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직대추-워라밸 편] “보상만 해주면 워라밸 포기한다”는 직장인 얼마나 될까?

[직대추-워라밸 편] “보상만 해주면 워라밸 포기한다”는 직장인 얼마나 될까?

#“아, 이러다가 일만 하다 늙어 죽을지도 몰라.” 

김 대리는 오늘도 쌓여있는 업무 메일을 클릭하며 한숨을 쉰다. 뉴스에서는 연일 ‘워라밸’을 외치지만 현실은 속된말로 시궁창이다. 파티션 너머에 앉아 있는 박 팀장의 머리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걸 보니 오늘도 칼퇴하는 팀원들에게 쏟아낼 잔소리를 준비 중인게 분명하다. “일이 남았는데 퇴근이라니, 애사심이 없어 애사심이”라는 말로 시작하곤 하는 팀장의 속사포 같은 잔소리가 벌써 귓가에 들려 온다. 팀장님은 회사랑 일이 그렇게 좋은 걸까? 워라밸은 팀장의 사전에서 옛날옛적에 지워진 단어일지 모른다. 나의 삶은 대체 언제쯤 일과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건지. 애꿎은 키보드만 틱틱 두드린다.


#“수당이라도 제대로 주면 일 열심히 하겠다. 안 그래?”

탕비실 문고리를 쥔 오 팀장은 안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순간 동작을 멈춘다. 귀를 기울여보니 같은 팀 이 사원이다. 요즘 야근이나 주말근무가 잦더니 꽤 힘들었던 모양이다. 업무가 한 사람에게 몰리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는데…. 부하직원들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아 입맛이 썼다. 수당 문제에 대해서도 상부에 몇 차례나 보고했지만 하루아침에 회사가 바뀔리도 없고, 조율이 쉽지 않다. 일단 자신도 연일 업무에 치여 사는 중이니 할 말이 없기도 하다. ‘워라밸’은 어디 환상 속에나 존재하는 말 아닐까? 오 팀장은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들 생각에 쓴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걸음을 돌린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의 화두는 ‘워라밸’이다. Work and life balance. 즉 일과 삶,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용어다. 최근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역시 이 같은 트렌드와 일맥상통한다. 기업차원에서도 PC오프제, 유연근무제, 정시퇴근제 등의 다양한 워라밸 관련 제도를 시행 중이다.

워라밸에 대한 주변의 이야기나 기사, 글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직장인들이 워라밸을 추구할 수 없게 만드는 적은 대체로 상사이고, 삶을 추구하는 2030 젊은 세대와 달리 4050 기성세대는 일과 회사에 헌신하는 존재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워라밸은 젊은 세대만의 꿈일까?

직급별로 워라밸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자신의 워라밸에 만족하고 있는지, 또 그들이 말하는 워라밸을 포기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리서치기업 엠브레인과 함께 20~50대 직장인 1000명에게 물어봤다.



모두의 워라밸

‘워라밸은 직급에 상관없이 중요하다’는 질문에 대한 동의율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상사 72.4% 부하직원 72.8%로 높게 나타났다. 워라밸에 대한 중요성은 직급, 세대와 관계없이 대다수의 직장인이 공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균형 있는 워라밸은 업무의 효율을 높인다’의 동의율은 상사 76.6% 부하직원 72.2%, ‘균형 있는 워라밸은 업무 의욕을 높인다’에 대한 동의율은 상사 73.6% 부하직원 70.0%로 워라밸의 효용에 대해서도 높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오차범위 내 결과지만 오히려 상사의 동의율이 좀 더 높게 나타났다.
이상과 현실은 별개

모두가 워라밸을 꿈꾸지만 현실은 또 다른 문제다. ‘나의 워라밸에 만족한다’에 대한 동의율은 상사 32.6% 부하직원 24.4%로 전반적으로 높지 않았다. 특히 본인의 워라밸에 ‘매우 만족’하는 비율은 상사와 부하직원 모두 3.2%에 불과했다. 

더불어 ‘직장생활에서 워라밸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에 대해서는 상사 59% 부하직원 64.4%가 동의해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생활과 삶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을 어렵다고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직에서 높이 올라가려면 워라밸을 포기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도 상사 51.2% 부하직원 64.4%가 동의해 과반수 이상의 직장인이 워라밸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소위 ‘성공한 직장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 보장 된다면

만약 직장인에게 워라밸을 유지 혹은 포기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어떤 조건에서 워라밸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을까.

우선 ‘본인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워라밸 포기가 가능하다는 상사는 25.4% 부하직원은 22.2%, ‘팀/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워라밸 포기가 가능하다는 응답은 상사 27.6% 부하직원 18.6%로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과거에 비해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꿈꾸거나 회사와 나를 일치 시키는 등 회사를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는 인식은 부하직원과 상사 양 쪽 모두에서 감소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급여, 수당, 휴가 등 충분한 보상이 있다면 어떨까? ‘충분한 보상’이 있다면 워라밸을 포기할 수 있다는 상사는 54%, 부하직원은 54.2%로 상대적으로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적어도 절반 가량의 직장인은 충분한 보상이 있다면 워라밸 포기 의사가 있지만 나머지 절반의 직장인은 어떤 경우에도 워라밸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임직원 개개인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충분한 보상’이라는 건 기업 차원에서 간단히 찾을 수 있는 해답이 아니다. 그렇기에 PC오프제, 유연근무제 등 업무 시간 준수에 초점을 맞춘 워라밸 보장을 우선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감은 되지만 현실은 현실

워라밸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상사들, 과연 부하직원의 워라밸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조사 결과 절반 가량의 상사들이 부하직원의 워라밸에 관심이 있고(48%) 부하직원의 워라밸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47%)고 답변했다. 하지만 상사들의 관심과 노력을 체감하는 부하직원은 많지 않았다. ‘상사들은 부하직원의 워라밸에 관심이 있다’는 질문에 부하직원의 21.0%가 동의했고, ‘상사들은 부하직원의 워라밸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질문에도 역시 21.0%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상사들도 워라밸이 지켜지는 삶을 이상적이라 생각하지만 왜 현실 개선에 앞장서지 못하는 것일까? ‘상사가 부하직원/팀원들에게 워라밸 포기를 강요하는 것은 이해된다’에 대한 상사와 부하직원의 동의율 차가 매우 컸다는 점(상사 70.8% 부하직원 15.4%)을 통해 워라밸이 모두의 이상적 바람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상사들만 아는’ 현실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볼 수 있다.
#워라밸 #일과_삶 #왜_할_일만_많죠

정말 상사들은 부하직원들의 워라밸을 망치는 적일까요? 정말 상사들은 퇴근 보다 회사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일까요? 누군가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지만 이번 설문의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답합니다. 상사도 부하직원도 모두 워라밸을 꿈꾸는 직장인입니다. 문제라면 이상을 가로막는 현실의 벽, 그리고 워라밸을 위한 상사들의 노력이 부하직원들에게 잘 전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상사가 자신의 워라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답한 부하직원이 ‘부하직원의 워라밸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상사의 절반에도 못 미친 걸 보면요.(물론 “상사도 상사나름”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서로의 다른 생각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또 여러분의 직장 사람들은 어떤가요?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공유해주세요. 여러분의 댓글이 또 다른 콘텐츠가 됩니다.

인터비즈 & 엠브레인 공동기획 
황지혜 inter-biz@naver.com


Research Background
조사 주제 2018년 Q1 직장인 인식조사
조사 대상 전국 20~59세 남녀 직장인 1000명(상사 500명, 부하직원 500명)
조사 방법 · 기간 온라인 조사, 2018년 2월 13일 ~ 19일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
조사 기관 리서치기업 엠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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