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CEO 열전: 에반 스피겔] 넘기엔 너무나 거대한 페이스북의 벽...철없는 20대 셀럽이라는 점도 불안요소

[CEO 열전: 에반 스피겔] 넘기엔 너무나 거대한 페이스북의 벽...철없는 20대 셀럽이라는 점도 불안요소

앞선 글...새로운 소셜미디어 스냅챗, 그리고 1990년생 억만장자 셀럽의 탄생

[인터비즈]에반 스피겔의 영광은 길지 않았다. 2017년 3월 상장 이후 스냅챗의 주가는 1주당 27달러에서 11.8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55억 달러를 넘나들었던 스피겔의 재산도 25억 달러 수준으로 함께 줄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냅챗이 최근 반등에 성공해 1주당 19달러까지 주식 가격을 회복한 점이다.

하지만 경쟁자인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이 현재 전 세계 6위에 이르는 점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이다. 역대 IT 기업 가운데 알리바바, 페이스북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로 상장에 성공한 스냅챗이 왜 현재 이렇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에반 스피겔. 출처 플리커.
라이벌? 넘기엔 너무 높은 절대강자 페이스북의 벽

스피겔과 스냅챗이 부진한 첫 번째 이유는 경쟁자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이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탈한 10~20대 사용자들의 상당수는 분명 스냅챗으로 유입되었다. 하지만 모든 10~20대 사용자들이 스냅챗으로 몰린 것은 아니다. 스냅챗 못지않게 많은 인원이 페이스북의 자매 소셜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으로도 유입되었다.

이는 스냅챗이 게시물과 뉴스피드 기반의 소셜 서비스가 아니라 메신저 기반의 소셜 서비스이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을 대신할 모바일 메신저를 찾던 10~20대 사용자들은 스냅챗으로 유입되었지만, 페이스북 같은 게시물 기반의 소셜 서비스를 대신할 서비스를 찾던 10~20대 사용자들은 인스타그램으로 유입되었다.

실제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컴스코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18~24살 사용자들 사이에서 스냅챗은 사용률 3위, 인스타그램은 사용률 5위를 기록했고, 25~34살 사용자들 사이에서 스냅챗은 사용률 6위, 인스타그램은 4위를 기록하는 등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나 모바일, 소셜 등 새로운 것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특징을 가진 세대를 의미한다) 사이에서 비슷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유럽 등 다른 국가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인스타그램과 스냅챗 로고
스피겔과 스냅챗도 인스타그램을 견제하기 위해 디스커버 같은 게시물 기반의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인스타그램의 아성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2016년 스냅챗을 베꼈다는 오명을 감수하고 24시간 동안만 열람할 수 있고 그 다음에 사라지는 메시지, 사진, 동영상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출시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출시 2년 만에 1일사용자(DAU)가 2억 명을 돌파하는 등 스냅챗을 큰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다.

저커버그에게 스냅챗은 10~20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옵션에 불과했다. 인수하면 좋았겠지만, 만약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인스타그램이라는 보험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서 이탈한 10~20대 사용자를 흡수하고 스냅챗을 견제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홀한 글로벌 시장 공략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스냅챗이 부진한 두 번째 이유는 시장 확대에 실패한 것이다. 특히 북미, 유럽 못지않게 거대한, 아니 어쩌면 더 거대할지도 모르는 아시아 시장에 제때 진출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경쟁자 페이스북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스냅챗은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북미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널리 이용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선 존재감이 없다 못해 행방불명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2011년 만들어진 서비스인 스냅챗이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한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어쩌면 스피겔은 북미, 유럽 등에서 먼저 내실을 다진 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냅챗의 전 직원인 앤서니 팜플리아노의 발언으로 스냅챗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추락했다. 가디언은 팜플리아노의 발언을 인용해 스피겔이 2015년 사내 회의 도중 "스냅챗의 서비스 지역을 인도, 스페인 같은 가난한 국가로 확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스페인 등은 스냅챗의 사용자가 자생적으로 발생한 지역이지만, 스냅챗이 소셜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지는 못한 시장이다. 

스피겔과 스냅챗은 이에 즉시 반발했다. 스냅챗은 전 세계 어디서나 내려받을 수 있는 무료 서비스이며, 20개국어로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팜플리아노의 발언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폭로의 진위 여부와 별개로 이 기사 때문에 인도, 스페인 등에선 스냅챗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앱 장터에서 스냅챗의 평가도 한 단계 떨어졌다.

사실 중요한 것은 스냅챗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시장을 홀대한 이유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자가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바로 네이버의 '스노우'다.

솔직히 말하자. 네이버 스노우는 스냅챗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서비스다. 스냅챗의 핵심 아이디어인 휘발성 메시지와 필터 기능을 토대로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끄는데 성공했다. 스냅챗을 인수하지 못한 저커버그가 스노우 인수에 큰 관심을 보낼 정도였다. (물론 스노우는 다양하고 강력한 필터 기능을 제공해 스냅챗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것만은 사실이다.)

스노우는 스냅챗보다 4년이나 늦은 2015년 시작된 서비스다. 만약 스냅챗이 일찌감치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면 스노우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스노우가 가진 입지를 고스란히 흡수해 지금보다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실한 글로벌 진출 전략이 경쟁자를 키우고 시장을 잃게 만든 셈이다.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

사실 스냅챗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세 번째에 있다. 바로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다. 쉽게 말해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냅챗은 2017년 3분기 2억 700만 달러의 매출과 4억 43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지만, 적자폭은 4배나 늘어났다.

사실 상장때부터 스냅챗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었는데다가 소셜 서비스의 약점인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셜 서비스는 그 특징상 사용자수는 많아도 영업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업계 1위인 페이스북만이 일찌감치 광고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제대로 된 수익을 내고 있다. 트위터 등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업체도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해 5년 가까이 갈팡질팡해야만 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설치된 스냅챗 로고 광고. 출처 플리커
물론 스피겔도 이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2014년부터 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기업이 자사를 홍보할 수 있는 브랜드 필터 서비스도 만들고,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해 수수료를 받는 사업도 시작했다. 기업이 스냅챗 디스커버에서 다양한 홍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따로 별도의 전용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스냅챗의 거대한 덩치를 지탱하기에는 영 부실한 사업 모델이었다. 지속적으로 쌓이는 적자와 떨어지는 주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스냅챗에게 필요한 것은 셀럽이 아니라 최고경영자

물론 아직 이정도로 스냅챗에 위기가 왔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냅챗에는 많은 사용자와 투자자, 무엇보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스피겔이 마음을 다잡고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스피겔은 아직 자신이 셀럽이 아닌 스냅챗이라는 거대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는 자각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5월 상장 후 결산결과 스냅챗이 22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된 그날, 정작 스피겔은 회사에서 대책을 논의하지 않고 지중해에서 바캉스를 즐기고 있었다. 호화로운 요트를 빌려 친구들과 이탈리아에서 그리스로 크루징 여행을 가능 중이었다. 
2014년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 행사에 참여한 에반 스피겔(맨 오른쪽)
요트 대여 비용은 1주일에 96만 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스피겔의 행동을 두고 뉴욕포스트는 주주의 말을 인용해 "회사가 침몰하고 있는데 최고경영자는 크루징을 하고 있다. 주주들이 탈 요트는 어디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스피겔은 젊다. 젊다 못해 어리다는 표현이 어울릴 나이다. 성공의 단꿈에 취한 그 기분을 이해 못하는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회사가 위기에 처한 지금은 꾹 참고 회사를 반등시켜야 한다. 그것이 스냅챗 투자자와 사용자들을 위한 예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동아는모든 독자에게 유용할 IT트렌드와 비즈니스 지식을 전하는 온라인 IT저널입니다.

인터비즈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출처 미표기 사진은 플리커
찜하기이글을 다시 읽고 싶다면
위로가기