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GM의 ‘압박전술’…일자리 30만개 걸린 ‘수싸움’ 시작됐다

GM의 ‘압박전술’…일자리 30만개 걸린 ‘수싸움’ 시작됐다

차업계 및 정부 “마른하늘 날벼락” 반응
 13일 한국지엠(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는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한국지엠 노동조합을 포함해 회사 내부에서조차 최고위 경영진 몇몇을 빼곤 이날 공식 발표 후에야 갑작스러운 공장 폐쇄 결정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본사인 미국 GM(제너럴모터스)과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 방안을 협의하던 정부도 전날 밤에야 군산공장 폐쇄 소식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대주주인 산업은행도 같은 처지다. 자동차업계는 물론 정부 안팎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GM의 한국시장 철수와 군산 공장 폐쇄설은 어제 오늘 나온 얘기는 아니다. GM 본사는 수년전부터 글로벌 생산기지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신차 부재와 수출 물량 감소, 고임금 구조 등으로 삼중고에 처한 한국지엠이 첫 순위에 꼽혔다. “GM의 철수는 시간 문제”라는 말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GM은 그 때마다 강하게 부인해 왔다.

◇지방선거 코앞, 설 연휴 앞두고 군산공장 ‘전격 폐쇄’


업계에선 GM의 한국 철수 움직임과 군산공장 폐쇄가 현실화하면서 GM이 한국 정부와 산은의 지원을 최대한 얻어내려는 최후의 ‘압박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날 명절 연휴를 코앞에 두고 평창 올림픽으로 전 세계 이목이 한국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 한 공장 폐쇄 결정을 공개했다는 점에서다.

이날은 출범 2년째를 맞은 문재인 정부를 표로 평가하는 ‘6·13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와 협상을 앞두고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와 구조조정을 국내외 여론의 최대 이슈로 끌어내 압박하려는 전략”(금융권 관계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후 바뀐 구조조정 정책 방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노림수로도 읽힌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금융 논리’와 ‘산업적 측면’을 두루 고려한 구조조정을 표방한다.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채권 회수 관점에서 구조조정을 주도하다보니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과 중장기 발전 방향을 도외시하고 한진해운을 파산시켰다는 비난을 감안한 정책이다. 재무 측면의 생존 가능성 외에 산업 정책과 일자리·고용 등에 미칠 영향을 두루 판단해 구조조정 기업의 ‘생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韓정부 구조조정 ‘산업 고려’ 방점…“결국 지원할 것” 노림수

중형 조선사인 성동조선과 STX조선, 국내 타이어업계 2위인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방향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업계에선 정부가 결국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 당분간은 구조조정 기업을 생존시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금융권 관계자는 “GM이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 방안을 짜고 한국 정부와 협상을 준비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구조조정 사례를 꼼꼼히 연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고용 유발 효과와 연관 산업계에 파장이 큰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활용해 GM의 지원 요청을 쉽게 내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 정부가 최대 수출 산업인 자동차산업의 경쟁력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한국지엠을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GM의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엠과 관련된 일자리 30만개를 볼모로 정부 지원을 끌어내려는 고도의 노림수”란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GM이 자국기업 보호를 기치로 우리 기업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산은도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지엠을 살리려면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원칙에 따라 산은을 통한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외국기업인 GM의 노림수에 말려 또 다시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난 여론과도 싸워야 한다. 반대로 GM의 요청을 거부해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차산업과 일자리에 미칠 후폭풍을 가늠하기 힘들다. 채권단 관계자는 “GM이 정부를 상대로 일종의 선전포고를 했다”며 “협상 과정에서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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