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다이어트 벨트, 스마트 도어록… 기막힌 아이디어의 시작은 놀랍게도 한 줄의 시(詩)에서 출발한다

다이어트 벨트, 스마트 도어록… 기막힌 아이디어의 시작은 놀랍게도 한 줄의 시(詩)에서 출발한다

밥상에 있는 반찬들이 모두 자신을 먹어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가끔은 나에게 자기를 먹으라고 강요도 한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한 어린이가 동시를 썼다. 내용은 보다시피 반찬들이 어린이의 입에 들어가기 위해 각자의 재주를 뽐내면서 눈에 띄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어떻게 그렇게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어른들이 기발하다고 생각한 그 내용은 사실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왜냐하면 반찬을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나 행동을 서술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은 모든 사물을 자기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어른보다도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까닭은 이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사물이나 자연을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고 능력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교육을 받으면서 사라지고 만다. 물론 어른들 중에서도 이러한 능력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시인들이 그러하다. 시인들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시적 대상을 의인화하여 관찰하는 데 익숙하다. 시를 쓰기 위한 관찰의 기초이자 생각의 기초가 시적 대상을 사람으로 만드는 의인화라는 얘기다.



습관처럼 사물의 의인화를 생각한 시인들
박완서 선생은 봄이 되면 마당에 나가 자신이 심어 놓은 봄꽃의 출석부를 만들어 꽃의 출석을 불렀다고 한다. "해당화,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목련…." 이런 식으로 말이다. 노 소설가가 작은 종이를 들고 꽃 이름을 부르면서 여기저기 돌아보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아름답게 보이려고 박완서 선생이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자연을 사람으로 만들면 이런 아름다움을 연출할 수도 있다.

도종환 시인의 대표작 중에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가 있다. 
이 시는 외환고 부족으로 인해 나라 경제가 곤두박질치던 시절,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로 뽑혔던 이력이 있다. 보통 우리는 꽃이 흔들려도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방울이 맺혀 있어도 '고통을 이겨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인은 꽃을 사람으로 대하는 자세가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힘들겠다, 고통을 이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의인화를 통한 관찰과 사고다.



의인화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아이디어

이런 시인들이 사용하는 의인화 관찰과 사고는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예를 들어, 운동화를 사람으로 만들고 사람의 생각을 집어넣어보자. 운동화가 무슨 말을 할까? "난 맨날 무거워 죽겠어. 내 주인은 너무 무거워. 그 무게로 나를 신고 다니는 거야. 과연 주인은 자신의 무게를 알기나 해? 내가 그 무게를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생각이나 해?" 이러면서 불만을 토로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몇 가지 새로운 개념의 운동화를 생각할 수 있다. 체중을 알려주고 자신이 정해놓은 몸무게를 넘어가면  경고음을 내는 이른바 다이어트 운동화를 생각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라고 생각해보면 말하는 운동화가 돼 길을 안내하기도 하고, 발을 통해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수시로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운동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운동화는 아니지만 프랑스 개발업체인 에미오타(Emiota)가 내놓은 스마트벨트 벨티(Belty)는 허리가 늘어날 조짐이 보이면 경고음을 낸다. / 출처 Abt Electronics 유튜브 영상 캡처
스마트 도어록 'Genies Smart Lock' / 출처 킥스타터
황당하다 싶은가. 이번에는 건물을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사람이 좋은 공기를 몸 안으로 빨아들이고 몸 안에 있는 나쁜 공기를 뱉어내며 숨을 쉬듯, 건물도 스스로 좋은 공기를 들이고 나쁜 공기를 배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자동 공기정화장치가 탄생할 수 있게 된다. 그밖에도 주인이 외출에서 돌아오고 있으면 건물이 그것을 보고 '아, 우리 주인 돌아오는 구나. 문 열어야겠다' 하고 자동 인식 시스템을 갖춰 알아서 문을 열어주고, 주인이 외출하다가 '문 좀 닫아라' 하고 말하면 그 말에 따라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시스템을 갖춘 건물을 만들 수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2007년 4월에 일찌감치 이 같은 시스템을 예고한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새로운 무선의 기계가 사람뿐 아니라 수많은 사물과 연결되어 우리 주변에 말없이 존재했던 사물이 말하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란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이른바 '사물인터넷(IoT)'의 시대다. 그로부터 약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사물들을 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사물을 의인화해 살아 있게 하면 이처럼 미래를 예견하는 통찰도 가능하다. 

사물을 사람으로 만들면 이처럼 모든 아이디어를 쉽고 빠르게 얻어낼 수 있다. 의인화가 창조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모든 사물은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사물 중 가장 우수하고 좋은 사물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아니겠는가. 간혹 그게 뭐 아이디어가 되겠나 싶지만 실제 우리 주변의 사물을 사람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면 색다른 창조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시를 보자. 신문이 벤치에 앉아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가능한 일인가. 신문은 사물이니 오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시인은 오라고 한단다. 그러면 신문은 왜 시인에게 오라고 손짓을 할까. 벤치로 앉아서 자신을, 자신의 몸에 담긴 세상을, 시대를 읽으라는 게 그 이유다. 그래서 신문의 말을 알아듣고 신문을 펼쳐 세상을 읽는다. 이때 은행잎들이 자꾸 신문 위로 떨어져 앞을 가린다. 글씨를 가려 세상을 읽을 수 없게 하면서 말을 한다. 뭐라고 말을 하는가. “지금 읽을 건 가을이라는 계절과 자연이야”하는 것이다.

시에서는 신문이나 은행잎이 사람처럼 말을 하고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사물이나 자연과 함께 섞여서 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마음인지를 알면 시대를 읽을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도 가능해진다. 어찌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54호
필자 황인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인터비즈 박근하 정리 (출처 미표기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inter-biz@naver.com
찜하기이글을 다시 읽고 싶다면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