱀의 비밀은 '반데발스 결합(Van Der Waals' Bond)'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반데발스 결합이란 서로 다른 물질이라도 미세 입자 상태에서는 분자끼리 서로 당기는 힘이 발생한다는 것을 말한다. 도마뱀의 발바닥은 전자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수백만 개의 미세한 털로 뒤덮여 있다. 털끝은 다시 1000여 가닥의 나노 털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나노 털은 사실상 분자 상태나 다름없다. 반데발스 법칙에 따르면 나노 털이 벽과 천장, 유리, 시멘트 같은 물질의 분자와 접촉하면 서로 당기는 힘이 발생한다. 그 덕에 도마뱀은 벽과 천장에 쉽게 붙어있을 수 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도마뱀 접착제를 이용하면 성인 한 명의 무게도 거뜬히 견딘다 / 출처 독일 킬대학 홈페이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반도체로 도마뱀의 발바닥과 같은 인공 털을 만들어 실험을 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후 인공 털을 이용해 접착제가 없는 밴드, 풀 없이 벽에 붙이는 액자 등 다양한 상품이 개발됐다. 이제 미래에는 인공 털을 활용한 접착 방식을 장갑이나 신발에 활용해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스파이더맨'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2003년 영국 맨체스터대의 안드레 가임 교수팀은 도마뱀의 털을 이용해 도마뱀 접착제(Gecko Tape, gecko는 꼬리가 푸른 도마뱀의 일종)를 만들기도 했다. 앞서 최초로 나노 털을 발견했던 공동연구팀은 2005년에 도마뱀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더 밝혀냈다. 더러운 곳을 다니는 도마뱀은 나노의 이중성인 당김과 배척의 균형을 이용해서 나노 털을 스스로 청소한다는 것이었다. 도마뱀은 인간보다도 훨씬 먼저 나노기술을 이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125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홍합의 힘
바위에 붙어 있는 홍합 / 출처 Google Free Photos
바다로 이야기를 옮겨보자. 술안주로 많이 먹는 홍합도 도마뱀처럼 강력한 접착력을 자랑한다. 홍합은 무기물인 바위에도 붙을 수 있고, 유기물인 수초나 고래의 등에도 붙을 수 있다. 홍합의 비밀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부분적으로 밝혀졌다. 다이하이드록시 페닐알라닌(DOPA·Dihydroxy-L-Phenylalanine)이라는 단백질이 바로 비밀의 열쇠였다. 이 단백질로 인해 홍합은 본드보다 더 강력한 접착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DOPA 단백질은 지금까지 생물체에서 발견된 가장 센 결합력보다 4배나 더 강력하다. 게다가 보통 접착제는 물에 약하지만 홍합은 오히려 물속에서 접착력이 더 강해진다. 홍합 하나는 무려 125㎏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즉 성인남녀 두 명이 매달려도 끄떡없다는 소리다. 참으로 대단한 힘이 아닐 수 없다. 
도마뱀 발바닥과 홍합 / 출처 pixabay,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홍합의 접착력과 천장을 기어 다니는 도마뱀의 분자 털 접착력이 융합하면 최고의 접착제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한 연구는 '게켈(Geckel)'이라는 새로운 접착 물질을 탄생시켰다. 게켈의 접착력은 공기나 물속에서 1000번을 붙였다 떼어 내도 그대로 유지됐다. 홍합의 접착 물질을 코팅한 인공의 미세 털은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물속 접착력이 무려 15배나 강했다. 향후 게켈로 만든 강력한 접착제는 수술용 봉합 실이나 상처에 붙이는 밴드, 방수용 접착제 밴드, 약물 전달용 패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육지와 바다의 생명체들은 생존과 진화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은 그 기술을 배워서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인간은 모든 생명체에서 배워야 한다. 인간의 상상이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가 되고 첨단 기술과 융합될 때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산업과 미래의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다. 

*참고 도서: 유영민, 차원용(2014). 상상, 현실이 되다. 프롬북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61호
필자 서진영

인터비즈 박성지 정리 / 타이틀 이미지 출처 pixabay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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